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중추부사 정원용이 가례를 상고하여 순조를 ‘조’로 일컫는 일을 정할 것을 청하다
빈청(賓廳)에서 수의하였는데,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신 정원용(鄭元容)이 아뢰기를,
"순종(純宗)091) 의 묘호(廟號)를 조(祖)로 일컫는 일에 있어 상경(上卿)의 장주(章奏)로 인하여 조정의 신료들에게 순문(詢問)하는 일이 있었는데, 예전(禮典)이 매우 중대하니 어렵게 여기고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덕화(德化)가 있으면 종(宗)이라 일컫고 공로(功勞)가 있으면 조(祖)라고 일컫는 것은 곧 당연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요 공통(共通)된 분의(分義)입니다. 〈조·종〉 두 가지가 모두 성대하고 아름다워서 처음부터 차등이 없는 것이지만 후왕(後王)이 〈공·덕을〉 드날려 찬양하는 정성에 있어서는 특별히 뚜렷하게 드러난 것을 표현하여 칭호를 더하는 것입니다. 우리 순고(純考)께서는 하늘에서 낸 자질(資質)로 전성(前聖)의 계통을 이어 인(仁)에는 정미롭고 의(義)에는 익숙하시어 도(道)를 오래 행하여 덕화를 이루었습니다. 문·무(文武)를 모두 갖추었음은 제요(帝堯)의 덕(德)이고 부지런하며 검소함은 대우(大禹)의 덕이니, 깊으신 인자함과 두터우신 은택은 백성의 마음에 협흡(浹洽)하였습니다. 이단(異端)을 배척하여 올바른 도의를 호위하였고 서란(西亂)092) 을 평정하여 큰 기반을 공고하게 한 것에 이르러서는 성대하신 공렬(功烈)이 옛날의 제왕보다도 월등하게 뛰어났으니, 나라 사람들이 백세(百世)토록 잊지 못하여 항상 칭찬하며 은덕 갚을 것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주(周)나라 백성들이 문왕(文王)의 덕(德)의 순수함을 노래하며 하늘과 짝지우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성배(聖配)께서 승하(昇遐)하신 때를 당하여 지난날의 슬픔과 새로운 서러움에 있어 온 나라 백성이 동일한 심정으로 세대가 점차 멀어짐을 슬퍼하고 빛나는 공렬(功烈)을 잊기 어려움을 한탄하였으니, 이것이 중신(重臣)들이 소장(疏章)을 껴안고 궐문(闕門)에서 부르짖게 된 이유인 것인데, 신(臣)은 덕화(德化)를 직접 본 가장 오래 된 사람으로서 더욱 찬송(贊頌)하는 정성이 간절합니다. 막중한 예전(禮典)은 진실로 근거(根據)를 끌어댐이 귀중한 것인데, 역대(歷代)에서 상고하고 모방할 데가 드물으나, 우리 조정에는 본디 전해오는 가례(家禮)가 있어 전후 성왕(聖王)의 제도를 계승할 만하니, 오직 널리 의견을 묻고 의논을 채택하여 제도(制度)·문물(文物)과 의식·절차에 부합하게 하는 것이 진실로 마땅하겠습니다."
하였는데, 여러 신료들의 의논도 대략 동일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615면
- 【분류】왕실(王室)
○戊午/賓廳收議, 領中樞府事臣鄭元容以爲, "以純宗廟號稱祖事, 因上卿章奏, 有此詢庭之擧, 禮典甚重, 其難其愼。 而德則稱宗, 功則稱祖, 卽常經也, 通誼也。 兩隆幷美, 初無差等, 然在後王揚顯之誠, 特表其彰著者而加其號也。 惟我純考, 以天縱之姿, 接前聖之統, 仁精義熟, 久道成化, 乃文乃武, 帝堯之德也, 克勤克儉, 大禹之德也, 深仁厚澤, 洽于民心。 而至若闢異端而衛正道, 戡西亂而鞏洪基, 豐功丕烈, 卓越前古, 此邦人之所百世不忘, 而常思揄揚崇報者, 正如周民之歌文王之德之純, 而欲其配天者也。 今當聖配禮陟之辰, 舊愴新慟, 擧國同情, 慨世序之浸邈, 歎烈光之難諼, 此重臣所以抱章叫閽者, 而以臣覿德最久之蹤, 尤切贊頌之忱。 莫重之禮, 洵貴援據, 而歷代雖罕稽, 倣我朝自有家禮, 前聖後聖, 其制可述, 惟原廣詢而博采, 典章儀節之間, 務合允當焉。" 諸臣議略同。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6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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