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 최익현이 상소를 올려 토목 공사 등을 모두 정지하도록 청하다
장령(掌令) 최익현(崔益鉉)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첫째는 토목 공사를 중지하는 일입니다. 나라 임금의 급선무는 덕업(德業)에 있고 공사를 일으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초가집과 흙 섬돌은 요(堯) 임금이 위대하게 된 것이고, 낮은 궁실(宮室)에 변변치 못한 의복은 우(禹) 임금이 흠잡을 수 없게 된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빛나는 자취가 모두 책에 쓰여 있습니다. 만일 고금의 사변을 모두 믿지 않는다면 그만이지만, 만약 본받고자 한다면 그 까닭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신의 말을 깊이 생각하시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공사를 한결같이 모두 정지시킴으로써 백성들의 수고를 덜어주소서.
둘째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정사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재물은 백성들이 하늘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학(大學)》에, ‘재물을 모으면 백성들이 흩어지고 재물을 흩으면 백성들이 모여든다.’고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나라의 재용(財用)이 고갈된 때를 당하여 방대한 역사를 시작하였으므로 형편상 백성들에게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어서 이렇게 한때의 임시방편의 정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대내(大內)가 완공되어 이어(移御)하신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도 원납전(願納錢)의 징수를 정파(停罷)하지 못한다면 장차 어느 때에 가서야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셋째는 당백전(當百錢)을 혁파하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경비가 부족한 것을 근심하시어 이렇게 의로운 발기를 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시행한 지 2년 동안에 사·농·공·상이 모두 그 해를 입었는데, 그 피해가 되풀이되어 온갖 물건이 축나고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토지에서 생산되는 것이 전보다 줄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현 시기의 형편과 세상 인심이 절로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이제 옛날 돈이 통용되어 모든 것이 풍족합니다. 모두 말하기를, ‘이 돈은 앞으로 없어질 것이다.’라고 하는데, 단지 집집마다 바치라는 방(榜)만을 볼 수 있을 뿐 영구히 혁파한다는 밝은 명을 들을 수 없으므로 여러 사람들의 의혹이 점점 짙어가고 있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덕음(德音)을 내리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미혹되지 않도록 하소서.
넷째는 문세(門稅)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당당한 천승(千乘)의 재부로써 이해를 타산하여 이미 백관(百官)과 각 군문에 지급하는 녹봉을 삭감하였습니다. 그 나머지 각 항목의 견감(蠲減)한 물건도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여겨 섶을 팔고 쌀을 파는 사람들에게 한 푼 두 푼 구걸하면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제하지 않으니, 이것은 참으로 이웃 나라에 알려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즉시 금지시켜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없게 한다면 이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겠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네 가지 조항으로 진달하여 권면(勸免)한 것은 실로 나라를 사랑하고 임금을 걱정하는 정성에서 나온 것이니 매우 가상하다. 그러나 토목 역사는 형편상 그만둘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다. 문세를 거두는 것은 옛날에도 그런 예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하였다.
- 【원본】 9책 5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0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건설-토목(土木)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재정-전세(田稅) / 상업-상인(商人) / 재정-국용(國用)
掌令崔益鉉疏略:
一曰, 停土木之役。 國君急務, 在乎德業, 不係興作。 是以茅茨、土階, 堯之所以爲大也; 卑宮室、菲衣服, 禹之所以無間然也。 是以燦然之跡, 具在方策。 若曰: "古今事變, 都不足取信"則已, 苟欲效之, 此可以不深思其故乎? 伏乞聖明深繹臣言, 凡工役之未及經始者, 一竝停撤, 以息民勞。 二曰, 罷取斂之政。 民者, 邦之本也; 財者, 民之所天也。 是以傳曰: "財聚, 則民散; 財散, 則民聚。" 殿下當國用罄竭之際, 創浩大之役, 勢不得已, 藉力於民, 乃有此一時權宜之政。 見今大內告成, 移御屬耳, 願納之徵, 未克停罷, 將於何時而可已乎? 三曰, 革當百之錢。 殿下悶經費之不足, 有此義起, 甚盛擧也。 行之二年, 士、農、工、商, 俱受其病, 轉輾相仍, 百物耗損, 是豈土地生殖異於前而然哉? 時勢人心, 莫之爲而爲爾。 今舊錢行用, 百事豐盈, 皆曰: "此錢將罷。" 而徒見戶納之揭榜, 未聞永罷之明命, 衆疑滋甚。 伏乞聖明, 渙發德音, 使民不迷。 四曰, 禁門稅之捧。 夫以堂堂千乘之富, 較計利害, 旣減百官、各軍門支放之祿。 其餘各項蠲蕩之物, 指不勝屈, 而猶以爲不足, 一分二分, 乞憐於賣薪鬻米, 不恤凍餓之殘氓, 是誠不可使聞於隣國也。 伏乞聖明, 卽爲禁斷, 使民無怨, 則不勝幸甚。
批曰: "四條陳勉, 實出於愛國憂君之誠, 甚庸嘉尙。 而土木之役, 勢不得已而然也; 收斂門稅, 古有其例而然矣。"
- 【원본】 9책 5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0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건설-토목(土木)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재정-전세(田稅) / 상업-상인(商人) / 재정-국용(國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