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사 윤음을 경외에 내리다
척사 윤음(斥邪綸音)을 경외(京外)에 내리기를,
"아!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한다.’ 하였고, 《상서(尙書)》에 이르기를, ‘거룩하신 상제(上帝)께서 온 세상 백성에게 선(善)함을 내려 주셔서 고유(固有)의 성품(性品)을 순하게 하셨다.’ 하였다. 그 동일한 근원의 성품을 부여한 시초를 논하기를, ‘하늘’이라 이르고 ‘상제(上帝)’라고 하였는데, 하늘은 형체(形體)를 말하는 것이고, 상제는 주재(主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명하셨다.’ 하고, ‘선함을 내려 주셨다.’ 한 것은 정성스럽게 실제로 가르쳐 고하신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니, 한 이치가 일어나는 바에 이기(二氣)086) 가 운행되고 사서(四序)087) 가 운행되어 만물(萬物)이 생육(生育)하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그 이치를 얻어 성(性)으로 삼는 것인데, 그 덕(德)에 네 가지가 있으니, 인(仁)·의(義)·예(禮)·지(智)이고, 그 윤(倫)에 다섯 가지가 있으니, 부자 유친(父子有親)·군신 유의(君臣有義)·부부 유별(夫婦有別)·장유 유서(長幼有序)·붕우 유신(朋友有信)이다. 이는 모두 당연히 그러한 것이요, 안배(安拜)하여 포치(布置)하거나 힘써 억지로 작위(作爲)함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하늘이 많은 백성을 내시니 만물이 있고 법칙이 있다. 이를 좇으면 하늘에 순종하는 것이 되고, 이를 어기면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하였으니, 무릇 하늘을 받들고 상제를 섬기는 것이 어찌 사단(四端)088) 과 오륜(五倫)에서 벗어나겠는가? 아! 복희씨(伏羲氏)·신농씨(神農氏)·요제(堯帝)·순제(舜帝)로부터 천위(天位)를 이어받아 대중 지정(大中至正)한 도덕의 표준을 세우니, 그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조심해서 받들고 돈독하게 질서를 세워 삼가서 편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또한 우리 공부자(孔夫子)께서 헌장(憲章)을 조술(祖述)하신 후로 송(宋)나라 군현(群賢)에 이르기까지 그 천리(天理)를 밝히고 인심(人心)을 착하게 인도한 것도 오직 이것뿐이었다. 털끝만한 차이가 있어도 오히려 이단(異端)이라고 말해 왔는데, 더구나 음려(陰沴)089) 와 황탄(荒誕)하여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기괴한 외도(外道)이겠는가? 국가에는 상형(常刑)이 있으므로, 반드시 죽이고 용서함이 없어야 하니, 이는 이른바 죄를 줌으로써 죄를 그치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아! 우리 나라는 문명(文明)한 고장에 처하여 어질고 현명한 교화(敎化)와 미풍(美風)·선교(善敎)를 계승해 온 지 오래 되었다. 생각하건대, 우리 성조(聖朝)에서 하늘의 밝은 명을 받아 강역(疆域)을 처음 구획(區劃)하시고는 이륜(彝倫)을 밝혀 인기(人紀)를 세우고 도학(道學)을 숭상하여 국속(國俗)을 바로잡으셨는데, 성자 신손(聖子神孫)이 경계(警戒)를 게을리하지 않아서 크게 하늘에 보답하니, 아름다운 국운(國運)이 영원히 보전(保全)되고 유현(儒賢)이 배출(輩出)되어 위로 공경 대부(公卿大夫)로부터 아래로 여항(閭巷)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수사(洙泗)090) 의 행실을 좇아 행하고 낙민(洛閩)091) 의 글을 외면서 남자는 충효(忠孝)를 근본으로 삼고 여자는 정렬(貞烈)을 소중하게 여겼으니, 관혼 상제(冠婚喪祭)에는 반드시 예(禮)를 준수(遵守)하였고, 사농 공상(士農工商)은 각각 그 업(業)을 이루어서 지금까지 서로 바르게 살아왔고 나라에서도 의지하여 왔다. 더구나 우리 정종 대왕(正宗大王)께서는 하늘이 내신 빼어난 성덕(聖德)으로 백왕(百王)의 대통(大統)을 이어 성명(聲明)과 문물(文物)을 찬연히 구비하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흉적(凶賊) 이승훈(李承薰)이라는 자가 서양(西洋)의 책을 사가지고 와서 천주학(天主學)이라고 일컫고는 선왕(先王)의 법언(法言)이 아닌데도 몰래 서로 속여 유인(誘引)하자, 성인(聖人)의 정도(正道)가 아닌데도 자연히 탐혹(耽惑)되어 점차 이적(夷狄)·금수(禽獸)의 지역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에 정종 대왕(正宗大王)께서 오랠수록 더욱 치성(熾盛)해질 것을 근심하셔서 그 괴수를 다스리고 나머지는 용서하시었다. 이는 그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미루어 스스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신 것이니, 더할 수 없는 후은(厚恩)이요 성덕(盛德)이다. 비록 어리석기가 돼지와 물고기 같고 흉악하기가 효경(梟獍) 같다 하더라도 마땅히 느끼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인데, 이미 본성(本性)을 상실하여 구습(舊習)을 고치지 않으니, 신유년092) 사학(邪學)을 토죄(討罪)한 옥사(獄事)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던 것이니, 얕은 재예(才藝)를 가진 자가 그 새로운 것을 선망하여 창도(唱導)하면, 몽매하여 지각(知覺)이 없는 자가 그 탄망(誕妄)함을 좋아하여 따르니, 경재(卿宰)의 지위에 있는 몸으로 스스로 소굴을 만들어서 가정에 전해 오던 전통적인 교훈(敎訓)이나 예법(禮法)까지 오염(汚染)된 바가 있었다. 주문모(周文謨)는 깎은 머리 모양을 바꾸어서 감히 도시(都市)로 활보하였고, 황사영(黃嗣永)은 백서(帛書)를 마련하여 해양의 선박을 불러들이려고 하였으니, 그들의 흉도(凶圖)와 역절(逆節)이 이에 이르러 다급해졌던 것이다. 진실로 우리 순종 대왕(純宗大王)과 우리 정순 대비(貞純大妃)께서 이 도깨비 같은 무리의 간교함을 죄다 통촉(洞燭)하셔서 크게 부월(斧鉞)093) 의 위엄을 떨치시어 시원하고 통렬하게 제거하지 않으셨더라면, 나라가 나라답고 사람이 사람다운 도리를 지켜왔을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 이제 신유년으로부터 40년이 되어 금망(禁網)이 점차 해이(解弛)해지자, 사교(邪敎)가 다시 치성(熾盛)해지면서 독한 물여우 같은 무리는 모습을 감추고 허다한 가라지 같은 종자를 바꾸어서 역수(逆竪)는 성(姓)을 바꾸어 출몰(出沒)하고 요망(妖妄)한 역관(譯官)은 재물을 싣고 가서 교통하여 몰래 양인(洋人)을 불러들인 것이 두세 번에 이르니, 성기(聲氣)가 이역(異域)까지 접속되고 맥락(脈絡)이 동당(同黨)에 두루 통한 바가 신유년에 견주어 거의 더함이 있다. 이에 나 소자(小子)는 삼가 황조(皇祖)의 모유(謨猷)를 준수하고 공경히 자성(慈聖)의 명(命)을 받들어 감히 천벌(天罰)을 시행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혼미(昏迷)하여 돌이킬 줄 모르고, 깊이 빠져들어 건질 수 없게 되어 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스스로 대륙(大戮)의 형장으로 나가고 있으나, 내가 오직 백성의 부모(父母)가 되어 애통(哀痛)하고 측달(惻怛)한 마음이 가슴속에 없을 수 있겠는가? 아! 내가 듣건대, 가르치지도 않고 형벌하는 것은 백성에게 재앙(災殃)을 주는 것이다.’라고 한다고 하니, 내가 마땅히 사교(邪敎)의 원위(源委)094) 를 조목마다 변명 분석하여 그대 조정의 신하들과 우리 팔도(八道)의 사녀(士女)들에게 포고(布告)하여 각각 분명히 알게 하니, 그대들은 공경히 받들라. 아! 저 천주학(天主學)을 하는 자들이 말하기를, ‘이 학문은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을 존숭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하늘은 본시 공경할 만하고 존숭할 만하다. 그러나 저들이 공경하고 또 존숭하는 것은 죄를 씻고 은총(恩寵)을 구하는 여러 가지 비사(鄙事)095) 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이는 스스로 하늘을 속이고 하늘을 업신여기는 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공경하고 또 존숭하는 것은 곧 앞에서 이른바 사단(四端)과 오륜(五倫)의 하늘이 명하신 성(性)을 밝히고 상제(上帝)께서 내려 주신 선(善)에 순종하여 날마다 하는 일이 이치에 합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니, 그 사정(邪正)을 구분함에 있어 두 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저 야소(耶蘇)라고 이르는 자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하겠는데, 저 무리가 말하기를, ‘처음에 천주(天主)로 내려오셨다가, 죽어서 다시 올라가 천주가 되어 만물(萬物)과 민생(民生)의 큰 부모[大父母]가 되셨다.’ 한다. 그러나 하늘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사람은 몸도 있고 껍질도 있으니, 결단코 서로 섞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하늘이 내려와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고, 사람이 올라가서 하늘이 되었다고 하니, 무슨 어렴풋하게 의혹할 만한 단서가 있어서 이와 같이 거짓 속이고 있는 것인가? 그대들은 시험삼아 생각해 보라. 고금(古今)을 통하여 이런 이치가 있었던가? 아! 아비 없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미 없이 어떻게 양육(養育)될 수 있겠는가? 그 은덕(恩德)을 갚으려면 높은 하늘같이 그지없어서 사람이 생겨난 이래로 소멸될 수 없는 대본(大本)인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곧 나를 낳은 이는 육신(肉身)의 부모(父母)가 되고 천주(天主)는 영혼(靈魂)의 부모가 된다고 하여, 친애(親愛)하여 숭봉(崇奉)함이 저 천주에 있고 이 부모에게 있지 않아서 스스로 그 부모를 절연(絶緣)하고 있으니, 과연 혈기(血氣)의 천륜(天倫)으로 차마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제사(祭祀)의 예(禮)는 조상(祖上)을 추모하며 근본에 보답하는 것이니, 효자(孝子)가 그 어버이를 차마 죽었다고 생각할 수 없음은 신리(神理)·인정(人情)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곧 신주(神主)를 부수고 제사를 폐지하고는 죽은 자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진실로 이와 같다면 저들이 말하는 영혼은 또 무엇에 의거한다는 말인가? 앞뒤를 제멋대로 결단을 내려 조리가 맞지 않는 말이다. 범과 이리는 포악한 짐승이지만 오히려 부자(父子)의 정(情)이 있고, 승냥이와 수달은 미물(微物)이지만 오히려 제사를 지내는 의리가 있는데, 저들이 비록 둥근 꼭두머리와 모난 발꿈치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찍이 범·이리·승냥이·수달만도 못하여 사람으로서 양심(良心)이 없음이 어찌 이처럼 극도에 이르렀단 말인가?
아! 군신(君臣)의 의리는 천지(天地)에서 도피할 곳이 없는 것인데, 저들은 곧 교황(敎皇)·교주(敎主)라고 칭호(稱號)를 만들어서 융적(戎狄)의 추장(酋長)과 적도(賊盜)의 괴수 같을 뿐만이 아니다. 이는 사목(司牧)096) 의 권병(權柄)을 훔쳐서 정화(政化)가 미칠 곳이 없고 명령을 시행할 곳이 없게 하려는 것이니, 화란(禍亂)의 근본이 어찌 이보다 심함이 있겠는가? 아! 음양(陰陽)이 있으면 반드시 부부(夫婦)가 있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이치인데, 저들은 시집가고 장가들지 않는 것을 망령되게 정덕(貞德)으로 가탁(假托)하면서 아랫사람들은 남녀가 섞여 살면서 풍교(風敎)를 더럽혀 어지럽히고 있으니, 앞의 것으로 말미암으면 인류가 진멸(殄滅)할 것이고, 뒤의 것으로 말미암으면 인륜(人倫)이 더럽혀질 것이다. 아비를 업신여기고 임금을 업신여김이 곧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부부의 관계를 또 어떻게 논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성모(聖母)·신부(神父)·영세(領洗)·견진(堅振) 등과 같은 것에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명색이 나올수록 더욱 변환(變幻)이 심하니, 요컨대 마귀에 홀린 무격(巫覡)이 부적이나 정화수로 신(神)에게 빌면서 저주하여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식견(識見)을 갖춘 자라면 어찌 혹시라도 의심하거나 현혹되겠는가?
그리고 천당(天堂)·지옥(地獄)에 대한 이야기는 어리석은 사람은 쉽게 속일 만한 일이다. 이는 석씨(釋氏)의 진부(陳腐)한 이야기로서, 이전 사람들이 이미 남김없이 변해(辨解)하였으므로, 거듭 일을 설파(說破)할 것도 못되는데, 이를 전에 누가 보고 누가 전하였다는 말인가? 한 마디로 말해서 황당한 말이다. 저들 또한 고루 천성(天性)을 받아 함께 인류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곧 오상(五常)을 무너뜨리고 삼강(三綱)을 멸절시키고는 황홀하고 어두운 곳에서 그 자신이 죽은 후의 복(福)을 구하려는 것은 또한 미혹됨이 심하지 않은가? 복을 구하는 도리가 진실로 있으니,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영원히 하늘의 명에 배합되게 하여 스스로 많은 복을 추구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온화한 군자(君子)는 복을 구하되 어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늘의 명에 배합한다[配命]’ 함은 이치에 합당함을 말함이고, ‘어기지 않는다[不回]’ 함은 ‘간사한 행위를 하여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이와 같이 한다면 복이 저절로 이르겠지만,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복을 구하고자 해도 도리어 화(禍)만 얻게 될 것이다. 나는 듣건대, 야소(耶蘇)는 가장 참혹하게 죽은 자라고 하니, 그 학문이 복이 되고 화가 되는 것을 이에서도 증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보고 징계(懲戒)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형되어 죽는 것을 즐거운 장소로 여기며 도거(刀鋸)097) ·항양(桁楊)098) 을 견디어 내며 혼몽하게 두려움조차 알지 못한 채 취한 듯이 미친 듯이 하여 꺼내어 깨우칠 수가 없으니, 이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망령된 자이다. 아! 불쌍하도다. 이것이 만약 광명 정대(光明正大)한 교(敎)라면 어찌하여 반드시 어두운 밤에 밀실(密室) 가운데에서 강론(講論)하고, 심산 궁곡(深山窮谷) 사이에서 불러 모으며, 폐고(廢錮)된 종족(種族)의 서얼로 뜻을 잃어 나라를 원망하는 무리와 지극히 어리석은 하류(下流)로서 재물을 탐내고 음란한 짓을 하는 무리가 서로 교우(敎友)라고 부르면서 각각 사호(邪號)를 베풀고는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 채 한편이 될 것인가? 이러한 자취만으로도 이미 지극히 흉악하고 지극히 요사한 것임이 판명되었으니, 그들이 최후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황건적(黃巾賊)099) ·백련교(白蓮敎)100) 등의 포장(包藏)하려는 뜻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이 나라에서 생장(生長)하지 않았는데 어찌 이 나라에서 먹고 산단 말인가?
이 나라의 풍속은 단지 사단(四端)을 확충하고 오륜(五倫)을 배식(培植)하는 것이니, 부조(父祖)가 서로 이어오고 사우(師友)가 서로 의뢰하는 것이 모두 이에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이 나라에서 함께 좇는 평탄한 길을 버리고 거의 만 리 밖의 이류(異類)의 사설(邪說)을 달갑게 여겨 스스로 함정으로 나아간단 말인가? 아! 저 점차 물들어서 깊이 금고(禁錮)된 자와 반핵(盤覈) 죄상이 다 드러난 자는 이미 복죄(伏罪)되었으나, 미처 드러나지 않은 자는 또 규결(糾結)을 어떻게 하고 자만(滋蔓)101) 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죽은 자는 불쌍히 여길 것이 못된다고 하나, 살아 있는 자는 아직 크게 변개(變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들도 모두 나의 적자(赤子)인데, 차마 한결같이 미혹에 빠졌다고 해서 어둠을 깨우쳐 밝은 길로 나아가게 할 방도를 생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내가 마음속을 포고해 보이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바로 하늘이 사람을 다스리는 법이며, 옛 성인(聖人)들의 교훈(敎訓)이니, 아! 그대 신료(臣僚)와 백성들은 공경하고 공경할지어다. 아비는 그 아들을 훈계하고 형은 그 아우를 훈계해, 그릇된 자는 반드시 개도(開導)할 것을 생각하고, 미처 빠지지 않은 자는 반드시 권계(勸戒)할 것을 생각하도록 하라. 또 혹 개도(開導)하고 권계해도 끝내 따르지 않는 자는 반드시 진멸(殄滅)하여 징계할 것을 생각해서 이러한 일종(一種)으로 하여금 감히 다시 용서받을 수 없게 한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으며,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상도(常道)가 바로잡히면 서민(庶民)에게 선한 기풍(氣風)이 일어나고, 서민에게서 선한 기풍이 일어나면 이에 사특함이 없어진다.’ 하였다. 오늘날을 위한 방도는 오로지 행의(行誼)를 돈독히 하여 효제(孝悌)와 충신(忠信)의 길을 닦고, 경술(經術)을 독실히 하여 시(詩)·서(書)·역(易)·예(禮)를 익히게 하고, 방종(放縱)을 추향(趨向)하여 전성(前聖)의 법도를 위배하지 말게 하고, 잗단 것을 참고하고 의거하여 선현(先賢)의 훈고(訓詁)를 업신여기지 말게 하여 우리 장보(章甫)와 금신(衿紳)으로 하여금 순수하게 천덕(天德)·천이(天彝)의 자연스런 법칙에서 한결같이 나오게 한다면, 우리의 도(道)는 부식(扶植)을 기필하지 않아도 부식될 것이며, 이학(異學)은 배척을 기필하지 않아도 배척될 것이니, 저 감발(感發)하여 스스로 분기(奮起)하는 자와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스스로 후회하는 자가 어찌 사학(邪學)을 버리고 정도(正道)로 돌아올 리가 없겠는가? 아! 《서경(書經)》에, ‘백성에게 허물이 있는 것은 나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이 사교가 제멋대로 횡행(橫行)하고 있는 것은 실로 과매(寡昧)한 내가 거느려 인도하지 못한 허물에 연유하므로, 스스로 돌아보며 자책(自責)하고 있었는데, 그 아픔이 내 몸에 있는 것 같다. 곧 그대들의 춥고 따뜻함과 굶주리고 배불리 먹는 세절(細節)까지 생각하면 나 소자(小子)가 밤낮으로 안타까워하지 않음이 없는데, 그대들의 성명(性命)이 유지되는 바와 사람과 짐승의 한계가 나뉘어지는 일에 내가 어찌 거듭 되풀이해서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애통(哀痛)해 하면서 유시(諭示)하노라."
하였다. 【검교 제학(檢校提學) 조인영(趙寅永)이 제술(製述)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469면
- 【분류】사상(思想)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86]이기(二氣) : 음(陰)과 양(陽).
- [註 087]
사서(四序) :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 [註 088]
사단(四端) : 인(仁)·의(義)·예(禮)·지(智).- [註 089]
음려(陰沴) : 재앙.- [註 090]
수사(洙泗) : 수수(洙水)와 사수(泗水). 공자(孔子)가 수수와 사수 사이에서 제자들에게 도(道)를 가르쳤으므로, 공자의 유학(儒學)의 뜻으로 쓰임.- [註 091]
낙민(洛閩) : 정주학(程朱學)을 일컫는 말. 정자(程子:정호(程顥)와 정이(程頤))는 낙양(洛陽) 사람이고, 주희(朱熹)는 민중(閩中) 사람이므로, 이와 같이 일컫게 되었음.- [註 092]
신유년 : 1801 순조 원년.- [註 093]
부월(斧鉞) : 형벌.- [註 094]
원위(源委) : 본말(本末).- [註 095]
비사(鄙事) : 천한 일.- [註 096]
사목(司牧) : 군주(君主).- [註 097]
도거(刀鋸) : 칼과 톱. 모두 형구(荊具)임.- [註 098]
항양(桁楊) : 칼과 차꼬.- [註 099]
황건적(黃巾賊) : 중국 후한(後漢) 말에 장각(張角)을 수령(首領)으로 하여 하북(河北)에서 일어난 유적(流賊). 그 무리는 13만으로 모두 황건을 쓰고 황로(黃老)의 도(道)를 받들어 태평도(太平道)라 하고 일시 세력을 떨쳐 난을 일으켰으나 장각의 병사(病死)로 쇠퇴, 곧 평정되었음.- [註 100]
백련교(白蓮敎) : 중국 송대(宋代) 이후에 성행된 민간의 비밀 결사 종교. 미륵(彌勒) 보살이 이 세상에 나타나 복(福)을 내린다고 우민(愚民)을 현혹하여 세력을 크게 뻗쳤으며 당시의 정부와 자주 충돌했음. 홍건적(紅巾賊)도 이 교도(敎徒)임. 청나라 때에 이르러 그 무리는 1796년부터 9년 동안에 걸쳐 반란을 일으켜 청조(淸朝)는 고심(苦心)하였음.- [註 101]
자만(滋蔓) : 무성하게 퍼짐.○庚辰/下斥邪綸音于京外曰:
嗚呼! 《中庸》曰, ‘天命之謂性,’ 《尙書》曰, ‘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 其論一原畀賦之初, 曰天曰上帝者, 天以形體言, 上帝以主宰言也。 曰命曰降衷者, 非諄諄然眞有詔告也, 一理所發, 二氣斡焉, 四序所運, 萬品育焉。 人得之爲性者, 其德有四, 曰仁義禮智也, 其倫有五, 曰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也。 此皆當然而然, 無待乎安排布置, 勉强作爲。 故曰 ‘天生烝民, 有物有則, 率之則爲順天, 悖之則爲逆天。’ 凡所以奉天而事上帝者, 豈有出於四端五倫之外哉? 嗚呼! 粤自羲、農、堯、舜, 繼天立極, 其寅畏而祗承, 惇敍而敬敷者, 惟此而已。 亦粤我夫子, 祖述憲章之後, 至于有宋群賢, 其明天理淑人心者, 惟此而已。 毫釐有差, 猶謂之異端, 況乎陰沴荒誕, 怪詭不經之外道乎? 國有常刑, 必殺無赦, 此所謂辟以止辟也。 嗚呼! 我東處文明之鄕, 襲仁賢之化, 美風善敎, 厥惟久矣。 洪惟我聖朝, 受天明命, 肇造區宇, 明彝倫以立人紀, 崇道擧以正國俗, 聖子神孫, 儆戒不怠, 丕克對越于天, 而休運永孚, 儒賢輩出, 上自公卿大夫, 下逮閭巷匹庶, 戶服洙泗之行, 家誦洛閩之書, 男以忠孝爲本, 女以貞烈爲重, 寇昏喪祭, 必遵乎禮, 士農工商, 各遂其業, 式至今胥匡以生, 國家賴焉。 矧惟我正宗大王, 挻天縱之聖, 紹百王之統, 聲明文物, 粲然具備, 而不幸有凶賊承薰者, 購來西洋之書, 號爲天主之學, 非先王之法言, 而潛相誑誘, 非聖人之正道, 而馴致耽惑, 駸駸然入於夷狄禽獸之域。 於是乎正廟憂其久而愈熾也, 治其魁宥其餘。 克推欲生之念, 俾開自新之路, 恩莫厚矣, 德莫盛矣。 雖豚魚之頑, 梟獍之凶, 亦當有所感悟, 而本性旣喪, 舊習不悛, 以至辛酉討邪之獄而極矣, 其薄有才藝者, 艶其新而倡之, 矇無知覺者, 樂其誕而從之, 身處卿宰, 自作窩窟, 家傳詩禮, 亦有染汚。 而文謨則變薙制敢行都市, 嗣永則裁帛書欲招海舶, 匈圖逆節, 於斯爲急。 苟非我純宗大王曁我貞純大妃, 悉燭魑魅之奸, 大振斧鉞之威, 廓闢而痛鋤之, 則國之爲國, 人之爲人, 有未可知也。 嗚呼! 今距辛酉, 四十年所, 禁網寖疏, 邪敎又盛, 虺蜮匿影, 稂莠易種, 逆竪變姓而出沒, 妖譯齎貨而交通, 潛募洋人 至於再三, 而聲氣接於異域, 脈絡遍於同黨, 比諸辛酉, 殆有浮焉。 肆予小子, 謹遵皇祖之謨, 恭奉慈聖之命, 不敢不行天之罰。 雖其迷昏而莫之返, 淪沒而莫之拯, 駢首連肩, 自底大戮, 而予惟爲民父母, 其能無哀痛惻怛之心, 戚戚于中哉? 嗚呼! 予聞不敎而刑, 謂之殃民, 予當以邪敎源委, 逐條卞析, 用播告于爾在廷臣隣及我八方士女, 俾各曉然, 爾尙欽哉。 嗚呼! 彼爲天主之學者, 曰 ‘是學也, 乃敬天也, 尊天也。’ 天固可敬可尊, 而彼所以敬且尊者, 不過如滌罪邀寵之諸鄙事, 自歸於慢天褻天也。 吾所以敬且尊者, 卽向所謂四端五倫之昭天命順皇降, 而日用事爲之當於理也, 邪正之分, 不待兩言。 且彼耶穌云者, 不知其是人是鬼, 是眞是假, 而其徒之言, 以爲 ‘始以天主下降, 死復上作天主, 爲萬物民生之大父母。’ 天也者, 無聲無臭, 人也者, 有軀有殼, 斷不可相混。 而今以天謂之降而爲人, 以人謂之上而爲天, 是有何依俙可惑之端, 而若是之矯誣也? 爾試思之。 往古來今, 有是理耶? 嗚呼! 匪父何生, 匪母何育? 欲報之德, 昊天罔極, 而生民以來, 凘滅他不得之大本也。 彼乃以生我者爲肉身父母, 天主者爲靈魂父母, 親愛崇奉, 在於彼不在於此, 以自絶其父母, 是果血氣之倫所可忍乎? 祭祀之禮, 所以追遠報本, 而孝子之不忍死其親也, 神理人情, 不得不然。 而彼乃毁主廢祭, 謂死者不知。 苟如是也, 彼所謂靈魂, 又何所依靠? 首尾橫決, 不成倫脊。 虎狼惡獸也, 尙有父子之情, 豺獺, 微物也, 尙有祭祀之義, 則彼雖圓顱方趾, 曾虎狼豺獺之不若, 人之無良, 胡至此極? 嗚呼! 君臣之義, 無所逃於天地, 而彼乃以敎皇、敎主, 作爲稱號, 不啻如戎狄之酋長, 賊盜之渠率, 是欲攘司牧之權, 使政化無所底, 命令無所施也, 禍首亂本, 孰有甚焉? 嗚呼! 有陰陽必有夫婦, 不易之理也, 彼乃以不嫁不娶, 妄托貞德, 其下焉者, 男女混處, 穢亂風敎, 由前則人之類滅矣, 由後則人之倫瀆矣。 無父無君, 卽至於此, 夫婦之際, 又何可論? 至若聖母、神父、領洗、堅振等種種名色, 愈出愈幻, 要之爲狐魔巫覡, 符水詛呪之惑世者也, 粗具見識, 寧或疑眩? 而最是天堂地獄之說, 易哄蚩蠢。 然此釋氏之陳腐也, 前人之辨, 已無餘蘊, 不足更事劈破, 而是曾孰見而孰傳之也? 蔽一言曰, 謊說也。 彼亦均受天賦, 竝充人類, 而乃欲斁棄五常, 滅絶三綱, 以求其身後之福於慌惚茫昧之地者, 不亦惑之甚哉? 求福之道, 誠有之矣, 《詩》曰 ‘永言配命, 自求多福。’ 又曰, ‘豈弟君子, 求福不回。’ 配命者, 合於理也, 不回者, 不爲回邪之行, 以要之也, 如是則福自至, 不如是則欲求福而反取禍也。 予聞耶穌, 凶死之㝡酷者也, 其學之爲福爲禍, 於此可驗。 而不惟不爲之視以爲懲, 乃以刑死爲樂地, 刀鋸桁楊, 民不知畏, 如醉如顚, 莫可提醒, 非愚則妄, 吁可哀矣。 嗚呼! 此若爲光明正大之敎, 則何必講授於昏夜密室之中, 嘯聚於深山窮谷之間, 而廢種錮孼, 失志怨國之徒, 下流至愚, 騙財誨淫之輩, 互稱敎友, 各設邪號, 藏頭隱尾, 打成一片也哉? 卽此形跡, 已判其至凶至妖, 而究竟爲計, 不出於黃巾白蓮之包蓄耳。 彼豈非生長於此邦, 食息於此邦者乎? 此邦之俗, 只是四端之擴充, 五倫之培植, 而父祖之所相沿, 師友之所相資, 皆在於是, 則何故捨此邦所共由之坦路, 甘心於幾萬里外異類之邪說, 以自就罟擭乎? 嗚呼! 彼浸漬之深錮者, 盤覈之畢露者, 固已咸伏厥辜, 而其未及現發者, 又不知紏結如何, 滋蔓如何? 死者雖不足恤, 生者猶可丕變。 彼皆吾赤子耳, 忍使之一向沈蠱, 不思所以牖昏嚮明之方乎? 今予敷示心腹, 非予言也, 乃惟天之經人之維, 古昔群聖之訓也, 嗟! 爾臣黎, 欽哉欽哉。 父詔其子, 兄詔其弟, 其所訛誤者, 必思所以開導焉, 其未陷溺者, 必思所以勸戒焉。 又或有開導勸戒, 而終不率者, 必思所以殄殪而懲創焉, 俾此一種, 毋敢更容, 則豈不休哉, 豈不休哉? 孟子曰, ‘經正則庶民興, 庶民興, 斯無邪慝矣。’ 爲今之道, 其惟敦行誼, 以修其孝悌忠信, 篤經術, 以習其詩、書、易、禮, 而勿以趨尙放縱, 背前聖之規矩, 勿以考據細瑣, 侮先賢之訓詁, 使我章甫衿紳, 粹然一出於天德天彝自然之則, 則吾道不期扶而扶, 異學不期斥而斥, 彼感發而自奮, 警惕而自悔者, 庸詎無去邪歸正之理哉? 嗚呼! 《書》不云乎, ‘百姓有過在予一人。’ 今玆邪敎之橫肆, 職由予寡昧, 不能導率之咎, 反躬自責。 若恫在已, 而載念爾一寒一煗, 一飢一飽之節, 罔非予小子夙宵憧憧, 則其於爾性命之所關係, 倫彝之所維持, 爲人爲獸之所界限剖判者, 予又安得不重言復言? 哀痛而諭之也。 【檢校提學趙寅永製。】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469면
- 【분류】사상(思想)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