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실록》의 배포, 도적의 방지 등에 대하여 의논하다
차대(次對)를 행하였다. 영의정 이최응(李最應)이 아뢰기를,
"《황명실록(皇明實錄)》에는 나라를 다스리고 정사를 거행하는 계책이 다 실려 있는데, 권질이 방대하고 사국(史局)에서 비장(祕藏)하는 것이나 부본(副本)도 없기 때문에 중국의 박학한 선비라도 본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우리 익고(翼考)께서 묵묵히 계획하시어 전질을 구입해 와 황단(黃壇) 경봉각(敬奉閣)에 보관하셨는데, 세월이 오래되니 좀이 먹고 종이가 문드러질까 염려됩니다. 속히 관각(館閣)으로 하여금 책임지고 찍어내게 해서 관각과 황단, 만동묘(萬東廟)에 보관하고 차례대로 유포시킨다면 익고께서 정성을 들여 구입해 오신 큰 의리를 천명하게 되고, 또한 전하께서 선조를 계승하는 도리에 빛이 날 듯합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황명실록》을 구입하여 보관한 일에 충정과 의리가 깃들어 있으니 활자로 찍어서 널리 유포시키자는 요청을 감히 따르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최응이 아뢰기를,
"경기와 양서(兩西)에는 사신의 행차가 계속 이어져 민읍(民邑)의 형편이 아주 궁핍합니다. 그런데 칙사의 행차가 또 다시 들어오게 되었으니 낭비에 관계되는 것은 모두 줄이고, 하속(下屬)들의 토색질을 철저히 엄금하며, 비용을 간소하게 쓰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근무 태도를 살펴서 태만한 자를 문책하겠다는 뜻으로 원접사(遠接使)와 도신(道臣), 송도 유수(松都留守)와 의주 부윤(義州府尹)에게 행회(行會)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상납(上納) 기한을 어기는 일에 대하여 임금께 아뢰고서 신칙하였는데도 한결같이 지체하고 있으니, 지극히 개탄스러워 차라리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비록 쌀독을 다 비우는 한이 있더라도 틀림없이 거두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 간사하고 교활한 아전들이 멋대로 농간을 부려 결국 횡령해버린 것입니다. 도신(道臣)으로 하여금 엄명(嚴明)하게 조사하도록 해서 세금을 포탈한 것이 무거운 자는 효수(梟首)하여 경계시키고 가벼운 자는 형배(刑配)하며, 수령도 파직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포탈한 세금을 추징한다고 하거나 다시 징수한다는 구실로 민간에 해를 끼친다면 우선 도신부터 엄히 문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세곡(稅穀)의 상납 기간을 어긴 선격(船格)에 대하여 실상을 조사하여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연석(筵席)에서 아뢰어 행회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장계를 올리지 않고 있으니 기강에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한심합니다. 양호(兩湖)의 도신에게 월봉(越俸)하는 법을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외읍(外邑)에서 결가(結價)를 지나치게 매긴 것에 대하여 이미 연석에서 아뢰어 관문(關文)으로 신칙한 적이 있습니다. 백성들의 고락과 수령의 잘잘못이 진실로 여기에 달려 있으니, 도신이 직접 결가를 자세하게 살펴서 알맞게 정해주고, 본부(本府)에 보고하는 것을 길이 정식(定式)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물품을 도고(都賈)하는 행위는 이익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물가가 뛰어오르고 재화가 유통되지 못하여 공사(公私) 간의 형편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형편이 아주 다급하게 되었으니, 각 장시(場市)와 포구에 있는 도고의 명색(名色)을 혁파하도록 하고,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에 대해서는 모두 형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요즈음 도적을 막는 일이 엄하지 못한 것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도적질한 장물(贓物)을 사고팔 때에 각사(各司)의 하속들이 사나운 기세로 협박하기 때문에, 장교와 군졸들이 위축되고 겁을 먹어 그 물건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도적질하는 무리들도 있지만 감히 단속하거나 체포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비록 염탐하고 체포하는 일에 부지런하고자 한들 할 수 있겠습니까?
각 사와 각영(各營)의 하인 및 궁방(宮房)과 양반집 하인들을 막론하고 혹시라도 도적과 장물에 관련된 자나 도적질을 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자가 있으면 절대로 용서하지 말고 법에 따라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또 아뢰기를,
"고(故) 이조 판서(吏曹判書) 김로(金鏴)를 이미 배향 공신(配享功臣)으로 초계(抄啓)하였습니다. 이 중신(重臣)에게 시호를 내리는 일을 이제 와서는 늦출 수 없으니, 홍문관으로 하여금 속히 시호를 논의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하교하기를,
"속히 시호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원본】 16책 12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09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왕실-의식(儀式) / 출판-서책(書冊) / 출판-인쇄(印刷) / 인사-임면(任免) / 재정-전세(田稅) / 상업-상품(商品) / 금융-화폐(貨幣) / 사법-치안(治安) / 인물(人物) / 왕실-사급(賜給)
初五日。 次對。 領議政李最應曰: "《皇明實錄》, 治法政謨, 悉載於此。 卷秩浩大, 史局祕藏, 亦無副本, 雖中州博學之士, 見者絶罕。 我翼考默運聖算, 購來全部, 奉庤皇壇 敬奉閣, 而歲月寢久, 蠹魚朽爛, 在所當念。 亟令館閣, 分董印出, 藏于館閣及皇壇及萬東廟, 以爲次第流布, 闡翼考積誠購奉之大義理, 恐亦有光於殿下繼述之道矣。" 敎曰: "《皇明實錄》之購藏, 精義之攸寓。 翻印廣布之請, 敢不敬遵?" 最應曰: "畿甸 兩西, 使价絡繹, 民邑事勢, 匱竭無餘。 勅行, 又將壓境矣。 凡係糜費, 一切減省, 下屬誅求, 到底嚴禁。 惟以簡略爲主, 探其勤慢, 當有論警, 行會于遠接使及道臣松留灣尹何如?" 允之。 又曰: "以上納衍滯, 仰奏督飭, 而一向淹滯, 慨然之極, 寧欲無言。 小民雖罄甁甖, 必無未收, 奸猾之吏, 恣意舞弄, 畢竟乾沒。 令道臣嚴明鉤覈, 犯逋者重則梟警, 輕則刑配, 守令亦爲罷勘。 而或稱以刷逋, 或籍以再徵, 貽害民間, 則先自道臣, 從重論警何如?" 允之。 又曰: "稅穀愆納船格, 鉤覈用律, 筵奏行會矣, 尙稽狀聞。 言念法綱, 萬萬寒心。 兩湖道臣, 施以越俸何如?" 允之。 又曰: "以外邑結價過濫事, 已有筵奏關飭。 而民生之休戚, 守令之臧否, 亶在於此。 道臣躬執, 詳察結價, 參酌定給, 修報本府, 永爲定式何如?" 允之。 又曰: "物種都賈, 卽是榷利也。 物價騰踊, 貨不流通, 公私日益艱匱, 民勢殆將岌嶪。 各場市、浦口都賈名色, 亟令革罷, 作俑者, 竝爲刑配何如?" 允之。 又曰: "近來戢盜之不嚴, 亦有其故。 盜贓賣買, 各司下屬, 威嚇勢逼, 校卒畏縮沮怯, 莫之誰何? 其中亦有行賊之類, 而亦不敢戢捕, 雖欲勤於詗捕, 其可得乎? 毋論各司、各營、宮房、班家下隷, 或有賊贓, 干涉偸竊, 現發者, 切勿饒貸, 按律嚴治何如?" 允之。 又曰: "故吏曹判書金鏴, 旣以配享功臣抄啓矣。 此重臣節惠之典, 到今有不容遲延。 令弘文館趁速議諡何如?" 敎曰: "卽速議諡可也。"
- 【원본】 16책 12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09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왕실-의식(儀式) / 출판-서책(書冊) / 출판-인쇄(印刷) / 인사-임면(任免) / 재정-전세(田稅) / 상업-상품(商品) / 금융-화폐(貨幣) / 사법-치안(治安) / 인물(人物)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