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현이 현행의 폐단을 시정을 요구하는 상소문을 올리다
동부승지(同副承旨) 최익현(崔益鉉)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은 몇 해 전에 부름을 받고 마지못해 벼슬의 반열에 나왔으나 며칠도 못 가서 까닭 없이 견파(譴罷)당하였으니, 신의 변변치 못하고 사람답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전하께서도 벌써 환히 알고 계신 바입니다. 그때부터 시골로 물러가서 고생을 달게 받으며 낮은 벼슬자리도 감히 바라보지 못하였는데, 더구나 승지와 같은 훌륭한 벼슬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명을 듣고 나서 놀랍고 황송하여 더욱 죽을 곳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일들을 보면 정사에서는 옛날 법을 변경하고 인재를 취하는 데에는 나약한 사람만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대신(大臣)과 육경(六卿)들은 아뢰는 의견이 없고 대간(臺諫)과 시종(侍從)들은 일을 벌이기 좋아한다는 비난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속된 논의가 마구 떠돌고 정당한 논의는 사라지고 있으며 아첨하는 사람들이 뜻을 펴고 정직한 선비들은 숨어버렸습니다.
그칠 새 없이 받아내는 각종 세금 때문에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있으며 떳떳한 의리와 윤리는 파괴되고 선비의 기풍은 없어지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괴벽스럽다고 하고 개인을 섬기는 사람은 처신을 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염치없는 사람은 버젓이 때를 얻고 지조 있는 사람은 맥없이 죽음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런 결과로 인해 위에서는 천재(天災)가 나타나고 아래에서는 지변(地變)이 일어나며, 비가 오고 날이 개이고 춥고 덥고 하는 기후 현상에서는 모두 정상적인 상태를 잃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에는 아무리 노련하고 높은 덕망으로 세상 사람들의 추대와 신망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일을 담당하게 하더라도 오히려 견제당하고 모순에 빠져 힘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더구나 신과 같이 본바탕이 어리석고 학식도 전혀 없는데다가 외롭고 약하여 어찌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제 만약 전하의 총애만 믿고서 본분에 지나친 것을 삼가라는 경계와 복이 지나치면 재앙을 당한다는 교훈을 생각하지 않고 벼슬 반열에 끼어 따라다니고 길가에서 떠들어대며 의기양양하게 자족하면서 아무것도 꺼리는 바가 없이 처신한다면 또한 사람들의 드센 비방과 무엄하고 불경스럽다는 주벌이 잇따라 일어나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때문에 신이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달려 나가고 싶어도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그대의 이 상소문은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또 나에게 경계를 주는 말이 되니 매우 가상한 일이다. 감히 열성조(列聖朝)의 훌륭한 일을 계승하여 호조 참판(戶曹參判)으로 제수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직한 말에 대하여 만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소인이 됨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 【원본】 14책 10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과학-천기(天氣)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인사-임면(任免)
同副承旨崔益鉉疏略。
臣於年前召命, 黽勉就列, 曾未幾日, 無事譴罷。 臣之無狀不似, 已有聖鑑孔昭。 自是以往, 退伏畎畝, 分甘邱壑, 爲貧祿仕, 猶不敢擬, 而況承宣顯職也? 聞命驚惶, 益不知死所矣。 且見挽近以來, 政變舊章, 人取軟熟。 大臣、六卿無建白之議, 臺諫、侍從避好事之謗。 朝廷之上, 俗論恣行而正誼消, 諂佞肆志而直士藏。 賦斂不息, 生民魚肉; 彝倫斁喪, 士氣沮敗。 事公者謂之乖激; 事私者謂之得計。 無恥者沛然而得時; 有守者苶然而濱死。 以致天災見於上, 地變作於下, 雨暘寒暑, 俱失其常。 于斯時也, 雖使老成宿德爲世推望者當之, 猶應掣肘矛盾, 未易爲力。 況如小臣姿本愚劣, 學沒巴鼻, 兼以孤根弱植, 孑孑踽踽, 靡所止屆? 今若憑恃寵靈, 罔存負乘之戒, 不念過福之災, 隨行逐隊, 呼唱道路, 揚揚自足, 而無所顧忌, 則亦安知無人言峻發, 無將不敬之誅, 接跡而起也? 此臣之所以彷徨躑躅, 而雖欲趨走而不敢者也云云。
批曰: "爾之此疏, 出於衷曲, 且爲戒予之辭, 極爲嘉尙。 敢述列聖朝盛事, 戶曹參判除授。 而如此正直之言, 若有岐貳者, 不免爲小人矣。"
- 【원본】 14책 10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과학-천기(天氣)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