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군 기정진이 이양선의 출몰과 관련하여 아뢰다
부호군(副護軍) 기정진(奇正鎭)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전해 들으니 근자에 서양 오랑캐가 창궐하여 흉악한 계책을 수 없이 꾸민 것으로 인해 급기야는 북경에서 자문(咨文)이 오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자문의 내용은 매우 수상하여 반은 공갈인 듯하고 반은 조정(調停)해 보려는 뜻인 듯합니다. 선척이 또한 서해를 침범하여 정박하니, 대개 이 적들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흉포한 마음을 품은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뱃길이 얕은 데가 많고 바닷가의 산들이 대부분 험준하여 저들이 의심을 가지고 감히 상륙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지금 비록 그 나라 사람들을 살해했다는 것으로 트집을 잡기는 하지만, 사실 죽여도 돌아오고 죽이지 않았어도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 이미 온 자들이 상륙하여 흉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후에 오는 자들이 있을지 없을지 그리고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흉포한 행동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은 저들에게 달려 있고, 그들의 변란에 잘 대처하는가 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들이 우리를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변고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묘당의 심오하고 장구한 계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것이니, 초야에 묻혀 있는 어리석은 신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찮은 신의 지나친 근심에는 혹 때를 놓쳐서 후회막급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충정에서, 평소 자신의 분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감히 몇 가지 조목을 아래에 적어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올립니다.
첫째, 조정의 계책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예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반드시 바뀌지 않을 계책을 먼저 수립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계책이 임금과 재상의 마음에 변함없이 정해진 뒤에야 만백성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니, 국론이 여러 갈래로 분열되는 것은 국사의 가장 큰 병폐입니다.
자문이 나온 이후로 민간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북경에서 행해졌던 일이 장차 우리나라에서 다시 행해질 것이다.’라고 합니다. 다른 때 만약 백관 중 어떤 이가 이러한 말로써 많은 사람들을 의혹시킨다면 신은 말하기를, ‘이는 요망한 말이다. 외국과 통상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 오랑캐들은 보통 요망한 오랑캐들이 아니어서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뜻을 이루어 온 세상을 자기의 손아귀에 넣었다.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곳이라고는 오직 우리 조선뿐이므로 저들은 우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어 갖은 방법을 다하여 틈을 내고 구멍을 뚫어 기어코 통상을 이루고야 말려는 것이니 이 밖에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할 것입니다.
그들이 가진 끝없는 탐욕은 우리나라를 자신의 속국으로 만들고, 우리의 산하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우리나라의 백관을 자신의 노복으로 만들며, 우리의 예쁜 소녀들을 잡아가고, 우리의 백성들을 금수와 같이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만일 통상의 길이 한번 트인다면 2, 3년 안에 전하의 백성으로서 서양화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절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으며 조금의 관용도 베풀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요즘 사치를 좋아하는 경박한 무리들은 서양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쌓아두려 하고 서양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을 탐내는데 이것은 가장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이는 해구(海寇)의 세력이 우리나라에 침투되고 있다는 조짐입니다.
그러므로 중앙과 지방 관리들에게 명하여 전인(廛人)들이 쌓아두고 있는 서양 물건들을 수색하고 압수하여 네거리에서 불태워버리도록 하소서. 이렇게 한 후에도 계속 사들이는 자들에 대해서는 외적과 내통한 죄로써 처벌하소서.
둘째, 먼저 사령(辭令)을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두 나라가 서로 전쟁을 하게 되면 사신(使臣)이 각국의 군대 사이에 끼이게 되는데, 사신의 논리 정연한 말로써 상대를 설득하면 상대가 군사를 이끌고 물러나곤 하였습니다. 저들이 자기네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고 우리에게 문책할 때 우리의 대답이 공명정대하고 분명하지 않으면 문책하는 사람은 기세가 등등해질 것이며 대답하는 사람은 기가 꺾이게 될 것이니, 기가 사느냐 꺾이느냐에 곧 승패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의(大義)에 당당하게 대답하기를, ‘우리나라는 외국인에 대하여 대접을 본래 박하게 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먹을 것을 주었고, 병을 앓는다고 하면 약을 주었으며, 배가 기울고 새면 재목을 주었다. 어려움을 당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구원하려는 뜻이 어찌 멀고 가까움에 따라 차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만약 지방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변장하여 몰래 들어와서 성안과 여염을 돌아다닌다면 이는 바로 정탐하는 행위이며 외적을 끌어들이는 길잡이다. 이에 나타나는 즉시 체포하여 형벌을 가하는 것은 세상 모든 나라들의 떳떳한 법인데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더구나 이들은 이미 이와 같은 죽을죄를 범하였고 또 무뢰배들을 불러모아 임금을 배반하고 아비를 저버리는 교리로써 꾀어내어 남녀의 도리를 어지럽히고 인원수에 따라 공물을 받는 등 갖은 추악한 행동을 하였으니, 이들은 우리나라의 죄인일 뿐 아니라 바로 너희 나라의 수치이기도 하다.’라고 한다면 저들은 반드시 대답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용강현(龍岡縣)에서 저들과 문답한 내용을 적은 글을 보건대 저 추악한 무리들의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처음부터 대답한 말이 없었으니 기가 꺾여버린 상황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사령에 능한 사람에게 미리 대답할 말을 만들어 연해의 진과 읍에 반포하도록 하소서.
셋째, 지형을 잘 살피는 일입니다. 물에서 날랜 자는 뭍에서는 날래지 못한 법입니다. 저들을 제압하는 방법은 아마도 험준한 곳에 의거하여 요격하는 것 이상의 방책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넷째,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다섯째, 바른말을 구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내치에 힘쓰고 외적을 막는 일입니다.
조목들은 매우 많지만 그 귀결점은 사람들의 마음을 결속시켜야 한다는 한 마디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쓰거나 정사를 돌볼 때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결속시켜야 한다는 점을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국가로서는 매우 다행한 일일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아뢴 여러 조목은 매우 명백하고 통쾌하여 능히 서양 오랑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하다. 그대는 더욱더 훌륭한 방책들을 올려서 나의 지극한 뜻에 부응하도록 하라."
하였다.
- 【원본】 7책 3권 50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29면
- 【분류】외교-프랑스[法] / 교통-수운(水運) / 군사-병법(兵法) / 군사-군정(軍政) / 정론-정론(政論)
副護軍奇正鎭疏略:
仄聞日者, 洋胡猖獗, 凶圖狼藉, 至有北京移咨之來。 其辭意殊常, 半涉虛喝, 半涉調停。 船隻亦或犯泊西海, 蓋此賊之懷狼心於吾東, 非一朝一夕之故。 特以舟路多淺, 海山多峻, 狐疑而不敢登陸。 今雖以殺害彼人爲執言, 其實削之亦反, 不削亦反也。 今其旣來者之登陸肆凶, 不可保其必無。 後來者之有無多寡, 又非料度所及。 要之, 肆凶與否在彼, 應變之善不善在我。 不可恃彼之不我犯而不爲應變之圖也。 廟堂之深謀長策, 竊計靡不用極, 有非草野愚淺之臣, 所可懸想者。 而微臣漆嫠之過慮, 尙恐其機事之或失, 後悔無窮, 衷情所迫, 平日之私分, 有不暇顧矣。 敢以數條, 錄在下方, 冒昧陳達。 其一, 廟筭不可不先定。 自古有國家者, 必先有一定不易之筭。 定於君相之心而後, 萬人精神灌注歸一, 三歧兩端, 最事之病也。 咨文以後, 里巷愚妄以爲: "北京已行之事, 將不免復在吾東矣。" 異時百僚之中, 有以此說疑亂四聰者, 則臣以爲: "此, 妖言也。 外國相通, 非曰無之。 此胡乃非常妖氣, 計行意得, 一天之下, 盡入其彀中, 差爲乾淨者, 獨靑邱一片耳。 彼以此爲眼中之釘, 百方鑽隙, 必欲交通而乃已, 豈有他故哉?" 其無厭之溪壑, 欲附庸我國家, 帑藏我山海, 奴僕我衣冠, 漁獵我少艾, 禽獸我生靈耳。 萬一交通之路一開, 不出二三年, 殿下赤子, 不化爲西洋者無幾。 斷然自任, 無或饒恕。 近日豪華輕薄, 喜蓄洋物, 貪服洋布, 最爲不祥, 殆海寇東來之兆。 命中外官, 搜括廛人所儲洋物, 焚之通衢。 嗣後貿來者, 施以交通外寇之律。 其二, 先修辭令。 古者兩國相攻, 使在兵間, 辭令屈則斂兵而退。 彼以濫殺問我, 而我之答辭, 若不光明直截, 則問者氣伸, 答者氣縮。 氣之伸縮, 卽勝敗所決也。 其答大義, 當云: "我國待外國人, 本自不薄。 告飢則賜食, 告病則賜藥, 告舟船傾漏則給材木。 哀矜救活之意, 豈有遠近之別乎? 若或不告地方官, 變形潛入, 出沒城府閭巷間, 則此乃窺覘之奸細, 寇賊之先導也。 隨現捉而加刑誅, 乃天下有國之恒典, 何足疑乎? 況此人等, 旣犯此一罪, 又嘯聚無賴, 誘以反君、背父之敎, 瀆亂男女, 計口收貢, 醜惡兼備。 此非徒我國之罪人, 乃汝國之羞恥。" 彼必無辭可答。 竊見龍岡縣問答一紙, 彼醜有問, 而我人元無所答, 其沮縮之氣可想。 令善爲辭令者, 作答爲一通, 頒布沿海鎭邑。 其三, 審地形。 利於水者, 不利於陸。 制彼之法, 恐不過‘據險邀擊’四字。 其四, 鍊兵; 其五, 求言; 其六, 內修外攘。 節目甚繁, 要其歸則不過‘結人心’三字。 用人行政之際, 以結人心三字, 念念不舍焉, 國家幸甚。
批曰: "所陳諸條, 明白痛快, 可使洋醜足以破膽。 爾其益進良猷, 副此至意。"
- 【원본】 7책 3권 50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29면
- 【분류】외교-프랑스[法] / 교통-수운(水運) / 군사-병법(兵法) / 군사-군정(軍政)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