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대비가 잡과를 설치한 의의를 명하다
대왕대비(大王大妃)가 전교하기를,
"잡과(雜科)를 설치하는 것도 가볍지 않은 일인데, 근래 사정(私情)을 따르는 것이 그만 고질적인 폐단이 되었다. 재주도 있고 기예(技藝)를 닦은 자가 매번 떨어지는 반면에 청탁에 능한 자들이 입격(入格)하니, 밤낮으로 하는 짓이란 청탁질할 구멍이나 찾는 것뿐이고 과업(課業)을 폐기하고 게을리하여 익히지 않는다.
어약(御藥)을 공봉(供奉)하는 것이라든지 사대(事大)하고 교린(交隣)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인데, 의원(醫員)은 맥(脈)의 이치나 약의 성질을 모르고, 역원(譯員)은 한어(漢語)와 만주어(滿洲語)도 구분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음양과(陰陽科)나 율과(律科)도 나라 운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인데 정통하고 숙련된 자는 없고 그저 흐리멍덩하니, 이것은 모두 법식대로 시취(試取)하지 않은 폐해이다. 이제 잡과 시험이 머지않았으므로 이처럼 미리 신칙해두는 바이니 해당 관청의 당상(堂上) 및 제사(諸司)의 제조(提調)는 시험을 주관하는 날에 공정하고 결백하게 나라 일을 해나가면서 규정대로 해야지 감히 사정을 따라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뜻으로 각별히 신칙하라."
하였다.
- 【원본】 5책 1권 8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64면
- 【분류】신분-중인(中人) / 교육-기술교육(技術敎育) / 왕실-비빈(妃嬪)
二十日。 大王大妃敎曰: "雜科之設, 亦自關係不輕, 而挽近循私, 遂成痼弊。 抱才修藝者, 每見沈屈, 工於干囑者, 乃得入格, 所以晝宵經營, 只在鑽刺蹊逕, 廢閣課業, 漫不攻習。 供奉御藥, 事大交隣, 綦重何如? 而醫官不識脈理、藥性, 譯員不辨漢音、漢語。 以至陰陽科、律科, 無非有國之不可闕者, 而糊塗荒疎, 莫有精通鍊熟, 此皆試取不如法式之弊也。 見今雜科不遠, 玆以豫飭, 各該堂上及諸司提調, 主試之日, 精白秉公, 按法依式, 無敢循私, 自致後悔之意, 各別申飭。"
- 【원본】 5책 1권 8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64면
- 【분류】신분-중인(中人) / 교육-기술교육(技術敎育)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