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좌도 수군절도사 구주원이 이양선에 대해 보고한 부산 첨사의 보고서를 보고하다
경상좌도 수군절도사(慶尙左道水軍節度使) 구주원(具胄元)이, ‘이달에 도착한 15일 부산 첨사(釜山僉使) 윤석만(尹錫萬)의 치보(馳報)에서 문정임역(問情任譯) 이주현(李周鉉)의 수본(手本) 내에, 「비직(卑職)들이 배를 타고 이양선(異樣船)이 정박하고 있는 곳까지 쫓아갔는데,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와 보면서 사다리를 내려 주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사람들의 겉모습이 모두 괴상하게 생겼는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더부룩한 머리털은 노랗기도 하고 붉기도 하였습니다. 코는 우뚝하고 수염은 성글었으며 눈알이 노랗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였는데 손목과 팔뚝 사이에는 바늘로 문신(文身)한 것이 있었습니다. 머리에는 전모(氈帽)나 우리나라의 전립(戰笠)같은 것을 쓰기도 하였고, 옷 색깔은 푸르거나 검은 색으로 홑저고리와 홑바지를 입었는데, 모두 모직류였습니다. 옷깃을 여미는 곳에는 단추를 달아 연결하였으며 발에는 다같이 검은 가죽신을 신었는데, 모두 8명으로 여자는 없었습니다. 말은 처음부터 알아들을 수가 없어 필담(筆談)으로 계속해 보았으나 역시 대답이 없었고, 글자를 쓰게 했더니 구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것이 언문(諺文)도 아니고 전자(篆字)도 아니었는데, 물어 볼 길이 없었습니다. 그 중에 두 사람은 모습이 그다지 괴이하지 않았고 머리를 땋아서 뒤로 넘겼는데 무언가 이해하는 듯한 기색이 있어 글자를 써서 따로 물어보니, 첫 번째 사람은 풍남산(馮南山)으로 나이는 27세였고, 두 번째 사람은 요제(姚弟)로 나이는 19세였습니다. 풍남산이 쓰기를, 『우리 두 사람은 본래 청나라 광동성(廣東省)의 상해현(上海縣) 사람으로 함풍(咸豐) 5년〔1855〕 9월 10일 이 배에 양창(洋鎗)과 양포(洋砲)와 모전(毛氈) 등의 물품을 싣고 장사를 목적으로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지난해 10월 일본국(日本國) 장기도(長崎島)로 가서 창과 대포와 모전으로 대모(玳瑁)를 환대(換買)하여 금년 2월에 출범(出帆)하여 본국으로 향해 가던 중에 풍랑을 만나 표류(漂流)하다가 음식물을 사기 위해 이곳에 이르렀다.』하였습니다. 다시 묻기를,『그대들은 광동 사람인데, 무슨 연유로 함께 탔으며, 이 배는 어느 나라 배이고, 배의 이름은 무엇이고, 총과 대포와 모전은 어느 나라 소산이며, 음식물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는가?』 하니, 답하기를, 『배는 미국(美國)의 샌프란시스코〔屬金山〕의 배입니다. 우리 대청(大清)은 바로 통상하고 있는 사이이므로 광동성 상해현의 관장(官長)이 우리들을 차출하여 미국 사람들의 전어관(傳語官)을 삼았기 때문에 함께 배를 탄 것이며, 요제는 바로 나의 근역(跟役)입니다. 장사를 하는 외에 별도로 다른 일은 없습니다. 배의 이름은 사불(士佛)이고 포와 총과 모전은 틀림없이 미국산이고, 음식물은 쌀과 설탕으로 사고자 하는 것은 산 닭과 생선입니다.』하였습니다. 다시 묻기를,『미국은 어느 쪽에 있으며, 상해에서 미국까지, 미국에서 장기까지의 거리는 수로(水路)와 육로(陸路)로 각각 몇 리나 되며, 광동성 상해현에는 관장이 몇 명이나 있으며, 배 가운데 두령(頭領)은 몇 사람이며, 함께 탄 사람은 몇 명이나 되고, 성명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씩이나 되는가?』하니, 답하기를,『미국은 서쪽에 있고, 광동성 상해로부터 미국까지, 미국에서 장기까지의 거리는 수로로 각각 4만 리인데, 육로는 모두 통하지 않습니다. 광동성에는 72개의 현(縣)이 있는데 현마다 각기 한 사람의 관장이 있습니다. 배를 탄 사람은 우리 두 사람을 합쳐서 8명이고 두령은 1명인데, 바로 선주(船主)인 라불(羅佛)은 나이가 50세입니다. 화장(火長)은 비림(非林)으로 32세이고, 수수(水手)는 다치(茶治)로 23세이고, 미사(未士)인 반지(班地)는 30세이고, 나륜(羅倫)은 48세이고, 리다(里茶)는 31세입니다. 화장은 음식을 관장하고, 수수는 바로 사공(沙工)이며, 미사는 또한 곁꾼〔格軍〕입니다. 이 배 외에 다시 동행은 없습니다. 포와 총과 모전은 바로 각 나라와 화매(和賣)할 물건이니 귀국의 해삼(海蔘)과 다시마와 절인 생선 등의 물품과 환매(換買)하기를 원합니다.』하였습니다. 물건을 화매하는 것은 법으로 금하고 있으니 허락하기는 어렵다고 답하자, 그들이 다시 음식물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과일과 생선과 닭 등을 약간 마련하여 주니,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두 손을 마주 잡고서 고마움을 표시하였습니다. 배의 모양은 매우 정교하고 사치스러웠는데 길이는 13파〔把〕, 너비는 4파, 높이는 5파나 되고, 외면의 윗부분의 절반은 검은 칠을 했고 아랫부분의 절반은 속을 동철(銅鐵)로 만들었습니다. 배 안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의 좌우에는 양포 60병(柄), 양총 50병이 있었고 모양은 우리나라의 조총(鳥銃)이나 단총(短銃)과 같았습니다. 돛은 3개인데 첫째 돛은 길이가 5파, 둘째 돛은 8파, 셋째 돛은 6파였습니다. 화살을 만드는 참대로 1층 간살의 얽이를 만들었는데 숙마(熟麻)로 만든 밧줄로 잡아매고 백목(白木)으로 만든 풍석(風席) 3 건(件)을 각각 칸살 위에 말아서 매달아 놓았습니다. 쇠로 만든 닻이 2개 있었고 쇠고리를 이어 만든 닻줄이 3장(張) 있었는데 각각의 길이가 30파였습니다. 조그마한 급수선(汲水船)이 한 척 있었는데. 길이가 2발, 높이와 넓이가 각각 반 파였는데 큰 배 옆에 매여 있었습니다. 2층에는 칸칸마다 사면을 잘 꾸며 놓았는데 모두 유숙(留宿)하는 장소였습니다. 모전과 대모 등의 물품을 보관해두었는데, 자명종 2좌(坐), 뒤주 2좌, 급수통 5좌가 있었으며 그밖에 사기 그릇, 유리 그릇, 수저 등의 물건들은 이루 다 살펴볼 수가 없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선(下船)하겠다는 뜻을 보이니, 그들은 일제히 손을 맞잡으며 마치 인사하면서 헤어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이양선에 대해서 문정(問情)한 것은 청나라 사람들과의 필담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대체로 그들의 장사하는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된 것인데 원래부터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과는 말과 글을 통할 수가 없어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여러 가지 집물(什物)의 수효를 개록(開錄)하여 성책(成冊)하고 선체(船體)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올려 보냅니다.’라고 아뢰었다.
- 【원본】 7책 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11면
- 【분류】외교-미국(美) / 교통-수운(水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어문학-어학(語學)
慶尙左水使具胄元以"本月十五日, 到付釜山僉使尹錫萬, 馳報問情任譯李周鉉手本內: ‘卑職等乘船追異樣船下碇處, 船上之人一齊出見, 垂以浮梯。 攀緣以上, 則人形通同古怪, 身長不大不小。 頭髮髼鬆, 或黃或赤, 鼻高髯禿, 眼睛或黃或碧, 腕臂間有鍼刺文。 所戴或氈或如我國戰笠。 所著或靑或黑, 上單襦下單袴, 皆氈之屬。 而合襟處, 連結團鈕, 足著俱黑皮靴, 共八名而無女人。 言語初不曉解, 繼以筆談, 亦無所答。 使之書字, 則如雲如畫, 非諺非篆, 憑問無路。 中有兩人, 貌不甚古, 編髮垂後, 似有曉解之意。 以文字別爲通問, 則第一馮南山年二十七, 第二姚弟年十九。 南山書之以「俺二人, 本以大淸 廣東省 上海縣人。 咸豐五年九月十日, 同載此船洋鎗、洋砲、氈等物, 商販次周流四方; 上年十月, 往日本國 長崎島, 鎗砲氈換貿玳瑁; 今年二月, 開帆向本國, 逢風漂流, 爲買食物, 到此」云云。 更問曰: 「爾旣是廣東人, 則緣何同騎? 而此船卽何國船? 船號甚麽? 鎗、砲、氈卽何國所産? 而食物欲買何物邪?」 答曰: 「船是美國 屬金山船也。 我大淸, 乃是通貨之間, 廣東 上海縣官長, 差俺爲美國傳語官, 故與之同騎, 而姚弟卽俺跟役也。 商販之外, 別無他事, 船號則士佛, 而砲、鎗、氈, 果是美國所産, 食物米糖, 而願買則毛鷄、鮮魚」云。 更問: 「美國在何方? 而上海之距美國, 美國之距長崎, 水陸路各幾里? 廣東 上海官長有幾人? 船中頭領爲幾人? 同騎人名爲幾許? 而姓名甚麽? 年歲各幾許邪?」 答: 「美國在西方, 而廣東 上海之距美國, 美國之距長崎, 水路各爲四萬里, 陸路俱不通。 廣東省有七十二縣, 每縣各有一官。 同騎人名俺兩箇竝八人, 而頭領一人, 卽船主羅佛年五十。 火長非林年三十二, 水手茶治年二十三, 未士班地年三十, 羅倫年四十八, 里茶年三十一。 火長卽掌食, 水手乃沙工, 未士亦格卒。 此船外, 更無同行, 而砲、鎗、氈, 乃各國和賣之物, 貴國海蔘、海帶、鮑魚等物, 願爲換貿」云答。 和賣法禁, 有難許施, 渠等更請食物, 故實果、魚鷄等, 略干備給, 則點頭叉手, 有稱謝之意。 其船樣則極精侈, 長十三把, 廣四把, 高五把, 外面上一半塗黑漆, 下一半襄以銅鐵。 中有二層, 第一層左右, 有洋砲六十柄、洋鎗五十柄, 制樣如我國鳥銃、短鎗。 帆爲三箇, 第一帆長五把, 第二長八把, 第三長六把。 以弓竹作爲一層間架, 以熟麻索列繫。 白木風席三件, 各於架上, 捲以懸之。 鐵碇二坐, 連環鐵碇索三張, 各長三十把。 汲水小船一隻, 長二把, 高廣各半, 把繫船邊。 第二層, 間間飾欌爲四處, 皆留宿所也。 藏置氈、玳瑁等物, 而自鳴鍾二坐, 糧米樻二坐, 汲水桶五坐。 其餘沙器、琉璃、匙箸等物, 無以盡閱。 以手指示下船之意, 則渠等一齊叉手, 有若辭別之狀。 今此異船問情, 以其淸人筆談, 槪詳其商販事情, 而至若原騎人之言書莫通, 殊甚可悶。 什物數爻, 開錄成冊及船體人貌, 圖畫上送’"啓。
- 【원본】 7책 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11면
- 【분류】외교-미국(美) / 교통-수운(水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어문학-어학(語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