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임 대신과 원임 대신이 오윤근 가족의 처벌과 관련하여 접견하다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이 의금부 당상(義禁府堂上)을 거느리고 입시(入侍)하였다. 하교하기를,
"경들은 무슨 일로 청대(請對)하였는가?"
하니, 영의정(領議政) 김병학(金炳學)이 아뢰기를,
"오윤근(吳潤根)의 지속(支屬)에 대하여 살려주는 은전을 베푸신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대성인의 덕에서 나온 것이므로 우러르는 마음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극률(極律)을 적용한 사람에 대해 내리신 이번의 처분은 형정(刑政)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므로 서로 이끌고 와서 청대한 것입니다. 철회하라는 명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이번의 일은 나도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것은 말을 험상궂고 고약하게 한 죄과에 지나지 않으니, 어찌 경중의 구별이 없겠는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뜻에서 판부(判付)한 바가 있는데 이제 어떻게 도로 철회한단 말인가? 이것은 군사를 일으켜 변란을 초래케 한 것과는 반드시 경중의 구별이 있어야 한다."
하였다. 대신과 의금부 당상이 명을 거둘 것을 굳이 청하면서 계속 주장하고 나서니, 하교하기를,
"날이 벌써 저물었다. 대왕대비를 모시고 수라를 올려야만 한다. 경들도 보호해야 할 도리에 있어서 어찌 이것을 생각지 않는가? 이처럼 굳이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 같다."
하니, 김병학이 아뢰기를,
"누누이 말씀을 올려도 윤허를 받지 못하였는데 또 물러가라는 명이 있다고 하여 대뜸 물러간다면 간쟁하는 도리에 있어서 체면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이것을 역사책에 쓴다면 뒷날 사람들이 오늘날의 조정을 어떻게 여기겠습니까?"
하고, 우의정(右議政) 홍순목(洪淳穆)이 아뢰기를,
"이렇게 접견해 주시는 기회를 얻었는데 어떻게 청을 윤허받지 못하고 물러갈 수 있겠습니까?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물러갈 수 없습니다."
하고,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강로(姜㳣)가 아뢰기를,
"생명을 소중히 여긴 당요(唐堯)나 우순(虞舜)의 덕으로도 또한 미심쩍은 죄를 가볍게 처결한다고 한 것이지 죽여야 할 죄인을 죽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이것은 다른 문제이다. 날이 한낮이 되어오는데 대왕대비께서 아직도 수라를 드시지 않았고 나도 역시 들지 못하였다. 어찌 이다지도 고집을 부릴 수 있는가? 대신들은 자리로 물러가라."
하니, 김병학과 홍순목이 그대로 엎드려 있으면서 물러가지 않자 상이 연달아 하교하였다. 김병학이 아뢰기를,
"전하의 하교가 이렇게 엄중하시니 물러가 빈청에서 아뢰겠습니다. 비록 정청(庭請)을 해서라도 기어코 윤허한다는 명령을 받고야 말겠습니다."
하였다.
- 【원본】 13책 9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93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사법-법제(法制) / 가족-가족(家族)
十八日。 時原任大臣, 率金吾堂上入侍。 敎曰: "卿等因何事請對乎?" 領議政金炳學曰: "潤根支屬傅生之典, 大聖人好生之德, 不勝欽仰。 而已施極律, 今此處分, 大非刑政所在。 相率請對, 冀降反汗之音矣。" 敎曰: "今番事, 予亦有斟量而然。 此不過言辭凶悖之罪, 豈無淺深之別乎? 旣以好生之意, 有所判付, 則今何可還寢乎? 其與稱兵召亂, 此必有輕重之別矣。" 大臣、金吾堂上等, 固請還寢成命, 爭執不已。 敎曰: "日已晩矣。 東朝待予進水剌矣。 卿等其在保護之道, 豈可不念此? 而如是爭執, 似非穩當矣。" 炳學曰: "縷縷陳達, 未承兪音, 又因退去之命, 而遽然退去, 其在諫諍之道, 不成事體。 若以此書諸史冊, 後人以今日朝廷爲何如也?" 右議政洪淳穆曰: "獲此方寸之地, 豈可不得請而退出乎? 雖被方命之誅, 決不可退矣。" 知義禁姜㳣曰: "唐、虞好生之德, 亦謂罪疑惟輕之類, 非可殺之不殺也。" 敎曰: "此猶餘事也。 日將至午, 而東朝尙未進水剌, 予亦不進食。 豈可如是相持乎? 大臣就座也。" 炳學、淳穆, 仍俯伏不退。 上連爲下敎。 炳學曰: "聖敎若是嚴重, 退而賓啓。 雖至庭請, 期承允從之音矣。"
- 【원본】 13책 9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9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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