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대비가 경복궁을 중건할 것을 명하다
대왕대비(大王大妃)가 전교하기를,
"경복궁(景福宮)은 우리 왕조에서 수도를 세울 때 맨처음으로 지은 정궁(正宮)이다. 규모가 바르고 크며 위치가 정제하고 엄숙한 것을 통하여 성인(聖人)의 심법(心法)을 우러러 볼 수 있거니와 정령(政令)과 시책이 다 바른 것에서 나와 팔도의 백성들이 하나같이 복을 받은 것도 이 궁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란에 의하여 불타버리고 난 다음에 미처 다시 짓지 못한 관계로 오랫동안 뜻있는 선비들의 개탄을 자아내었다.
지금 정부(政府)의 중수(重修)로 인하여 왕조가 번창하던 시기에 백성들이 번성하고 물산이 풍부하며 훌륭한 신하들도 많이 등용되었던 것을 늘 생각하면 사모하는 동시에 추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돌이켜보면, 익종(翼宗)께서 정사를 대리하면서도 여러 번 옛 대궐에 행차하여 옛터를 두루 돌아보면서 개연히 다시 지으려는 뜻을 두었으나 미처 착수하지 못하였고, 헌종(憲宗)께서도 그 뜻을 이어 여러 번 공사를 하려다가 역시 시작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 마치 오늘을 기다리느라고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주상은 왕위에 오르기 이전부터 옛터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였고 근일에 이르러서는 조종조(祖宗朝)께서 이 궁전을 사용하던 그 당시의 태평한 모습을 그리면서 왜 지금은 옛날처럼 못 되는가 하고 때없이 한탄한다. 이것은 비단 조상의 사업을 계승한다는 성의(聖意)일 뿐만 아니라 넓고도 큰 도량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은 백성들의 복이며 국운의 무궁할 터전도 실로 여기에 기초할 것이다. 내 마음은 경사와 행복을 이기지 못하겠다. 이 궁전을 다시 지어 중흥의 큰 업적을 이루려면 여러 대신들과 함께 타산해보지 않을 수 없으니 내일 음식을 내린 다음에도 시임 대신과 원임 대신들은 머물러서 기다리라."
하였다.
- 【원본】 6책 2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82면
- 【분류】건설-토목(土木)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初二日。 大王大妃敎曰: "景福宮, 卽我朝定鼎初首建之正衙也。 規模之正大, 位置之整肅, 仰見聖人心法, 而政令施爲, 無一不出於正, 八域蒼生, 咸蒙福佑, 自此宮始焉。 不幸兵燹之後, 迄未重建, 久爲志士之嗟歎。 今因政府之重修, 每憶國朝盛時, 民物之殷盛, 明良之登庸, 益切欽誦羨慕之心。 仍念翼廟代理之年, 屢幸舊闕, 周審基址, 慨然有重營之志, 而未卒焉。 憲廟屢欲繼述志事, 而又未及擧。 嗚呼! 若有待於今日矣。 今我主上, 自在潛邸, 亦嘗遊覽。 而近日每歎祖宗御此宮時太平氣像, 何爲而今不如古乎? 此不但肯堂肯構之聖意也, 有以見度量之弘大。 是惟生靈之福, 而無疆之基, 實基於此。 予心不勝慶幸, 重建此宮以恢中興大業。 不可不與諸大臣謀之, 時原任大臣, 明日賜饌後留待。"
- 【원본】 6책 2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82면
- 【분류】건설-토목(土木)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