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헌종실록 1권, 헌종 즉위년 12월 16일 병오 1번째기사 1834년 청 도광(道光) 14년

남공철·이상황 등이 절실하고 시급한 여섯 가지의 일을 아뢰다

약원(藥院)의 입진(入診)을 흥정당(興政堂)에서 행하고, 시임(時任)·원임(原任) 대신(大臣)과 각신(閣臣)을 소견(召見)하였다. 봉조하 남공철(南公轍)·영부사 이상황(李相璜)·영의정 심상규(沈象奎)·좌의정 홍석주(洪奭周)·우의정 박종훈(朴宗薰)이 아뢰기를,

"생각건대, 우리 전하께서 어린 나이에 무거운 부탁을 받으시고 우리 자성 전하(慈聖殿下)께서 여요(女堯)003) 의 성덕(聖德)으로 염유(簾帷)를 드리우는 전례(典禮)를 거행하시니, 모두들 머리를 들고 눈을 닦으면서 새로운 정화(政化)를 바라고 있습니다. 신 등이 어리석고 모질어 구차하게 살아남아 눈물을 뿌리면서 등대(登對)하였으니, 청컨대 오늘날 가장 절실하고도 시급한 일을 간략하게 먼저 진달하겠습니다.

첫째 기거(起居)를 삼가실 것입니다. 전하께서 어리신 나이로 사복(嗣服)하시어 조종(祖宗)의 크나큰 사업을 한 몸에 지고 계십니다. 더구나 기혈(氣血)이 채 채워지지 아니한데다 슬픔과 아픔이 마음을 싸고 있어 양전(兩殿)께서 오직 병에나 걸리지 않나 하는 근심이 평일보다 백배나 더하실 것이니, 무릇 식음(食飮)·복어(服御)·흥침(興寢)004) ·보리(步履)005) 때와 동정(動靜)·어묵(語默)·희로(喜怒)·호오(好惡)의 일에 반드시 조신(操愼)하는 것을 공력(工力)으로 삼으시고, 항상 사물(四勿)006) 의 경계를 마음속에 가지시기를 육기(六氣)007) 의 징후같이 힘쓰신다면, 이것이 곧 성인(聖人)이 되는 기틀이 되고 하늘에 장수(長壽)를 기구(祈求)하는 근본에 부합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강학(講學)에 부지런한 것입니다. 옛날 명묘 대행(明廟大行)의 인산(因山) 전에 선묘(宣廟)께서 경연(經筵)에 나아가서 《예기(禮記)》의 상례편(喪禮篇)을 강(講)하셨습니다. 대개 거상(居喪) 중에 있으면서 채 장례를 치르기 전에 상례(喪禮)를 읽고 이미 장례를 치른 다음에 제례(祭禮)를 읽는다는 것이 곧 예경(禮經)의 글입니다. 선정신(先正臣) 송준길(宋浚吉)이 이 사실을 인용해 현묘(顯廟)의 초복(初服) 때 진달하여 행하였고, 그 뒤 경신년008) 에도 또한 공제(公除)한 뒤에 곧 강대(講對)를 행했으니, 이는 곧 열조(列朝)의 성법(成法)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지금부터 권강(勸講)과 소대(召對)를 일과(日課)로 부지런히 행하소서. 신 등은 전하의 근학(勤學) 여부가 곧 종사(宗社)·생령(生靈)의 안위(安危)·흥체(興替)의 관건(關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경연을 열 때는 자성(慈聖)께서 수렴(垂簾)하시고 청강(聽講)하시는 것이 또한 고사(故事)로서 본받아 행할 만한 일이니,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힘쓰소서.

세 번째는 궁위(宮闈)를 엄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 몸에 비유한다면, 궁위는 장폐(腸肺)와 같고 공부(公府)는 지체(肢體)와 같습니다. 장폐가 깨끗하지 아니한데 지체가 병들지 않는 경우가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개 부시(婦寺)는 아양을 떠는 것을 충성으로 삼고 복례(僕隷)는 빙자하여 파는 것을 이(利)로 삼는 법입니다. 승니(僧尼)·무축(巫祝)의 말이 안으로 들어오고 궁금(宮禁)의 엄비(嚴秘)해야 할 일들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경우가 많아 규점(窺覘)009) 이 행해지고 참특(讒慝)이 싹틈은 모두 이런 무리들이 하는 것입니다. 지금 국가에 사고가 많고 인심이 안정되지 않고 있으니, 단단히 신칙하고 단속하는 일을 백배나 더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더욱이 어리신 나이라 보통 한가로이 계실 즈음에는 이러한 무리와 쉽게 친숙해지고 자질구레한 장난감으로 이러한 무리들은 쉽게 유혹하니, 심지(心志)를 고혹(蠱惑)시켜 성공(聖工)에 누(累)를 끼침은 모두 이에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입니다. 선묘께서는 어린 나이에 즉위하셨으나, 환시를 거느리심이 매우 엄해 항상 말을 붙이지 아니하시어 조야(朝野)가 성덕(聖德)을 사모하였으니, 실로 오늘날 우러러 본받아야 마땅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힘쓰소서.

네 번째는 행문(倖門)010) 을 막는 것입니다. 대저 먼저 작상(爵賞)은 국가의 대병(大柄)이요, 위복(威福)은 인주(人主)의 대권(大權)입니다. 한번 법에 어긋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일이 그 사이에 잘못 뒤섞이면 사사(私邪)한 무리들이 간사한 마음을 싹틔워 좌우로 함께 나아오고 간촉(干囑)과 거짓된 속임수가 안팎에서 번갈아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 시초는 아주 미세한 사사로움에 지나지 않아 일을 크게 해침이 없는 것 같지만 그 기계(機械)가 매끄럽고 익숙해지며 길이 닦여 길들여지면, 마침내는 반드시 대병은 거꾸로 되고 대권은 흔들려 빼앗기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진실로 미세할 때에 방지하고 조짐을 막지 않으며 작은 것을 살피고 시작을 조심하지 아니하면, 쥐구멍이 곁으로 뚫리고 좀구멍이 어느사이에 커지는 것과 같을 것이니, 엿봄으로부터 넌지시 떠보는 것이 되고 투합(投合)하는 데서부터 제멋대로 굴게 됨은 필연적인 형세입니다. 옛날 성묘(成廟) 즉위 초에 궁위 봉보 부인(奉保夫人)011) 이 어떤 사람에게 벼슬을 주기를 청하자 성묘께서 ‘내가 어린 나이로 내알(內謁)로 인해 사람들에게 벼슬을 준다면 국정(國政)을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 다시 말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반드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셨으니, 이는 진실로 성인(聖人)의 교훈입니다. 대개 공사(公私)를 구분함은 곧 기강의 근본이 됩니다. 기강이 서지 않으면 비록 근심하고 부지런함이 간절하다 하더라도 치도(治道)가 저절로 행해질 수 없으며, 행문을 막지 아니하면 형위(刑威)가 비록 엄하다 하더라도 기강은 저절로 서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경계하소서.

다섯 번째는 백성들의 숨은 고통을 살피는 것입니다. 인주(人主)의 직분이란 백성을 보전하는 것일 뿐입니다. 무릇 외방에서 온 신료(臣僚)와 일로 인해 온 수재(守宰)를 반드시 인견(引見)하시고 물어보시되, 말을 다하도록 인도하소서. 윗사람의 귀와 눈이 항상 백성에게 있고 백성의 심복(心腹)이 남김없이 윗사람에게 알려진다면, 어찌 제거할 수 없는 폐단이 있겠습니까?

여섯 번째는 재용(財用)을 절약하는 것입니다. 제물이란 백성의 목숨이자 곧 그들의 고혈(膏血)입니다. 우리 나라의 입국(立國)의 규모(規模)는 곧 ‘절검(節儉)’의 두 글자입니다. 그런데도 근세(近世) 이래로 혹 꾸밈이 지나친 폐단을 면하지 못하여 의복·음식의 범절과 거처(居處)·유장(帷帳)의 도구로부터 부시(婦寺)와 복례(僕隷)의 액수(額數)에 이르기까지 모두 옛 제도를 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만약 오늘날의 범백사(凡百事)를 원래 이와 같았던 것으로 아신다면, 이는 심히 먼저 성지(聖志)를 세우는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것이 어찌 이에 그치겠습니까마는, 대경(大經)이 있는 바는 이 몇 가지에 벗어나지 않습니다. 기거(起居)를 삼가시는 것을 근학(勤學)의 근본으로, 궁위(宮闈)를 엄숙하게 하는 것을 행문(倖門)을 막는 근본으로, 백성의 숨은 고통을 살피는 것을 재용(財用)을 절약하는 근본으로 삼으시되, 또 그 대본(大本)은 오로지 전하의 실심(實心)에 있는 것입니다. 오직 원하건대, 성의(聖意)를 이에 깊이 두시어 소홀함이 없도록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아뢴 바의 모든 조항이 간절하고 절실하니, 감히 마음이 새겨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43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사법-치안(治安) / 재정-국용(國用)

  • [註 003]
    여요(女堯) : 부녀자로서의 요(堯)임금.
  • [註 004]
    흥침(興寢) : 일어나고 잠자는 것.
  • [註 005]
    보리(步履) : 걸어 다니는 것.
  • [註 006]
    사물(四勿) : 공자(孔子)가 안회(顔回)에게 하면 아니된다고 가르친 네 가지 경계(警戒). 비례물시(非禮勿視)·비례물청(非禮勿聽)·비례물언(非禮勿言)·비례물동(非禮勿動).
  • [註 007]
    육기(六氣) : 음양(陰陽)의 여섯 가지 기운. 한(寒)·서(署)·조(燥)·습(濕)·풍(風)·우(雨).
  • [註 008]
    경신년 : 1800 순조 즉위년.
  • [註 009]
    규점(窺覘) : 엿봄.
  • [註 010]
    행문(倖門) : 요행을 바라는 문.
  • [註 011]
    봉보 부인(奉保夫人) : 조선조 초기의 외명부(外命婦)로서, 종 1품의 품계임. 이는 임금의 유모(乳母)에게 주던 작위(爵位)였음.

○丙午/行藥院入診于興政堂, 召見時原任大臣閣臣。 奉朝賀南公轍, 領府事李相璜, 領議政沈象奎, 左議政洪奭周, 右議政朴宗薰啓言: "惟我殿下, 以沖幼之齡, 承付畀之重, 我慈聖殿下, 以女堯之聖, 擧簾帷之儀, 莫不延頸拭目, 以觀政化。 臣等頑忍苟存, 涕泣登對, 請以今日, 切要㝡急之務, 略先陳之。 一曰愼起居。 殿下沖年嗣服, 祖宗艱大之役, 擔在一身。 況氣血未充, 哀疚嬰心, 兩殿惟疾之憂, 百倍恒日, 凡食飮服御, 興寢步履之際, 動靜語默, 喜怒好惡之節, 必以操愼爲工, 恒存四勿之戒, 務若六氣之候, 則斯乃作聖之基, 永符祈天之本。 二曰勤講學。 昔明廟大行因山前, 宣廟臨筵講《禮記喪禮篇》。 蓋居喪未葬讀喪禮, 旣葬讀祭禮乃禮經之文。 先正臣宋浚吉, 引此以陳於顯廟初服而行之, 粤在庚申, 亦於公除後, 卽行講對。 此乃列朝成法也。 伏願自今, 勸講召對, 課日勤行。 臣等以爲殿下之勤學與否, 卽係宗社、生靈, 安危、興替之關。 且開筵時慈聖之垂簾聽講, 亦故事之可以倣行者也, 惟殿下, 懋哉。 三曰嚴宮闈。 譬之一身, 宮闈如腸肺, 公府如肢體。 安有腸肺不淸, 而肢體不病者乎? 蓋婦寺以納媚爲忠, 僕隷以藉賣爲利。 僧尼、巫祝之說, 或入於內, 宮禁嚴祕之事, 多宣於外, 窺覘行而讒慝萠, 皆此輩之爲耳。 顧今國家多故, 人心靡屆, 整飭操束, 尤宜百倍。 況當沖齡, 凡尋常燕閑之際, 易與此輩狎暱, 瑣屑玩戲之具, 易爲此輩誘惑, 蠱心志而累聖工, 皆由此起。 宣廟沖年卽阼, 御宦寺甚嚴, 常不與接言語, 朝野想望聖德, 實爲今日所當仰法。 惟殿下, 勉之。 四曰杜倖門。 夫爵賞者, 國家之大柄, 威福者, 人主之大權。 一有非法不公之事, 參錯於其間, 則私邪奸萌, 左右竝進, 干囑矯誣, 內外交攻。 其始也不過纖微之私, 若無足以大害於事, 而及其機械滑熟, 蹊逕流馴, 則終必至於大柄倒置, 大權撓奪, 苟不防微杜漸。 察細謹始, 則如鼠竇傍穿, 蠹孔潛蝕, 自窺覬而嘗試, 自投合而放肆, 卽必然之勢也。 昔成廟初服, 奉保夫人, 請爵人, 上曰, ‘予以幼沖, 因內謁爵人, 則於國政何? 若復言者, 予必不貸。’ 此誠聖人之訓也。 蓋公私之分, 卽紀綱之本也。 紀綱不立, 則憂勤雖切, 而治道不能徒行, 倖門不杜, 則刑威雖厲, 而紀綱不能自立。 惟殿下, 戒之。 五曰察民隱。 人主之職, 保民而已。 凡臣僚之自外來者, 守宰之因事至者, 必引見而詢訪, 導之盡言。 上之耳目, 常在於民, 民之心腹, 畢達於上, 則夫豈有不可祛之弊哉? 六曰節財用。 財者, 民命, 而卽其膏血也。 我朝立國規模, 卽是節儉二字。 而挽近以來, 或不免文勝之弊, 自衣服飮食之節, 居處帷帳之具, 至於婦寺僕隷之額數, 皆踰於古昔制度。 而殿下若以今日凡百, 認以元來如是, 則甚非所以先立聖志之道矣。 今日可言, 豈止於是, 而大經所在, 不出此數者矣。 愼起居爲勤學之本, 嚴宮闈爲杜倖門之本, 察民隱爲節財用之本, 而又其大本, 則亶在殿下實心。 惟願深留聖意毋忽焉。" 批曰: "所陳諸條, 懇惻切實, 敢不服膺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43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인사-관리(管理) / 사법-치안(治安) / 재정-국용(國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