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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17권, 고종 17년 7월 9일 을해 1번째기사 1880년 조선 개국(開國) 489년

군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일로 북경 예부에 자문으로 요청하다

군비(軍備)를 강구하는 일로 북경(北京) 예부(禮部)에 자문(咨文)으로 요청하였다. 자문에,

"생각건대 이 작은 나라는 오랫동안 황제의 덕화를 입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나라를 어루만져 주는 덕과 작은 나라를 사랑하는 은혜는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밝혀주지 않는 것이 없어서 소원이 있으면 반드시 성취시켜 줍니다. 지금 자잘한 소원이 있는데도 단지 조심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만 품은 채 전문(轉聞)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찌 옳다고 하겠습니까?

대체로 듣건대, 무기란 100년 동안 쓰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하루라도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돌아보건대 작은 이 나라는 중국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으니 그 보위의 요체가 군비에 있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또 강한 이웃 나라들이 엿보며 잠복해 있는 근심이 많으니, 바로 지금이 모름지기 불의의 변고를 경계하며 군비(軍備)를 크게 쓸 때에 대처할 때입니다.

다만 생각건대, 작은 이 나라는 풍속이 순박하고 졸렬하여 노는 데 빠지는 것이 습관이 되어 모든 무기를 만드는 일을 둔한 장인(匠人)들에게 내맡기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한심해집니다. 온 나라의 여론이 모두 중국은 무기가 정밀하고 예리하여 천하에 위력을 떨치고 있는데, 천진창(天津廠) 등처는 바로 사방의 정교한 공인들이 모이는 곳이자 각국의 신기한 기술이 집중된 곳이니 빨리 재간 있는 인원을 뽑아 보내어 무기 제조법을 배우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오늘의 급선무라고 합니다.

이어 삼가 생각건대, 황제의 위엄은 온 천하에 미치고 혜택은 모든 지역에 흘러넘치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정성어린 가르침에 감화되는 은택을 입었으니, 진실로 황제가 우리들의 심정을 알게 된다면 은혜를 베푸는 것을 아끼지 않을 것이지만 외람될까 두려워서 감히 갖추어 아뢰지 못하고 먼저 부당(部堂)의 대인(大人)에게 모두 아뢰는 바입니다. 우러러 바라건대 간곡하게 살펴 황제에게 고해 주어 특별히 융숭한 명령을 내려 작은 나라 장인과 공인들로 하여금 천진창에 가서 무기제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소서.

또 일 처리에 능한 인원을 뽑아서 혹은 변방 외곽의 경우에 따른 방편을 가르쳐주어 마침내 성과가 있게 되면 안으로는 변방 나라로서의 직분을 다하고 밖으로는 적의 침입을 막는 방도를 극진히 하여 우리나라 수만 명의 백성들이 영원히 이에 힘입어 편안하게 되어 황제의 힘을 칭송하고 떠받는 것이 어찌 천지와 더불어 무궁할 뿐이겠습니까? 성심으로 간절히 축원해 마지않습니다.

부사직(副司直) 변원규(卞元圭)를 파견하여 자문을 가지고 가서 올리도록 하니, 환히 살펴보고 황제에게 보고하여 처리토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공문은 이러합니다."

하였다. 【재자관(齎咨官) 변원규(卞元圭)가 9월 16일에 천진에 가서 기기국(機器局)·제조국(製造局)·군기소(軍機所) 및 서고(西沽)의 화기와 화약을 쌓아둔 각 창고들을 보고, 이어 22일에 이홍장(李鴻章)을 회견하여 천진에 가서 무기 제조와 군사 훈련을 배우는 문제와 관련된 여러 조목과 조선에서 와서 무기 제조술과 군사 훈련을 배우는 장정(章程)을 상의하였다.】


  • 【원본】 21책 17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7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공업-장인(匠人) / 군사-군기(軍器) / 군사-병법(兵法)

初九日。 以講究武備事, 咨請北京禮部。咨文曰:

竊以小邦, 久沐聖化柔遠之德、字小之恩。 無幽不燭, 有願必遂。 今有區區之願, 而徒懷嚴畏, 不思轉聞, 惡乎可乎? 蓋聞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 顧惟小邦, 屛翰上國。 其捍衛之要, 不亦在乎兵備歟? 矧又强隣窺覘, 憂殷伏莽, 正須戒不虞待大用之時也。 第念小邦, 撲拙其俗, 荒嬉成習。 五兵飭材, 一任鈍工, 不覺寒心。 一國輿論: "咸以爲上國器械精利, 以威天下。 天津廠等處, 寔四方巧工之所會, 各國神技之攸萃也。 亟宜選送明幹人員, 情願學造器械, 爲今急務。" 仍伏念皇上威靈, 達于四極, 禔貺流于萬區。 小邦常飮醇和, 最被覆燾。 苟此輿情之得徹, 庶幾寵施之不靳, 而惟猥越是懼, 不敢具奏。 先玆悉陳于部堂大人。 仰冀曲察導達, 特降隆旨, 俾小邦匠工, 學造於津廠。 且簡選解事人員, 或於邊外習敎, 隨處方便, 竟能有成, 則內而竭屛翰之職, 外而盡禦侮之方。 環東土幾萬生靈, 永賴以妥靖。 頌戴帝力, 豈特與穹壤而無窮也? 不任誠懇祈祝之至。 專差副司直卞元圭, 齎咨前往, 合行移咨, 請照驗轉奏施行。 須至咨者。 【齎咨官卞元圭以九月十六日抵天津, 見機器局、製造局、軍機所及西沽儲備火器、火藥各庫。 旋於二十二日, 會見李鴻章, 商議來津學習製器練兵分條, 朝鮮來學製造操練章程。】


  • 【원본】 21책 17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7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공업-장인(匠人) / 군사-군기(軍器)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