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군수 이종신이 러시아 군대가 남연군의 묘소를 침범한 정황을 보고하다
공충 감사(公忠監司) 민치상(閔致庠)이 올린 장계(狀啓)에,
"덕산 군수(德山郡守) 이종신(李鍾信)의 첩정(牒呈)에, ‘이달 18일 오시(午時)에 세 돛 짜리 이양선(異樣船) 1척이 서쪽으로부터 와서 홍주(洪州) 행담도(行擔島)에 정박하였습니다. 종선 1척은 돛이 없이도 다닐 뿐더러 배 안에서는 연기가 나면서 빠르기가 번개 같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본 군의 구만포(九萬浦)에 도착하여 육지에 내렸습니다. 러시아〔俄羅斯國〕 군대라고 하는 병졸 100여 명이 군복을 입고 창, 칼, 총 등을 가지고 곧바로 관청으로 들이닥치더니 무기를 빼앗고 관청 건물을 파괴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유를 물었더니 대답하지 않고 총을 쏘아대고 칼질을 하면서 접근하지 못하게 하다가 곧바로 남연군(南延君)의 묘소로 달려갔습니다. 묘촌(墓村)에서 호미와 괭이 등의 연장을 빼앗아갔기 때문에 아전, 군교, 군노, 사령들과 가동(伽洞)의 백성들을 거느리고 가서 죽기 살기로 맞섰으나 그들의 드센 칼과 총을 대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서양 도적들이 과연 묘소를 범하여 사초 3장을 떼어 내기까지 하였습니다. 19일 묘시(卯時)에 서양 도적들은 곧 구만포로 가서 배를 타고 큰 배에 모였다가 서쪽을 향하여 갔습니다.’ 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소식을 듣고 놀랍고 황송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기 때문에 신의 감영(監營)에 있는 별초 군관(別抄軍官) 50명, 군뢰(軍牢) 30명과 우병영(右兵營) 소속 군졸 가운데 20명에게 각기 무기를 주고 공주 영장(公州營將) 조희철(趙羲轍)에게 급속히 가동(伽洞) 경내로 거느리고 가게 하였으며, 활쏘는 사람과 총쏘는 사람들을 계속 모집하여 뒤따라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다시 홍주와 해미(海美) 두 진장(鎭將)에게도 밤을 도와 달려가서 힘을 합쳐 변란에 응하도록 엄하게 신칙하였습니다. 여러 군사들의 군량은 다시 이미 다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이웃 고을에 있는 아직 운반해 보내지 못한 세곡(稅穀)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군수 이종신은 이미 잘 방어하지 못한 데다가 또 잘 감시하지도 못하였으므로 우선 파출(罷黜)하였으니 그 죄상을 유사(攸司)로 하여금 품처(稟處)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덕산 군수는 불시의 변고를 당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방어를 준비하였다가 함락 당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으니, 우선 죄명을 지닌 채 거행하게 하라. 그밖에 섬멸할 방책을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도신(道臣)과 수신(帥臣)에게 행회(行會)하게 하라."
하였다.
- 【원본】 9책 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86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외교-러시아[露]
公忠監司閔致庠狀啓: "德山郡守李鍾信牒呈內, ‘本月十八日午時, 三帆異船一隻, 從西而來, 來泊於洪州 行擔島。 而其從船一隻, 無帆能行, 煙出船中, 疾若飛電。 少頃, 到本郡九萬浦, 下陸。 稱以俄羅斯國, 軍兵百餘名, 著軍服、持鎗劍砲, 直入官門, 奪取軍器, 破碎公廨。 故問其委折, 則不答。 發砲行劍, 使不得接足, 直走南延君墓所, 奪取墓村鋤子、光耳等物。 故領率吏、校、奴、令及伽洞之民, 限死抵當, 而其强鋒火砲, 不能抵敵。 洋賊果犯墓所, 至於發莎三張之境。 十九日卯時, 洋賊旋向九萬浦行船, 會合大船, 向西而去’云矣。 前此聞報, 驚悚罔措。 故臣營別抄軍官五十名、軍牢三十名、右營所屬軍卒中二十名, 各持兵器, 使公州營將趙羲轍, 星夜領赴伽洞境內, 射砲手陸續召募, 以爲追赴。 更加嚴飭於洪、海兩鎭營將處, 使之罔夜馳往, 竝力應變。 諸軍之糧料。 還旣盡分, 故以隣近邑未發之稅穀留待。 而該郡守李鍾信, 旣不能備禦, 又不善瞭望, 爲先罷黜, 其罪狀, 令攸司稟處。" 敎曰: "德山倅當不時之變, 此與已備防禦而失守, 煞有間焉, 姑令戴罪擧行。 其餘剿滅之策, 令廟堂行會於道帥臣。"
- 【원본】 9책 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86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병법(兵法) / 군사-병참(兵站) / 외교-러시아[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