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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권, 고종 3년 9월 12일 무진 8번째기사 1866년 청 동치(同治) 5년

동부승지 이항로가 외적과 화친하지 말고 항전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다

동부승지(同副承旨) 이항로(李恒老)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어린 나이로 조종(祖宗)의 큰 위업을 이어받았는데, 외적들이 점점 더 날뛰던 끝에 변란이 갑자기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전하는 부지런히 정무를 보시면서 초야에 있는 어리석은 선비들에게도 오히려 혹 천에 한 번쯤은 좋은 계책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역마를 보내어 부르셨습니다.

하지만 신은 본래 글귀나 다루는 하찮은 사람인데다 늙고 병들어 죽음이 임박하여 정신마저 혼미하여 적들의 실정을 헤아려 시사(時事)를 조리 있게 논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그 대강을 든다면 지금 국론이 두 설로 나뉘어 다투고 있습니다. 이른바 양적(洋賊)을 치자는 것은 나라 입장에 선 사람이고, 양적과 화친하자고 하는 것은 적의 입장에 선 사람들입니다. 앞의 주장을 따르면 나라 안의 오랜 전통의 문물 제도를 보전할 수 있고, 뒤의 주장을 따르면 사람들을 짐승의 구역에 밀어넣게 됩니다. 이는 크게 구분되니 조금이라도 상도(常道)를 지키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두려운 것은 위급한 화가 눈앞에 닥친 때에 이해 타산과 요행수를 찾으려는 논의가 틈을 타면 성상께서 과연 한결같이 견지하면서 강경하게 진압하여 옛날 손씨(孫氏)가 오랑캐들을 치며 발휘한 높은 용맹과 같이 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나라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논의에도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싸우면서 고수하자는 설이고, 하나는 도성을 떠나가자는 설입니다.

신의 생각은 싸우면서 고수하자는 것은 상경(常經)이고, 도성을 떠나자는 것은 달권(達權)입니다. 상경은 사람마다 다 지킬 수 있지만, 달권은 성인이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대체로 태왕(太王)의 덕을 지니고 있으면 가능하지만, 태왕의 덕을 지니지 않으면 저자에 사람들이 모이듯이 돌아오는 호응은 없습니다. 백성들은 한번 흩어지면 다시 규합시킬 수 없으며, 대세(大勢)는 한 번 떠나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신이 변란에 앞서 깊이 걱정하는 까닭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혹 변란이 있을 경우에는 차라리 상경을 지킬지언정 갑자기 성인의 일을 가지고 자신을 비교하지 마십시오. 만약 싸우면서 고수하자는 설을 전하의 마음속으로 확고히 정한다면 귀머거리나 절름발이 같은 자들도 또한 용기백배할 텐데, 하물며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집안의 사람들과 초야에 있는 충성과 의로운 사람들이야 누구인들 백성들에게 전하를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자고 고무 격려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신은 바라건대 전하께서 빨리 비통해 하는 전교를 내려 외적들이 침입하게 된 원인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잘 처리해나갈 뜻을 분명하게 보이십시오. 교서문을 매우 간곡하게 내려 귀신들도 눈물을 흘리고 초목과 풀마저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면 백성들 마음을 고무하여 계발시키는 실마리가 여기에서 얻어질 것입니다.

대신들을 존경하고 믿어서 체모를 높여서 언로(言路)를 넓히고, 장수들을 잘 선발하여 군사 준비를 잘 하도록 하며 인망높은 사람들을 적중하게 잘 등용하십시오. 팔도(八道)에서 각기 그 도의 인망 높은 사람들을 잘 선발하게 하여 호소사(號召使)로 임명하여 위엄과 권력을 임시로 맡겨주어 존중하고 총애하는 뜻을 보여주십시오. 적이 쳐들어오면 적을 무찔러서 침입을 막아서 왕실을 보위하게 할 것이고, 적들이 물러나가면 떳떳한 윤리 도덕을 밝게 닦아서 삿된 교리가 없어지게 하소서. 그렇게 되면 화를 복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또한 여기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신은 바라건대 전하의 계책이 경사(卿士)에게 미치면 모든 경술(經術)과 도덕이 전하의 스승이나 벗이 되기에 충분하고, 대면하여 꾸짖고 조정해서 간(諫)할 수 있다면 전하의 잘못을 바로잡기에 충분하고, 효성과 청렴한 기질이 있다면 전하의 풍속(風俗)이 면려되기에 충분하며, 청백리를 등용하여 정사를 잘하면 전하의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에 충분하며, 군사와 학문과 재능과 지혜가 있다면 전하께서 흡족해 하는 것에 딱 맞기에 충분합니다. 무릇 자그마한 장점이나 한 가지 재주가 있어 전하께서 벼슬을 시킬 만한 요건을 갖추었는데도 배척과 버림을 받아 타락해 있는 사람들도 유사(有司)에게 마음을 다해서 찾아내소서. 그들로 하여금 의기양양하게 와서 여러 벼슬자리에 있게 된다면 조정은 청렴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드러나며 사림(士林)도 서로 기뻐할 것입니다.

토목 공사를 중지하고, 백성들에게 마구 거두어들이는 정사를 금하고, 사치 부리는 습관을 없애고, 궁실도 낮게 짓고 음식도 검박하게 차리며 옷도 검박하게 입도록 하고, 백성들을 위한 일에 모든 힘을 다하기를 하우(夏禹)가 한 것처럼 하며,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덕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고요(皐陶)맹자(孟子)의 가르침 같이 하소서. 믿음과 신용이 널리 미치게 한다면, 백성들의 생활은 크게 펴지고 여러 사람들은 모두 흡족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 다음에라야 양적(洋賊)들을 몰아낼 수 있고 나라를 보위할 수 있습니다."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아뢴 여러 조항들이 잘못을 고치기 위한 논(論)이 아닌 것이 없다. 마땅히 유념하겠다."

하였다.


  • 【원본】 7책 3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35면
  • 【분류】
    외교-프랑스[法] / 정론-정론(政論) / 건설-토목(土木) / 역사-고사(故事)

    同副承旨李恒老疏略:

    恭惟我殿下以沖齡, 膺受祖宗丕丕, 基霜豕積漸, 禍亂猝發, 宵衣旰食, 謂草萊之愚, 猶或有千慮之一得, 有此馹召之擧。 臣本章句腐儒, 加以老病垂死, 精神昏耗, 不得逆探賊情, 條論時事。 然姑擧其大槪, 則今日國論, 兩說交戰。 謂洋賊可攻者, 國邊人也; 謂洋賊可和者, 賊邊人也。 由此則邦內保衣裳之舊; 由彼則人類陷禽獸之域。 此則大分也, 粗有秉彝者, 皆可以知之。 但恐危急之禍, 迫於呼吸, 而計利徼倖之論, 乘間抵隙, 則未知聖明, 果能持之如一, 剛決鎭壓, 如孫討虜斫案之勇否也。 此愚臣之所大懼也。 其主國邊之論者, 又有兩說。 其一, 戰守之說也; 其一, 去豳之說也。 臣謂戰守常經也, 去豳達權也。 常經, 人皆可守; 達權, 非聖人不能也。 何者? 蓋有太王之德則可, 無太王之德則無歸市之應矣。 百姓一散, 不可復合; 大勢一去, 不可復來。 此愚臣所以先事深憂。 願殿下, 脫有事變, 寧守常經而無遽以聖人之事自況也。 若於戰守之說, 堅定聖志, 喑聾跛躄, 且增百倍之氣, 況簪纓世臣之族、草野忠義之人, 孰不願激勸小民, 爲殿下效死哉? 臣願殿下亟下哀痛之敎, 自訟致寇之由, 明示善後之意。 十行絲綸, 丁寧懇惻, 足以泣鬼神而動木石, 則其鼓發民情之端, 得之於此矣。 敬信大僚, 以尊體統, 廣開言路, 選將繕武, 極用人望。 八道內, 各擇本道人望所歸者, 爲號召使, 假之以威權, 示之以尊竉。 賊來則折衝禦侮, 以衛王室; 賊去則修明彝倫, 以息邪敎。 則其轉禍爲福之幾, 又得之於此矣。 臣願殿下謀及卿士。 凡經術道德足以爲殿下之師友, 面折廷爭足以正殿下之闕失, 孝廉氣節足以勵殿下之風俗, 淸白政事足以活殿下之赤子, 武學才智足以敵殿下之所愾, 與凡小善一藝可備殿下之器使而擯棄淪落者, 卽命有司悉心推訪。 使之于于洋洋, 來列庶位, 則朝著淸明, 士林相慶矣。 停土木之役, 禁斂民之政, 去侈大之習, 卑宮室菲飮食, 惡衣服, 而盡力於民事如大禹之爲, 以好生之德充不忍人之心如皐陶之謨、孟子之訓。 孚信旁達, 則民力大舒, 物情洽然。 如此然後, 洋賊可逐, 國家可保也。

    批曰: "所陳諸條, 無非藥石之論。 當體念矣。"


    • 【원본】 7책 3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35면
    • 【분류】
      외교-프랑스[法] / 정론-정론(政論) / 건설-토목(土木)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