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을 바꾼 죄인 민달용을 제주목 정의현에 보내어 사형을 감하여 종을 삼도록 하교하다
하교하기를,
"이 수인(囚人)의 죄는 만번 죽여도 오히려 가볍다. 사람의 어질지 않음이 어찌 이토록 지극한가? 이미 잡아 사문(査問)하고 형조에서 공초해 승복받은 것이 있으니, 그의 공초를 기다리지 않아도 단안(斷案)은 이미 정해졌다. 일률(一律)로 시행함은 다시 논할 것이 없다마는, 예전(禮典)에 ‘다른 사람의 이미 입격(入格)한 비봉(秘封)을 몰래 지우고 자기 이름으로 바꾸어 써서 절과(竊科)한 자는 일률로 논한다.’ 하였으나, 이것은 이미 입격한 것이 아니라 채 고교(考校)하지 않은 것이며, 그 환명(換名)의 정상을 구명하면 이에 견주어 더욱 심한 것이다. 실려 있는 율(律)을 상고하면 참으로 같지 않은 것이 있고, 숙종(肅宗)기묘년021) 의 과옥(科獄)은 증좌가 분명하였으나 당초에 정률(定律)이 없었다 하여 마침내 살려 주는 법을 시행하였으니, 이번에 채 고교하기 전에 환명한 것에 대한 정률이 없는 것도 이미 입격하고 나서 환명한 것에 대한 정률이 없는 것과 혹 두루 비추어 볼 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옛일을 우러러 따라서 특별히 용서하는 한 가닥은 숙종께서 살리기를 좋아하신 성덕(盛德)을 몸받는 것이다. 비봉(秘封)을 바꾼 죄인 민달용(閔達鏞)은 한 차례 형신(刑訊)을 더하고 제주목(濟州牧) 정의현(旌義縣)에 보내어 사형을 감면하여 종을 삼되, 이 뒤로는 채 고교하기 전의 비봉일지라도 환명하여 절과한 자가 있으면 이미 입격하고 나서 환명하여 절과한 것과 같이 논하는 것으로 수교(受敎)에 실으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00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註 021]기묘년 : 1699 숙종 25년.
○甲子/敎曰: "此囚罪犯, 萬殺猶輕。 人之無良, 胡至此極? 旣有捕査秋供之取服, 則不待渠招, 斷案已定。 一律施行, 更無可論, 但《禮典》曰, ‘潛擦他人已入格之祕封, 換書已名, 以竊科者, 以一律論’, 此則非已入格也, 乃未及考也, 究其換名之情, 則較尤甚焉。 考諸所載之律, 則懸有不同, 而肅廟己卯科獄, 雖證左分明, 以其初無定律, 竟施傅生之典, 則今此未及考換名之無定律, 亦與已入格換名之無定律, 或可旁照者矣。 然則仰遵故事, 特貸一縷, 卽所以體肅廟好生之盛德也。 換祕封罪人閔達鏞, 加刑一次, 濟州牧 旌義縣減死爲奴, 此後則雖未及考祕封, 若有換名竊科者, 與已入格換名竊科同論, 載之受敎。"
- 【태백산사고본】 6책 1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00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