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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15권, 고종 15년 1월 25일 을해 1번째기사 1878년 조선 개국(開國) 487년

대왕대비전의 결혼 60돌을 축하하는 전문을 올리고 사령을 반포하다

상이 인정전(仁政殿)에 나가서 대왕대비 전하의 결혼 60돌을 맞아 치사(致詞)와 전문(箋文) 및 표리(表裏)를 직접 올리고, 이어 관리들의 축하를 받은 다음 사령(赦令)을 반포하였다. 교문(敎文)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로 성인이 계셔 이루신 공적이 원대하니 정월에 큰 복을 맞이하게 되었고, 길함을 정해 혼례를 치러 그 빛이 드러나더니 어느덧 결혼 60돌을 맞이하셨다. 이것은 500년 역사에 드문 경사이니 어찌 온 나라에 반포하는 의식을 늦출 수 있겠는가?

생각건대 효유 헌성 선경 정인 자혜 홍덕 순화 문광 원성 숙렬 명수 협천 융목 수녕 희강 대왕대비(孝裕獻聖宣敬正仁慈惠弘德純化文光元成肅烈明粹協天隆穆壽寧禧康大王大妃) 전하께서는 너그러운 자태에 단정하고 깨끗한 덕을 지녔으며 슬기로운 여인으로서 선왕의 배필이 되어 나라가 어진 왕비의 풍교(風敎)를 받게 되었고 문왕(文王)의 어머니와 같은 덕으로 훌륭한 자손을 두었으니 백세토록 자손의 번성을 칭송하는 노래가 퍼지게 되었다.

존귀해진 뒤에도 근면하고 부유해진 뒤에도 검박하여 그 아름다움은 역사에 찬란히 빛나고 있으며,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하고 조용하면서도 방정하여 여인으로서 정사를 도왔다.

여인의 법도를 닦아 비녀와 귀고리 등의 사치를 경계하여 일찍이 당(唐) 나라양좌(良佐)인 문덕(文德) 황후처럼 아름다운 규범을 드러내었으며 어머니로서의 의범에 있어선 몸소 명주를 짰던 한(漢) 나라 명덕(明德) 황후의 성대한 전범을 본받았다.

돌이켜보건대 어린 내가 왕업을 이어받은 것은 어머니가 보살피고 도와주는 은덕에 힘입은 것이었다. 좋은 점괘를 얻자 어려운 나라 형편을 바로잡고 왕업을 빛내도록 해 주셨으며 자손을 위한 훌륭한 계책을 마련하여 나라의 방책을 도우셨다.

선왕을 생각하여 과인을 도우셨으니 아, 그 지극한 덕은 하늘과 같이 크고 백성들을 교화하고 하늘에 국운이 영원하길 기원하셨으니 아, 신묘한 교화가 온 나라에 두루 미쳤도다.

열다섯 번이나 존호를 더 올렸으나 뛰어난 공로를 나타내기에는 부족하였는데 자손에까지 미치게 된 경사를 돈독히 하여 네 차례나 거듭 그 덕을 칭송하니 기쁜 마음으로 온화하고 단아한 예악(禮樂)의 정사를 일찍 성취하게 되었다.

사직(社稷)은 결국 신령하게 장수하신 당신에 힘입어 패옥 소리 같은 교화가 크고 멀리 퍼지게 되었고, 조종(祖宗)께서 묵묵히 보살펴 주시어 당신의 옥체가 평강을 누리게 되었다. 위대하도다, 자성께서 편안한을 누리게 된 시기로다! 진실되도다, 하늘의 온갖 복록이 모여드는 기회로다! 당신께서 큰 복으로 받으신 수(壽)는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아홉째인 오복(五福)의 하나요, 태어나신 해를 헤아려 보니 13달이 든 윤년 정월이었다. 단군께서 강림하신 저옹(著雍 : 십간(十干)의 무(戊)의 고갑자)의 해와 일치하니 상서로운 무(戊)의 천간(天干)이 천년에나 한 번 있는 천운으로 돌아오고, 천황씨(天皇氏)가 일어나 다스리신 섭제격(攝提格 : 십이지(十二支)의 인(寅)의 고갑자)의 해와 부합하니 인간이 태어나는 지지(地支)인 인(寅)의 지지를 맞이하여 1만 8천 년의 아름다운 경사가 열리게 되었다. 아, 보령이 이미 희년(稀年)을 넘기고 혼례를 치르셨던 구갑(舊甲)이 장차 이르려 한다. 요(堯)임금 같은 어머니의 훌륭한 본보기를 이어 온갖 복잡한 정사를 도왔는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60년이 된다.

상서로운 별이 태미(太微) 자리에 임하니 하늘에서부터 그 복이 펴져 내린 것이고 큰 옥홀에 새겨진 친영(親迎)의 글을 상고하니 내년이 바로 구갑(舊甲)인 것이다. 이에 대왕대비에게 두드러지게 축하를 올려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이전부터 이런 예식이 있었던 데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탄신일에 이미 옥배를 올려 축수는 하였으나 하찮은 정성을 다 펴진 못하였으며, 책문(冊文)을 올리는 성대한 의식을 좋은 날을 골라 이미 진행하였다. 하잘것없는 정성이나마 봄볕 같은 자성의 은혜에 보답코자 하던 참에 다행히도 좋은 때를 만나게 되었기에 큰 말로 술을 따라 당신의 장수를 기원하니, 마치 영원히 변치 않는 법도를 본받아 준행한 것같다. 다만 대왕대비께서 늘 겸손하여 성대한 의식을 못하도록 미리 경계하시니, 뜻을 받들어 봉양하는 도리에 있어 감히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손뼉치고 발을 구르며 기뻐하는 무리들이 이 경사를 함께 할 것을 생각하였다. 이에 온 나라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따라 온 강토에 알리는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종묘(宗廟)에서 궁전으로 오가면서 이미 공경하게 제사를 지냈으니 모든 지역에 있는 죄인들에게 사면령(大免令)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하늘의 의사를 체현하여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알리고 봄철에 순응하여 은덕을 온 나라에 베푸는 것이다.

이달 25일 새벽 이전의 잡범으로서 사형 죄인 이하는 모두 용서해 준다.

아, 탁월한 아름다운 도를 지니시고 드러나지 않게 두루 크게 은택을 내리시어 팔순(八旬)의 경지를 열며 많은 복을 받으시니, 그 덕이 해와 달 그리고 송백(松柏)과 같이 장수하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한 달에 세 번 축하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제왕과 후비가 있은 이래로 있지 않았던 성대한 의식이다. 그래서 교시하는 것이니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였다.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 이원명(李源命)이 지었다.】


  • 【원본】 19책 15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67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

    二十五日。 詣仁政殿, 親上大王大妃殿舟梁六十年稱慶致詞、箋文、表裏, 仍受賀, 頒赦。 敎文若曰: "上有聖所成者遠, 迓鴻祺於三陽, 文定祥不顯其光, 屆鳳曆於六紀。 斯乃五百年罕有之慶, 詎緩三千里播告之儀? 恭惟孝裕獻聖宣敬正仁慈惠弘德純化文光元成肅烈明粹協天隆穆壽寧禧康大王大妃殿下, 博厚含弘之姿、端莊純粹之德, 聖女爲聖人聖配, 二南被樛木之風, 母有文子文孫, 百世衍瓜瓞之頌。 已貴能勤、已富能儉, 彤管播徽; 至柔而剛、至靜而方, 黃裳協吉。 修《女則》而儆簪珥, 夙著 良佐懿規; 臨母儀而躬練綈, 冞仰 明德隆範。 顧沖藐承艱大之緖, 賴慈聖垂保佑之恩。 龜兆橫庚, 整綴旒而奠丕業; 燕謨翼子, 抗裘冕而翊洪圖。 思先君勖寡人, 猗至德與天同大; 諴小民祈永命, 繄神化率土普均。 揚顯稱而十五加隆, 仰難名於巍蕩; 篤餘慶而四重騰頌, 欣夙就於溫文。 社稷終賴靈長, 璜聲弘遠; 祖宗默垂眷棐, 璿度康疆。 大哉! 地寧得一之期; 允矣! 天祿遒百之會。 受玆介而九五, 福曰壽; 撫于辰而十三, 月爲正。 叶檀君降著雍之年, 吉戊回千一之運; 符天皇起攝提之歲, 生寅開萬八之休。 猗瑤筭稀齡之已踰, 迺舟梁初載之將屆。 緬嬀汭觀型之盛, 天工夙贊萬幾; 想洽陽作合之時, 星紀恰周六十。 瑞婺臨太微之座, 自天用其休申; 大璋稽親迎之文, 明年又是舊甲。 肆頤期方祝於慈極, 況節文自有於我家。 瑤觴旣稱於誕辰, 尙菲忱之未罄; 玉牒荐颺於諏日, 亦晠禮之已行。 寸心報暉, 竊幸嘉會之連湊; 大斗祈耉, 若爲彝典之式遵。 第懿衷恒存於巽謙, 而繁儀益戒於豐豫, 在承意養志之道, 敢不盡誠? 顧抃手蹈足之倫, 思與同慶, 玆循中外顒祝之願, 誕擧上下告布之儀。 自廟徂宮, 旣牲玉之祗薦; 率濱環域, 又鷄竿之特宣。 體天道於好生, 渙汗誕誥; 順春令而布德, 解澤旁流。 自本月二十五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卓徽猷、潛景貺, 啓八旬而多受繁祉, 如日月松柏之罄無不宜。 在一朔而三擧賀儀, 自帝王、后妃以來未有盛。故玆敎示, 想宜知悉。" 【藝文提學李源命製】


    • 【원본】 19책 15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67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