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폐단이 크므로 주시관을 엄중히 신칙하도록 하다
임금이 성정각(誠正閣)에 나아가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을 인견(引見)하였다. 영의정 권돈인(權敦仁)이 아뢰기를,
"무릇 과거(科擧)의 폐단에 관계되는 것으로 공(公)을 업신여기고 사(私)를 따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는데, 근래의 풍기(風氣)는 공도(公道)라는 미명(美名)에 구애되어 오직 방안(榜眼)이 혹 화사(華奢)할까 염려하여 반드시 모양을 이루지 못한 가장 뒤지고 잡된 시권(試券)을 마음 써서 거두어 뽑으므로 방목(榜目)이 아닌게 아니라 거무튀튀하며, 글을 잘하고 참으로 재주가 있는 자는 모두 떨어지고 하찮고 남의 손을 빌린 자는 모두 시권(試券)이 입선(入選)에 참여되니, 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며, 방목에 낀 사람은 수종(隨從)하는 상천(常賤)이 절반도 넘습니다. 이제부터는 주시관(主試官)을 엄중히 신칙하여 감히 다시는 그릇된 버릇을 답습하지 못하게 하소서."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근일 과시(科試)의 폐단은 어찌할 수 없을 지경이라 하겠다. 전후로 신칙한 것이 끝내 실효(實效)가 없으므로, 늘 개탄하는 바이다. 아뢴 것이 과연 절실하게 맞으니, 이 뒤로는 각별히 신칙(申飭)하여 그릇된 버릇을 통렬히 고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1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29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甲寅/上御誠正閣, 引見大臣備局堂上。 領議政權敦仁啓言: "凡係科弊, 莫大於蔑公循私, 而近來風氣欲衒公道之美名, 惟恐榜眼之或侈, 必以最晩雜軸, 不成貌樣者, 用意收取, 榜面未嘗不窣窣其黑, 而能文實才, 擧皆沈屈, 餘草借手, 莫不巍參入選之券, 傳爲一世之笑囮, 參榜之人, 過半隨從之常賤。 請自今嚴飭主試, 無敢復踵謬習。" 批曰: "近日科試之弊, 可謂末如之何。 前後提飭, 終無實效, 常所慨歎。 所奏果爲切中, 從此以後, 各別申飭, 痛革謬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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