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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권, 고종 3년 11월 5일 경신 4번째기사 1866년 청 동치(同治) 5년

중국 예부에 회답한 자문

중국 예부(禮部)에 회답한 자문(咨文)에,

"영국 배가 불에 타 침몰된 일과 프랑스의 격문이 패만(悖慢)했던 이야기와 프랑스 군사가 물러간 이유는 이전 자문에서 상세히 진술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7일에 해미현(海美縣)강화부(江華府)에 다시 와서 통상을 하자고 청하기에 상국(上國)의 공문이 없어서 감히 임의로 허락할 수 없다고 하자, 대청국(大淸國)에 가서 공문과 화물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배를 띄워 멀리 가버린 다음 그림자도 볼 수 없었으니, 곧 자칭 영국인이라 한 모리슨〔馬力勝〕오페르트〔戴拔 : Oppert, Ernest Jacob〕 등입니다. 또 7월에 평양부(平壤府)에 와서 정박하고는 장변(將弁)을 붙잡아가고, 백성들을 살해하며, 재물을 약탈해가고, 총포를 마구 쏘아대다가 얕은 물에 걸려 불에 타 침몰된 것은 곧 자칭 영국인 토마스〔崔蘭軒 : Tomas, Robert Jermain〕, 덴마크인 리바항〔李八行〕오귀자〔吳鬼子〕 등입니다.

원래 미국인과 돛을 두 개 단 배 1척이 얕은 물에 걸려서 불에 타버렸거나 선주와 배군 24인이 붙잡힌 일은 없는데, 이번에 윌리엄스〔衛廉士 : Williams, S. W.〕로부터 온 편지는 평양부에서 영국 배가 침몰된 사실이 와전된 것을 근본을 잘 따져보지 못한데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영국, 프랑스 양국과 본래 교섭도 없었는데 어찌 화의를 잃을 수 있겠습니까? 통상과 선교의 문제는 나라의 법에 의하여 거절하였고, 선교사의 문제는 다른 나라의 나쁜 사람이 변복하고 사람들을 현혹시켰기 때문에 배척하고 제거한 것일 뿐입니다.

대체로 천하의 각국이 서로 전쟁을 할 때는 반드시 먼저 실정을 자세히 알아보고 불화의 단서를 똑똑히 잡은 다음에야 비로소 군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인데, 지금 프랑스인들은 우리나라의 미비함을 엿보고 강화부에 느닷없이 들어와 온 성을 모두 불사르고 허물고 재화를 약탈해갔습니다. 이것은 곧 약탈을 일삼는 포악한 도적 무리와 한가지입니다. 통상이 과연 이와 같은 것입니까? 선교라는 것이 과연 이와 같은 것입니까? 마침내 그들은 두령(頭領)이 섬멸되자 돛을 올려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종적을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에 다만 의리를 잡고 준비를 갖추고 힘써 성신(誠信)을 다하고 있는데, 병비(兵費)를 배상하라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귀 예부와 총리 아문(總理衙門)에서 이해관계까지 염려해 주었으니 매우 감사합니다.

다만 프랑스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보관해 두었던 무기를 빼앗아간 것이 그 수량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옳을지 모르지만, 프랑스에서 우리나라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디 이런 법이 있을 수 있습니까?

대체로 프랑스인이 통상이니, 선교니, 배상이니 하는 여러 일들이 우리나라의 백성과 국가의 정세로는 비록 몇 해 동안 양이(洋夷)들에게서 곤란을 당할지언정 절대로 시행할 수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귀 예부에서 실정을 깊이 헤아리고 기미에 따라 알려주어서 말썽이 없게 하며 시종 일관한 혜택을 베풀어 준다면 천만 번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 【원본】 7책 3권 8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48면
  • 【분류】
    외교-영국(英) / 외교-야(野) / 외교-구미(歐美) / 외교-프랑스[法] / 외교-미국(美) / 사상-서학(西學)

    回咨中國禮部文。

    第玆船焚溺之事, 檄悖慢之說, 兵退去之由, 前以具咨詳陳。 而本年二月七日, 再到海美縣江華府, 因請通商, 以無上國公文, 不敢擅便許施, 則謂往大淸國公文竝貨物前來, 而發船遠去, 仍無形影者, 卽自稱馬力勝戴拔等也。 又於七月, 來泊平壤府, 拘執將弁, 殺害人民, 討索財貨, 亂放銃砲, 擱淺而自被燒溺者, 卽自稱崔蘭軒, 但國李八行烏鬼子等也。 原無美國人兩枝桅船一隻擱淺被燒, 竝捉去船主水手等二十四人之事, 則今此衛廉士來函, 想因平壤府 船燒溺事, 而轉相訛傳, 不究根由也。 弊邦與兩國, 本不交涉, 何有失和? 通商傳敎則以邦禁而拒絶之, 敎士則以異國莠民, 變服誑惑, 而斥除之而已。 凡天下各國, 相與征戰, 必先詳究情實, 明執釁端, 始可興兵。 而今人之瞰我未備, 闖入江華府, 焚毁全城, 剽攘財貨, 卽一刦掠殘暴之寇也。 通商者果如是乎? 傳敎者果如是乎? 末乃頭領被殲, 擧帆而走。 然伊後踪跡, 有難料測, 惟當秉義修備, 務盡誠信。 而至若兵費賠償一節, 伏荷貴部及總理衙門之慮及利害, 誠萬萬銘感。 但人之攫取弊邦袋蓄戎器者, 其數不些, 則弊邦責償於法國, 猶或可矣。 法國責償於弊邦, 安有是也? 凡係人之通商、傳敎、賠償諸事, 本邦之民情、國勢, 雖幾年受困於洋夷, 斷不可行。 煩乞貴部, 深軫情實, 隨機指諭, 俾底安靖庸究終始之惠, 千萬幸甚。

    云云。


    • 【원본】 7책 3권 8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48면
    • 【분류】
      외교-영국(英) / 외교-야(野) / 외교-구미(歐美) / 외교-프랑스[法] / 외교-미국(美) / 사상-서학(西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