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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33권, 순조 33년 3월 12일 계미 1번째기사 1833년 청 도광(道光) 13년

형조에서 난민의 무리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을 보고하다

형조에서 아뢰기를,

"이번에 난민(亂民)의 무리들이 불을 지르고 집을 들이부수며 파괴한 일은 진실로 하나의 변괴이니, 그날의 도당들을 다 베어 죽인다 하여도 지나침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히 호생(好生)의 덕을 미루어 횡액에 걸려들게 되는 폐단이 있을까 깊이 염려하시어 합좌(合坐)하여 사출하라는 명이 있기에 이르렀고, 효수(梟首)한 자는 7명에 그쳤으니, 신은 참으로 우러러 흠모하는 마음이 한량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곱 놈이 범한 이런 죽을 죄는 또한 근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대개 강상에 곡식을 모아둔 것이 올해와 같이 많은 적이 없었던 까닭으로 2월 10일부터 15일 사이에 쌀값이 조금 헐하여져서 백성들이 이에 힘입어 편안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가의 상인들은 쌓아둔 곡식 값이 뛰어오르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여객(旅客)들을 지휘하여 곡식을 감추게 하고 저잣거리의 백성들과 호응하여 값을 더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2월 스무날부터 그믐날 이래로는 한 바리, 한 짐의 곡식도 도성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더니, 10여 명의 여객 가운데에서 한 사람만이 행매(行賣)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가게를 닫아버렸습니다. 이와 같은 짓을 차례로 돌려가면서 한 까닭에 쌀을 사려는 사람들이 한곳에 부쩍 모이게 되니, 쌀값이 뛰어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6일, 7일 사이에 갑자기 곱절로 뛰어놀랐고, 초8일에 이르러서는 서울의 가겟방을 닫아버리는 극단(極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성 안에 가득한 가난한 백성들의 이를 기다려 끼니를 끊이던 자들이 빈 자루를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울부짖는 사람이 길가에 가득 찼고 분하여 꾸짖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으며,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오지 않아 경색(景色)이 참담(慘憺)하였으니, 또한 예전에 없었던 변고이었습니다. 무지한 백성들이 굶주림을 참고 분한을 머금었으니, 무슨 변고인들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 무리들에게 법을 집행한 뒤에 물의를 수소문하여 들어본즉, 입이 있는 자는 모두 말하기를, ‘저놈들이 이미 난민으로서 법에 의하여 죽임을 받았으니, 변란을 초래한 근본에 대해서도 동일한 죄로 처벌함이 마땅할 듯한데, 저자거리의 백성들은 귀양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강가의 상인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조정의 형정(刑政)에 유감이 없을 수 없다.’하여 울분이 갑절이나 더하니,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개 균평(均平)하기 어려운 것은 물정(物情)029) 이며 막기 어려운 것은 여러 사람들의 입술입니다. 이 흉년을 당하여 인심이 흩어지고 있는 때이니, 이것도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대저 일곱 놈의 죄는 만번 죽어도 오히려 가벼운 것이지만, 그 근본을 궁구하여 보면 먹을 것을 구하다가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용서받지 못할 죄를 범하여서 죽게 된 것입니다. 비록 산업(産業)을 절제(節制)하여 굶주린 백성이 없도록 하지는 못하였을지라도, 강가의 가게와 서울 저잣거리에서 쌓아 둔 곡식에 대하여 간사한 짓을 미리 금지하지 못하여 곡식을 감추고 가게를 닫도록 내버려두어, 굶주림을 서서 보고만 있다가 죽는 형벌을 범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잣거리의 백성들과 강가의 상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7인의 목숨에 대거리한 자가 없었습니다. 저 죽은 사람들의 마음은 저들의 죄가 마땅히 죽어야 함을 알지 못하고, 이 무리들만이 목숨을 보존하고 있는 것을 원망하여 보게 되었으니, 울분으로 화기(和氣)를 막는 단서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신의 말이 아니라, 곧 도성 안의 천만 사람의 말인 것입니다. 강가의 상인 가운데에서 곡식을 가장 많이 가졌으면서도 감추어두고 내지 않은 사람과 저잣거리의 백성들 가운데서 문을 닫고서 팔지 않아 난민들을 북돋우어 일어나게 한 자는, 청컨대 깊이 살피고 조사해서 일곱 놈에게 이미 시행한 율(律)을 적용하게 하소서."

하니, 하교하기를,

"참으로 경의 말과 같다면 한번 곤란하고 위급한 환경을 만난 사람들은 앞으로 하지 못할 짓이 없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난민의 무리들은 당초에 죽일 만한 죄가 없었고, 바로 이것은 조정의 형정(刑政)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 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강가의 상인들과 저자의 백성들을 사형에 처하는가 아니하는가 하는 것은 오직 그 죄가 죽일 만한 것인가 아닌가를 보아야 할 뿐이다. 어찌 난민들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목숨으로 갚는 것처럼 할 수 있겠는가? 묘당으로 하여금 품의하여 처리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91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

○癸未/刑曹啓言: "今番亂民輩, 放火隳突之擧, 誠一變怪, 當日徒黨, 盡行誅戮, 未爲過也。 特推好生之德, 深軫橫罹之患, 至有合坐査出之命, 梟首止於七名, 臣誠欽仰萬萬。 而七漢之犯此死罪, 亦有其本。 蓋江上聚穀, 無如今年之多, 故二月旬望之間, 米價稍歇, 民情賴安。 而江商積庤之穀, 悶其價之不踊, 指揮旅客, 使之藏穀, 和應市民, 使之增價。 二月念晦以來, 一駄一擔之穀, 不許入都, 十餘旅客之中, 一人行賣, 餘皆閉肆。 如是輪回, 故買者紛集於一處, 米價不得不翔貴。 初六七日之間, 猝然倍騰, 至於初八日, 閉京廛而極矣。 滿城窮民之待而擧火者, 無不空橐而歸。 號泣者載路, 憤罵者塡街, 烟火不起, 景色愁慘, 亦振古所無之變也。 無知小民, 忍飢含憤, 何變之不生乎? 此輩用法之後, 探聽物議, 則有口者皆曰, ‘彼漢, 旣以亂民伏法, 則召亂之本, 似當同罪, 而市民則止於刑配, 江商則不損毫髮, 朝家刑政, 不能無憾’, 一倍怫鬱, 不勝擾聒。 羔難平者物情, 難防者衆口。 當此年事凶荒, 人心渙散之日, 此亦不可不念。 大抵七漢之罪, 萬死猶輕, 而究其本則求食而不得食, 至犯罔赦之罪而死者也。 雖不能爲之制産, 使之無飢, 而江肆京市儲積之穀, 未及預禁, 姦邪任其藏閉, 立視飢餓, 使犯刑戮。 市民江商, 無一對七人之命。 則彼死者之心, 不知渠罪之當死, 恚親此輩之獨全, 得不爲憤鬱干和之端乎? 此非臣言, 卽都下千萬人之言也。 江商中最多穀而藏閉不出者, 市民中閉門不賣, 激起亂民者, 請究覈査得, 施以七漢已施之律。" 敎曰: "審如卿言, 則一遇困急, 人將無所不爲乎? 然則亂民輩, 初無可死之罪, 而直是朝家刑政之乖當也, 良用靦然。 江商市民輩之置辟與否, 惟當視其罪之可殺不可殺而已。 豈可爲亂民洩憤, 有若償命者然乎? 令廟堂稟處。"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5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91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