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폐목의 도적질, 쌀가게들의 횡포에 대해 남공철이 아뢰다
차대(次對)하였다. 영의정 남공철(南公轍)이 평안 감사 심능악(沈能岳)의 장계에 의하여 말하기를,
"지난 겨울에 사신 행차 도중에 세폐목(歲幣木)035) 81필을 잃어버렸는데, 겨우 사서 보충하여 납부함으로써 다행히 탈이 생기는 것을 면하였습니다. 도적질을 한 사람 홍대종(洪大宗) 등 다섯 놈은 의주부에서 염탐하여 잡았는데, 이미 사실을 자백했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에 와서 기강이 해이하여 전후에 금조(禁條)를 범한 자들을 어찌 한정하겠습니까마는, 세폐까지 도적질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한 것입니다. 이 일은 원전(原典)에 의하여 모두 사형을 시행함으로써 뒤에 오는 사람들을 징계함이 마땅하나, 단지 그가 범한 것은 방물(方物)을 훔쳤을 뿐, 청나라 사람에게 몰래 판 것은 없으니, 본률(本律)에 준한다면 매우 차이가 있습니다. 감사로 하여금 다시 조사해 내어 그 괴수 한 사람은 장문(狀聞)한 뒤에 국경에서 효수(梟首)하고, 그 나머지 여러 놈들은 모두 엄형한 뒤에 멀고 험악한 지방에 보내어 종으로 삼게 할 것입니다. 감색(監色)036) ·장교(將校)는 이 율(律)에 견주어 경중(輕重)을 나누어 죄를 신문하여 처분하여야 합니다. 이 일은 관계가 매우 중대하고 또 후폐(後弊)가 없지 않을 것인데, 처음에 의주 부윤[灣尹]의 처치는 소홀함을 면치 못하였고, 사신이 강을 건너 돌아온 뒤에도 또다시 방임(放任)해 버리고 심문하지 않았으니, 또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의주 부윤은 감사의 계문에 이미 죄를 줄 것을 청하였으나, 세 명의 사신도 청컨대 다같이 종중 추고(從重推考)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또 아뢰기를,
"지난번에 강상의 상인들과 싸전 사람들을 형조로 하여금 끝까지 핵실하여 논보(論報)하라는 뜻으로 초기(草記)에 분부하셨습니다. 지금 형조에서 보고한 것을 보니, 동막(東幕) 여객 주인(旅客主人)인 김재순(金在純)은 실지는 강상의 상인들 단골집이 되어 곡식을 감추고 물을 섞은 두 가지 죄를 모두 지었기에 여러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간사한 행동을 한 현저한 정상이 사안(査案)에서 이미 그를 수괴(首魁)로 정하였습니다. 싸전 사람인 정종근(鄭宗根)은 쌀이 있으면서도 팔지 않았으므로 할말이 없다고 공초를 바치었습니다. 도성 안의 수많은 백성들의 집에서 밥을 짓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난민의 변고는 그의 가게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아래 싸전 사람인 이동현(李東顯)은 크고 작은 되를 혼동(混同)해 사용했기 때문에 포도청에서 곤장을 맞아서 길거리에서 떠들썩하게 소문이 퍼졌을 뿐 아니라, 그 가겟방에 증거를 세웠으니, 다시 의심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잡곡 가게 사람인 최봉려(崔鳳麗)는 그가 쌀에 물을 섞은 흔적을 알고서도 그대로 숨겼으며, 9석을 지금도 쌓아두고 있다고 하였으니, 군색하게 피하려고 꾸며낸 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김재순·정종근은 바로 이 난동을 일으키게 한 장본이어서 법조(法曹)037) 에서 신문하게 하였습니다. 또 《대명률(大明律)》과 《통편(通編)》을 상고하건대, 비록 명확하게 근거할 만한 조문은 없다 하더라도 자세히 죄를 범한 정상을 추구하면 더욱 분하고 원통하니, 당초 정한 율(律)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참으로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일 만하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죽이는 것이 옳은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법을 집행하여 논하는 사람은 혹은 ‘살인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살펴야 마땅하며, 비슷한 조목에 준한다는 것도 하지 못하거늘, 더구나 법전에 명문이 없는 경우이겠는가?’라고 하는데, 이 말도 역시 그럴 듯합니다. 그러므로 5, 6일을 생각하여 열흘이 될 때에야 마침내 그를 죽여도 아까울 게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대저 법으로는 마땅히 죽어야 할 것도 범죄의 정상으로 보아 용서할 만한 것이 있으면, 혹 넓히고 좁힐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범죄의 정상으로 보아 죽여야 마땅하겠는데, 법문에 실려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하여 어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정상을 가지고 법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윗 조항의 두 놈은 형조로 하여금 결안(結案)을 받은 뒤에 군문(軍門)에 넘겨 효수(梟首)하여 여러 사람들을 경계하게 할 것입니다. 무릇 사사로이 말과 되를 만들었는데 법식에 준하지 않을 경우 《대명률》에는 장(杖) 60대를 친다 하였고, 《통편》에는 단지 금단한다고만 하였습니다. 세미(稅米)에 물을 섞은 경우에는 맨 먼저 주창한 자 외에 정상을 알고 있는 사람은 《통편》에 단지 형배(刑配)038) 한다고만 하였고, 저잣가게의 곡식에 물을 섞은 경우에는 또한 명백한 조문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일어난 뒤에는 율문을 곱절로 적용하여야 합니다. 이동현·최봉려는 모두 엄형(嚴刑)에 처하여 멀고 험한 지방에 귀양보낼 것이며, 그 나머지 옥에 갇혀 있는 여러 놈들은 형조로 하여금 경중에 따라 참작하여 처리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의 어리석은 소견은 이와 같으나, 대저 죄가 사형에 관계되었으니, 신중히 심리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 그 범죄의 정상을 가지고 법문이 없는 가운데에서 법을 만들자니 혼자의 견해로는 논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청컨대 널리 여러 대신들에게 하문하시고, 법조 당상(法曹堂上)이 이제 또 연석(筵席)에 올라왔으니 또한 물어보소서."
하였다. 임금이 형조 당상관에게 물으니, 형조 판서 박종훈(朴宗薰)이 말하기를,
"강상의 상인과 싸전 사람들이 곡식을 파는 것을 아주 막아버려 백성들의 먹는 길을 끊어버림으로써 저자에서 소동이 일어나게 하였으니, 그 죄는 죽여도 속죄하기에 부족한 것입니다. 여러 율서(律書)를 상고해 보아도 이 조목은 없습니다마는, 또 신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법은 한계가 있고 일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범죄의 정상은 중한데도 형률이 경한 경우에는 위아래를 견주어 붙이는 예(例)가 있는 것입니다. 법문에 없는 법을 적용할 때에는 상경(常經)에 근거하여 단안하여야 합니다. 삼가 《대명률》을 상고하건대, 협잡을 부려 속여서 남의 재물을 빼앗은 자는 절도(竊盜)로 논죄한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이 죄수들은 서로 내통하고 조종한 흔적이 있으니, 협잡을 부려 속여서 남의 재물을 빼앗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 정리(情理)로 보아 용서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또 안험하건대, 절도를 세 번 범하면 교형하라는 형률이 있습니다. 이 죄수들은 해당 관사와 법사에서 단속하고 경고하여 다스린 것이 세 번에 그친 것이 아니었는데, 악하고 간사한 짓은 갈수록 더욱 심해졌으니, 단지 세 번 범한 것으로만 논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명례(名例)039) 에 준(准)한다고 한 것은 비록 그 죄에 준하는 것을 말함이지만, 그러나 비부(比附)하는 법은 바로 이런 것들을 위하여 나온 것입니다. 《서경》의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작은 죄를 범하고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끝내 고치지 않을 것이다040) [小罪非眚 乃惟終].’ 하였고, 또 이르기를, ‘하형(下刑)도 중하게 적용하여야 되겠으면 중형에 처한다041) [下刑適重上服].’고 하였습니다. 대저 가벼운 형벌이라도 오히려 중형에 처할 수 있는데, 더구나 죽을 죄를 가지고서 죽이는 형률에 적용하는데 누가 옳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또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일 만하다고 말한다면 나라 사람들이 죽이는 것이 되고, 저잣거리에서 사람을 형벌하는 것은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사형에 처하는 것이 됩니다. 만약 성인의 호생지덕(好生之德)으로써 또 여러 죄수들 가운데에서 경중을 나눈다면, 두 가지 죄가 다 적발된 김재순과 증거가 있어 의심 할 것이 없는 정종근은 중전(重典)에 붙여야 마땅합니다. 그밖에 각 싸전 사람들은 비록 같은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나타난 장물이 없으니, 참작하여 차등을 두는 것이 실형(失刑)은 아니라고 봅니다. 되를 속인 것은 비록 교활하고 간악하기 그지없으나 명백히 정해진 율(律)이 있으니 등급을 더하여 악한 것을 징계한다면 옳거니와 율(律)을 버리고 사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어리석은 소견은 이와 같으니 다시 널리 물어서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하였는데, 원임 대신(原任大臣)들이 모두 사형[一律]에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392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상업-시장(市場)
- [註 035]세폐목(歲幣木) : 매년 음력 10월 중국에 가는 사신이 가지고 가는 포목.
- [註 036]
감색(監色) : 감관(監官)과 색과 색리(色吏).- [註 037]
법조(法曹) : 형조.- [註 038]
형배(刑配) : 형장을 쳐서 귀양을 보냄.- [註 039]
명례(名例) : 명(名)은 5형의 죄명(罪名)이며, 예(例)는 5형의 체례(體例)이니, 명례는 죄명과 형벌을 이르는 말. 죄명과 형벌의 상호 관계를 비교 검토하는 것이므로, 현대 법률학 체제로 보면 총칙(總則)에 해당함.- [註 040]
《서경》의 주서(周書)에 이르기를, ‘작은 죄를 범하고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끝내 고치지 않을 것이다 : 《서경》 주서(周書) 강고(康誥)에 "人有小罪非眚 乃惟終"이라 하여, 사람이 작은 죄를 범하고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끝내 고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음.- [註 041]
‘하형(下刑)도 중하게 적용하여야 되겠으면 중형에 처한다 : 《서경》 주서 여형(呂刑)에 "上刑適輕下服 下刑適重上服"이라 하였으니, 중형(重刑)도 가볍게 처리해야 되겠으면 밑의 형벌을 쓰고, 경형(輕刑)도 무겁게 처리해야 되겠으면 형벌을 가중시킨다고 하였음.○庚戌/次對。 領議政南公轍, 因平安監司沈能岳狀啓言, "昨冬使行中, 歲弊木八十一疋, 見失, 僅爲購貿充納, 幸免生頉。 而偸竊人洪大宗等五漢, 自灣府詗捉, 已爲輸款云。 近來紀綱蕩然, 前後犯禁條者何限, 而至於歲幣偸竊之事而極矣。 事當依原典幷施一律, 以懲來後, 而第其所犯, 只是偸取方物, 旣無潛賣淸人者, 則準諸本律, 熬有間焉。 令道臣, 更爲査出其首魁一名, 狀聞後境上梟首, 其餘諸漢, 幷嚴刑後遠惡地爲奴。 監色將校, 視此律分輕重勘罪。 此事關係甚重, 且不無後弊, 而初則灣尹處置, 未免踈忽, 使价之還渡後, 又復任他不問者, 亦難免其責。 灣尹則道啓旣己請罪, 而三使臣請竝從重推考。" 從之。 又啓言: "頃以江商及米廛人, 令秋曹, 究覈論報之意, 有所草記分付矣。 卽見刑曹所報, 則東幕旅客主人金在純, 實爲江商之孤注, 藏穀和水, 兩罪俱發, 衆惡所萃, 作奸昭著之狀, 査案旣以首魁爲定。 下米廛人鄭宗根, 以有米不賣, 無辭納招。 而使都下許多民戶, 至於絶火之境, 亂民之變, 出自渠廛。 下米廛人李東顯, 以大小升互用事, 已經捕廳棍治, 而不但街路喧傳, 該廛立證, 更無可疑。 雜穀廛人崔鳳麗, 知其和水跡, 而仍爲掩匿, 九石之尙今積置云者, 無非窘遁粧撰之辭矣。 在純、宗根, 卽是召亂之本, 而問于法曹。 又考《大明律》、《通編》, 則雖無明的可據之文, 而細究情犯, 則轉益憤惋, 不可以當初所定之律, 爲擬。 眞所謂國人皆曰 ‘可殺’, 而察之見其可殺者也。 執法而論者, 或以殺人, 當極其審愼, 傍準且不可, 況無法典明文乎? 此言亦然。 故服念五六日, 至于旬時而終見其可殺無惜。 凡在法當死, 而情犯有可恕者, 或得闊狹。 然則情犯當死, 而法文所不載者, 豈可容貸? 此乃執情而作法者也。 右項兩漢, 令秋曹, 捧結案後, 出付軍門, 梟首警衆。 凡私造斛斗, 斗升不準式者, 《明律》杖六十, 《通編》只令禁斷。 稅米和水, 首倡外知情者, 《通編》只令刑配, 市穀和水, 亦無明文。 然今番事出之後, 當用加倍之律。 李東顯、崔鳳麗, 幷嚴刑遠惡地定配, 其餘在囚諸漢, 令秋曹, 從輕重酌處爲宜。 臣之愚見如此, 而大抵罪關大辟, 欽哉惟恤。 且執其情犯, 制法於無法之中, 則有難以獨見論斷。 請博詢於諸大臣, 而法曹堂上, 今又登筵, 亦爲下詢。" 上, 詢秋堂, 刑曹判書朴宗薰曰: "江商廛民輩, 閉絶穀賣, 阻斷民食, 以至於激成市鬧, 此其罪, 死不足贖。 而考諸律書, 無此條目矣。 第臣竊以爲法有盡而事無窮。 故情重而律輕, 則有上下比附之例焉。 無於法者之法, 則當據經而爲斷。 謹按《大明律》, 有誑賺局騙拐帶人財物者, 準竊盜論之文。 此囚和應操切之跡, 何異於誑賺局騙乎? 其情理難恕, 則不翅過之。 又按竊盜有三犯絞之律。 此囚之自該署法司, 禁飭警治, 不止於三, 而怙惡稔奸, 愈往愈甚, 不可但以三犯論也。 名例稱准者, 縱云但准其罪, 然比附之法, 政爲此等設也。 《周書》曰, ‘小罪非眚, 乃惟終’, 又曰: ‘下刑適重上服。’ 夫下刑, 猶可以上服, 則況以死罪而准死律, 夫孰曰不然乎? 且國人皆曰可殺, 則國人殺之也, 刑人於市, 與衆棄之也。 若以聖人好生之德, 又分輕重於諸囚之中, 則兩罪俱發之金在純, 證跡無疑之鄭宗根, 當屬重典。 其外各廛人則雖涉同罪, 旣無現贓, 參酌差等, 恐非失刑。 僞升則雖甚狡惡, 明有定律, 加等懲惡則可, 而舍律用辟則難矣。 愚見如此, 更願博詢而處之。" 原任大臣, 皆以爲宜用一律, 從之。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392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상업-시장(市場)
- [註 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