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들이 차자를 올려 사교를 믿은 죄인을 벌하도록 청하다
시임 대신(時任大臣)과 원임 대신(原任大臣)이 올린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정원용(鄭元容),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 김좌근(金左根), 영의정(領議政) 조두순(趙斗淳), 판돈녕부사(判敦寧府事) 이경재(李景在), 좌의정(左議政) 김병학(金炳學)이다.】 연명 차자(聯名箚子)의 대략에,
"떳떳한 윤리를 밝혀서 사람의 기강을 세우고 정학(正學)을 숭상하여 풍속과 교화를 바로잡은 것은 바로 나라가 생긴 이래 변함없는 원칙이었습니다. 생각하건대 우리나라는 온갖 학문과 문물 제도가 찬란하게 갖추어져 집집마다 옛 성인(聖人)들의 품행을 따르고 집집마다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책들을 외우고 있습니다. 하늘이 잘 돌봐주는 것과 사람들의 마음의 추향(趨向)도 역시 이에 달려 있는데, 지금 일종의 불령(不逞)한 무리들이 간사스럽게 은밀히 드나들면서 요망스러운 말을 꾸며내어 퍼뜨리고 있습니다. 고개를 쳐들고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마치 그것을 다반사로 예사롭게 여긴 자는 바로 전 승지 남종삼(南鍾三)입니다. 그는 문벌이 좋은 집의 후손이며 그 자신도 관리의 반열에 있던 자입니다. 나라에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은 떳떳한 의리를 가진 사람으로서는 다 같은 심정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타고난 성품이 고약하고 행동 거지가 사리에 어긋난 것입니까? 물여우와 같이 은밀히 다니면서 나쁜 무리들과 서로 화답하여 오상(五常)을 어기고 삼강(三綱)을 멸절(滅絶)하였습니다. 깊은 산골에 불러 모은 자는 누구이며 깊은 밤 은밀한 방안에서 학문을 강론한 것은 무슨 책이겠습니까? 흉악하고 더러운 무리들과 은밀히 결탁하여 잠복해 있으면서 풍습을 점점 물들여 그 화근(禍根)을 몰래 확대시키고 있는 것은 입 가진 사람마다 다같이 떠들고 있는 것이며 온 세상 누구나 더럽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들을 엄격히 처벌하지 않고 크게 성토하지 않는다면 비단 나라가 나라 구실을 하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그들의 계책이 옛날의 황건적(黃巾賊)이나 백련교(白蓮敎) 무리들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니 어찌 몹시 우려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이렇게 번성한 무리들과 현재 포청(捕廳)에 체포되어 있는 놈들은 산과 언덕을 태우는 불과 하늘에 닿는 홍수처럼 기승을 부리니 그 끝을 알지못합니다. 사람들은 통분하게 여겨 서로 이끌고 와서 연명(聯名)으로 상소를 올리고 있으니 대비(大妃)의 뜻을 받들어 포청에 갇혀 있는 여러 놈들과 함께 빨리 왕부(王府)로 하여금 남종삼을 잡아다가 추국청(推鞫廳)을 설치하고 실정을 캐내어 시원스레 전형(典刑)을 바로잡아 난(亂)의 싹을 끊고 인심을 깨끗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사람이 사람으로서 구실하는 것은 바로 떳떳한 윤리가 있기 때문인데 만약 그것이 파괴된다면 오랑캐나 짐승과 같다. 하물며 높은 관리의 반열에 있는 자가 스스로 처단 받을 죄를 범하니 몹시 근심스럽고 원통하여 차라리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옥에 갇혀 있는 자들과 함께 왕부에서 잡아다가 국문(鞫問)하여 실정을 캐내도록 하라. 경들은 이해하라."
하였다.
- 【원본】 7책 3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정론-정론(政論) / 사상-서학(西學) / 정론-간쟁(諫諍)
時原任大臣聯箚 【領府事鄭元容、領敦寧金左根、領議政趙斗淳、判敦寧李景在、左議政金炳學】 略:
明彝倫以立人紀, 崇正學以匡風化, 卽有國以來不易之義也。 洪惟我朝, 聲明文物, 燦然具備, 戶服洙泗之行, 家誦洛閩之書。 天命之眷顧, 人心之方向, 亦在此, 而今有一種不逞之徒, 出入詭祕, 做出妖言。 昻首軒眉, 視若茶飯者, 卽前承旨南鍾三是耳。 渠以衣冠之裔, 處簪紳之列。 國恩之圖報, 宜其秉彝之同得, 而奈此賦性乖惡, 行己悖戾, 虺蜮匿影, 梟獍互答, 斁敗五常, 滅絶三綱。 深山窮谷, 嘯聚者何人? 昏夜密室, 講學者何書? 凶黨醜類, 糾結隱伏, 習俗漸染, 禍機潛滋, 萬口之所喧傳也, 一世之所唾棄也。 此而不嚴加處分, 大行誅討, 非徒國不國、人不人而已。 止竟爲計, 不出於黃巾、白蓮之包蓄, 豈不大可憂哉? 況寔繁之徒, 現有捕廳被捉之漢, 燎原滔天, 莫知攸屆。 愼惋之極, 相率聯籲, 稟承慈旨, 竝與捕囚諸漢, 亟令王府, 拿致鍾三, 設鞫得情, 快正典刑, 絶亂萌而淑人心焉。
批曰: "人之所以爲人, 卽是彝倫焉, 而苟或斁敗, 夷狄耳、禽獸耳。 況居搢紳之列, 自干斧鉞之誅, 憂惋之極, 寧欲無言。 竝與在囚諸漢, 令王府拿鞫得情, 卿等其諒之。"
- 【원본】 7책 3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정론-정론(政論) / 사상-서학(西學)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