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금부에서 죄인 조유선 등을 처단하도록 청하다
의금부(義禁府)에서, ‘죄인 조유선(趙猷善), 이재의(李在誼), 권복(權複)은 다시 추국(推鞫)한 뒤에 한 차례 형문(刑問)하여 신장(訊杖) 5도(度)를 치고 형을 정지하고, 죄인 이신규(李身逵)는 다시 추국한 뒤에 한 차례 형문하여 신장 3도를 치고 형을 정지하고, 죄인 이재겸(李在謙)은 다시 추국하였습니다. 죄인 이재의, 이신규, 권복은 지만(遲晩)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재의의 결안(結案)에, 「죄 있는 자손의 남은 종자로서 잘못을 고치자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음흉한 기운을 타고나서 악행을 이루는 흉포함을 서슴없이 범하였습니다. 평소에 한 일은 모두 전하를 배반하고 법을 어기지 않은 것이 없었고, 한집안에서 이어받아 익힌 것은 모두 부모를 버리고 나라를 저버리는 것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믿어오던 것을 잊기 어려워하여 물든 지가 오래되었고 법망을 두려워하지 않아 고약한 짓을 마구 하였습니다. 극가(克可)를 찾아가서 태연히 십계명을 받아 보통 일로 여겼고 정하상(丁夏祥)에게 붙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음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앵베르〔范世亨 : Imbert, Laurent Joseph Marie〕와 가깝게 사귀어 영세를 받고 세례명을 짓기까지 하였고, 고 주교〔高主敎 : Ferréol〕를 데려올 때는 감히 국경을 넘어가서 남의 나라의 지경을 침범하였습니다. 그물에서 벗어나간 물고기는 비록 혹 숨은 쉴 수 있지만 진흙탕에서 싸운 짐승은 결국 자취를 가리기 어려운 법입니다. 면직되었다가 다시 등용된 뒤에 그들과 인연을 끊었다는 말은 법에서 빠져나가기 위하여 함부로 말을 만든 것이며, 엄히 국문한 뒤에 드러난 정상은 거의 남김없이 자백한 것인 듯합니다. 천리가 매우 밝은데 국법을 어찌 피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죄를 캐보면 만 번 죽여도 오히려 가벼우니 어찌 배반을 꾀하고 몰래 추종한 죄율을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모반 부도(謀叛不道)에 대해 확실하게 지만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였고, 이신규의 결안에, 「신유년(1801)에 망한 집안의 후손으로서 기해년(1839)의 법망에서 빠져나가 지금까지 살아있습니다. 뒤틀리고 어긋난 성격을 나면서부터 타고났으니, 이어받은 책에서 배운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대대로 악을 서로 더불어 이루어주면서 모진 짐승의 종자로 바뀌었고 엄한 나라 법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뱀처럼 사악한 성질은 교화받기 어려웠습니다. 음탕한 벗이나 추악한 무리들과 바다 밖에서 호흡을 같이 하였고 요망한 자식과 고약한 조카들로 한 방안 안에서 소굴을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공통된 삼년상을 집안에서 행하지 않은 채 윤리와 도리를 집어던졌으니, 이것이 어찌 사람의 도리이겠습니까? 칠순 된 늙은 몸으로 아직도 오랫동안 지켜오던 것을 잊지 못하여 견진(堅振)과 고해(告解)를 자기 말처럼 외웠습니다. 도마(道馬)라는 세례명을 만들고 사관(思寬)과 친밀하게 지낸 것은 오히려 하찮은 일에 속합니다. 비밀스레 속인 자취는 지목받은 지 이미 오래되었고 사람들을 미혹시킨 죄상은 그 내막이 다 드러났습니다. 그가 범한 죄를 따져보면 상형(常形)을 받아 마땅합니다. 요망한 책과 말을 지어내서 전파시키고 대중을 의혹시킨 데 대해 확실하게 지만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였고, 권복의 결안에, 「음흉하고 간사한 기운을 뱃속에 모으고 흉악하고 사나운 태도를 얼굴에 드러내어 나라 법을 두려워하지 않아 더없이 엄한 죄를 기꺼이 범하였고 집안의 화를 징계하지 않아 다시 전철을 밟았습니다. 그가 숭상하고 믿는 것은 사교(邪敎)요 강론하고 익힌 것은 사서(邪書)입니다. 타블뤼〔安敦 : Daveluy, Marie Nicolas Antoine〕가 문을 열고 가르침에 청해서 공부한 지가 오래되었고 베르뇌〔張敬一 : Berneux, Siméon François〕가 바다를 건너 몰래 와서 예배할 때에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아비도 무시하고 임금도 무시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며 형이라 하고 아우라 하며 서로 따른 것은 효경(梟獍)과 같은 것입니다. 종삼(鍾三)과 같이 흉악한 자와 함부로 패거리를 만들고 조철증(趙喆增)과 같은 대역무도한 자와 서로 내통한 흔적이 분명하니 전후의 정상이 남김없이 드러났습니다. 죄를 무서워하여 사교를 배반하였다는 말은 황당하여 징험할 데가 없고, 글을 지어 사교를 배척하였다는 말은 교활함이 더욱 극에 달한 것입니다. 포도청에서의 공초가 이미 확실하고 국청의 공초가 뚜렷하니 그 흉악하기 그지없는 죄는 만 번 죽여도 오히려 가볍습니다. 요망한 글과 말을 만들어 전파시켜서 사람들을 미혹시킨 데 대해 확실하게 지만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였습니다. 모두 부대시참(不待時斬)002) 에 해당합니다.’라고 아뢰니, 전교하기를,
"추국(推鞫)을 철파(撤罷)하라."
하였다. 이어 전교하기를,
"조유선의 죄범은 용서할 수 없으나 어리석고 지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여러 차례 자세히 신문하였으나 잡을 만한 단서가 없으니, 특별히 목숨을 살려주어 절도(絶島)에 안치(安置)하도록 하라.
이재겸이 줄곧 발뺌하는 것은 숨기는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또한 아주 모질어 형장을 참고 견디면서 자복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단서를 아직까지 잡지 못하여 결말을 낼 기약이 없다. 특별히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으로 우선 목숨을 살려주어 원악지(遠惡地)에 정배(定配)하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9책 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89면
- 【분류】사상-서학(西學)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사법-재판(裁判)
- [註 002]부대시참(不待時斬) : 사형(死刑)을 할 때 가벼운 죄는 춘분(春分)에서 추분(秋分)까지 만물이 생장하는 시기를 피하여 형을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에 구애받지 않고 참형(斬刑)을 집행하는 것. 십악대죄(十惡大罪) 등 중죄(重罪)가 이에 속함.
義禁府以"罪人趙猷善、李在誼、權複, 更推後, 刑問一次, 訊杖第五度, 停刑。 罪人李身逵, 更推後, 刑問一次, 訊杖第三度, 停刑。 罪人李在謙, 更推, 罪人李在誼、李身逵、權複, 捧遲晩。 在誼結案: ‘釁孼遺種, 全沒蓋愆之思, 陰沴賦性, 甘犯濟惡之凶。 平日作用, 無非違聖而背經, 同堂傳習, 盡是遺親而負國。 宿處難忘, 薰染有所, 法禁罔畏, 悖戾滋甚。 訪克可而恬受十戒, 看作茶飯, 寄夏祥而團做一堆, 與同飮食。 范世亨之交密, 則至於領洗而作號。 高主敎之率來也, 乃敢越境而犯界。 漏網之魚, 雖或假息, 鬪泥之獸, 終難掩跡。 起廢後斷棄之說, 妄矣棹脫之話欛, 嚴鞫下掀發之狀, 殆若托出於和盤。 天理孔昭, 王章焉逭? 究厥罪犯, 萬戳猶輕, 烏可免謀背潛從之律乎? 謀叛不道的實, 遲晩。’ 身逵結案: ‘以辛酉覆轍之餘孼, 經己亥漏網而假息。 乖戾之性, 與生俱生, 沿襲之書, 所學何學? 世惡之相與濟而狼貙易種, 邦憲之暋不畏而龍蛇難化。 淫朋醜類, 通呼吸於重溟之外; 妖子悖姪, 成窩窟於一室之內。 三年通喪, 不行於家庭, 滅倫敗常, 是豈人理? 七耋老物, 尙戀其宿處, 「堅振告解。」 如誦己言。 道馬之作號, 思寬之交密, 猶屬薄物細故。 詭祕之跡, 指目已久; 沈惑之狀, 情節畢露。 究厥負犯, 宜伏常刑。 造妖書、妖言。 傳用惑衆的實, 遲晩。’ 複結案: ‘陰慝之氣, 鍾於腸肚, 凶狠之態, 發於面目。 不畏邦憲, 甘犯莫嚴之科, 罔懲家禍, 復蹈己覆之轍。 崇信者邪敎, 講習者邪書。 安敦之開門敎授, 而請業則積有年所。 敬一之渡海潛來而禮拜, 若喜從天降。 無父無君, 禽獸之所不若; 是兄是弟, 梟獍之與同歸。 凶如鍾三, 而恣爲締結之黨, 逆如喆增, 而顯有交通之跡。 前後情節, 掀露無餘。 畏罪背敎之說, 荒誕無徵, 作文斥邪之語, 狡惡尤極。 捕廳之招案已鐵, 鞫庭之責供如印。 其窮凶絶惡之罪, 萬戮猶輕。 造妖書、妖言, 傳用惑衆的實, 遲晩。’ 竝不待時斬"啓。 敎曰: "推鞫撤罷。" 仍敎曰: "趙猷善之罪犯罔赦, 謂之蒙騃沒覺, 可矣。 且屢屢盤覈, 旣無端緖之可執。 特貸一縷, 絶島安置。 李在謙之一往抵賴, 其無隱情而然乎? 抑亦獰頑之甚, 忍杖不服而然乎? 端緖猶且未執, 究竟亦將無期。 特以好生之德, 姑貸一縷, 遠惡地定配。"
- 【원본】 9책 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89면
- 【분류】사상-서학(西學)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