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대비가 성혼의 기일을 정하고 시임·원임 대신 등과 함께 기뻐하다
시임(時任)·원임(原任) 대신 및 각신(閣臣)을 불러 보았는데 영은 부원군의 승후(承候) 때문이었다. 정원용(鄭元容)이 말하기를,
"명문에 가득한 경사(慶事)와 동조(東朝)의 의친(懿親)으로 문상(文祥)의 예를 크게 정했고 삼간택(三揀擇)이 이미 이루어져 육례(六禮)를 연길(沿吉)095) 하니 대소 여러 사람의 마음이 더욱 간절하게 송축(頌祝)합니다."
하였는데,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삼간택(三揀擇)의 예가 이루어져 중궁전의 덕용(德容)으로 이제 장복(章服)을 착용한 후에 더욱 거지(擧止)가 단중(端重)하고 복기(福氣)가 얼굴에 가득하니, 억만년 무강(無彊)한 아름다움이 어찌 이보다 지나치겠는가?"
하니, 정원용이 말하기를,
"이제 자교(慈敎)를 받으니 더욱 경하하는 정성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나이에 비해 의용(儀容)이 숙성하니, 실로 종사(宗社)의 경사이다. 대전(大殿)의 춘추(春秋)가 정성(鼎盛)096) 하여 대례(大禮)가 한시가 급하므로 가례(嘉禮)를 9월 안으로 택일하였다."
하니, 정원용이 말하기를,
"백성들이 날로 앙축(仰祝)하는 바이니, 성혼(成婚)의 기일을 정한 것은 바로 막대한 경사입니다. 임금에게 선덕(善德)이 있으면 천심(天心)도 기뻐하여 큰 은혜를 내려주어 복록(福祿)이 번창하고 자손이 많음은 모두 하늘이 그 덕을 도와 주는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선심(善心)을 미루어 덕정(德政)을 행하여 하늘이 준 복을 누리는 도를 삼으소서. 전하의 신상(身上)에 복록이 함께 임하는 것은 바로 종사의 끝없는 복이요 백성들의 끝없는 복입니다."
하니,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이제 대신이 아뢴 바가 매우 좋으니, 주상(主上)은 마음에 두고 체념(體念)할 것을 바라는 바이오."
하였다.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승지(承旨)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부원군(府院君)인가?"
하고, 인하여 하교하기를,
"일진(日辰)이 좋은 날 삼간택(三揀擇)의 예를 마쳤는데, 중궁전의 덕용(德容)이 완비되고 행동이 단아(端雅)하니 기쁜 마음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없다. 경은 소심 겸약(小心謙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이 오늘의 마음을 마음으로 삼아 검소함을 스스로 지키고 반드시 근신(謹愼)하여 평생에 이 마음을 잊지 않으면 어찌 국가의 다행이 아니겠는가?"
하니, 김문근이 말하기를,
"자교(慈敎)가 지당하십니다. 입궁(入宮)한 후 가르쳐 성취시키는 방도는 또한 오직 자성(慈聖) 전하께 달려 있으니, 일에 따라 교도(敎導)하여 억만 년 끝없는 아름다움의 터전을 삼는 것이 신의 구구한 소망입니다. 천신(賤臣)의 사사로운 분의는 오직 두려워하며 조심할 뿐이니, 자교(慈敎)를 평생토록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하니,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만일 가르칠 만한 일이 있으면 어찌 가르치지 않겠는가만 경 역시 항상 출입하면서 더욱 힘써 보도(輔導)하라. 대전(大殿)의 성품이 평소 검소하여 사치를 좋아하지 않으니, 중궁전 역시 우러러 본받아 검약을 숭상한다면 어찌 기쁘고 다행스럽지 않겠는가?"
하니, 김문근이 말하기를,
"대전의 검소한 덕이 이와 같으시니, 천신의 구구한 바람은 다시 이보다 더함이 없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69면
- 【분류】왕실(王室)
○召見時原任大臣閣臣, 永恩府院君承候也。 鄭元容曰: "名門毓慶, 東朝懿親, 誕定文祥之禮, 三揀已成, 六禮涓吉, 大小群情, 益切頌祝。" 大王大妃殿曰: "三揀禮成, 中宮殿德容, 今於章服之後, 益見擧止端重, 福氣滿面, 億萬年無疆之休, 豈有過於此哉?" 元容曰: "今承慈敎, 益不勝忭賀之忱。" 大王大妃殿曰: "比諸年歲, 儀容夙就, 實宗社之慶。 大殿春秋鼎盛, 大禮一時爲急, 故嘉禮以九月內擇日矣。" 元容曰: "臣民之日所仰祝者也, 舟梁定期, 斯乃莫大之慶也。 人主有善德則天心悅豫, 景貺潛周, 福祿之繁昌, 子孫之衆多, 皆天所以佑其德而錫之者也。 伏願殿下, 推善心行德政, 以爲享天受福之道焉。 殿下身上福祿來同, 則此乃宗社無疆之福也, 臣民無疆之福也。" 大王大妃殿曰: "今此大臣所奏甚好, 主上存心體念, 是所祝也。" 大王大妃殿曰: "在承旨右之人, 是府院君乎? 仍敎曰: "日吉辰良, 三揀禮成, 中宮殿德容完備, 擧止夙就, 欣慶之心, 莫大於是。 卿其小心謙約, 無替終始, 以今日之心爲心, 而儉素自持, 必爲謹愼平生, 勿忘此心, 豈非國家之萬幸乎?" 汶根曰: "慈敎至當。 而入宮之後, 敎誨成就之方, 亦惟在於慈聖殿下, 隨事敎導, 以基億萬牛無疆之休, 是臣區區之望。 而賤臣私分, 惟有懍惕, 謹當以慈敎, 平生奉行矣。" 大王大妃殿曰: "如有司敎之事, 豈不敎誨, 而卿亦常時出入, 蓋勉輔導, 大殿性度, 平日儉樸, 不好侈靡, 中宮殿亦爲仰體崇儉, 則豈不喜幸乎?" 汶根曰: "大殿儉德如此, 賤臣區區之望, 更無過於此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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