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 승운 황제의 칙서 내용
칙서(勅書)가 절사(節使) 편에 순부(順付)되어 왔다.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가 조서(書詔)하기를,
"짐(朕)은 크나큰 복조(福祚)를 이어받아, 거룩한 기업을 삼가 계승하였다. 칙명(勅命)이 오직 때와 기미를 살피는 데 있었으니, 제업(帝業)을 실천하고 계승함에 등한하지 않으며 태만하지 않았다. 크나큰 운회(運會)가 이미 모였으니, 경전(慶典)을 마땅히 펴야 할 것이다. 장격이(張格爾)라는 자는 미련하고 완악한 역적의 괴수이며 죄를 짓고 도망친 자의 서얼이다. 옛날 고묘(高廟)035) 께서 탕평(蕩平)을 시작할 때에 그 근주(根株)를 차마 제거하지 않았고, 국가에서 오직 여러 해를 휴양(休養)하여 일체 토벌(討伐)을 가(加)하지 않았다. 이에 역심(逆心)의 불꽃이 망령되이 생겨나고, 융심(戎心)036) 이 교활하게 일어났다. 방자하게 날뛰어 마침내 사거(莎車)037) 의 4개 진(鎭)에서 소요를 일으켰고, 변란이 창졸간에 생겨 또 소륵(疏勒)038) 의 고군(孤軍)이 곤경에 빠졌다.
특별히 원수(元帥)를 파견하여 천토(天討)를 삼가 행하였다. 기병(騎兵)의 부대를 합하여 군령(軍令)을 엄중히 단속하였고, 태백(太白)039) 의 기치를 내걸으니 무장(武將)들은 모두 직분을 잘 수행하였다. 대병(大兵)이 다 모이기도 전에 적의 성첩이 먼저 무너지고, 정예(精銳)의 기병(騎兵)이 바야흐로 공격하자 거듭 에워싼 포위망이 경각에 궤멸되었다. 겸하여 번추(番酋)040) 가 효순(效順)하였고, 백극(伯克)041) 이 투항하였다. 함께 분발하여 앞장서서 싸웠고, 공동의 원수로 맹서하여 적개심(敵愾心)을 보였다. 드디어 네 성(城)을 회복하고, 세 번의 승리를 온전히 거두었다. 와특(瓦特)의 촌장(村莊)을 나아가 포위하였고, 하도(河圖)의 소굴을 곧바로 분쇄하였다.
이 전쟁은 병술년042) 여름으로부터 시작하여 무자년043) 봄에 끝났다. 비록 멀고 먼 변방으로 군사를 일으켜 실로 만리(萬里)를 넘게 내보내었으나, 공(功)을 이룸이 신기(神奇)스럽게 빨라서 전쟁을 끝내는데 겨우 두 해가 걸렸다. 추속(芻粟)044) 을 보급하여 항상 충족되니 군사들이 모두 배부르고, 부조(賦租)를 견감(蠲減)하는 조서(詔書)를 여러번 내리니 백성들이 수고로움을 몰랐다. 나 한 사람은 소간(宵旰)045) 의 단심(單心)이었으며, 여러 장사(將士)들은 달려나가 위의 명령을 잘 받들었다. 우러러 하늘의 권우(眷佑)와 열성(列聖)의 이모(貽謨)에 힘입었음이다. 무공(武功)이 먼 지방에까지 울려 퍼지고, 자성(慈聖)의 복록(福祿)이 온 천하에 두루 미쳤도다. 다같이 마음에 우러나오는 정성을 펴서 휘호(徽號)를 삼가 올린다.
도광(道光) 8년046) 11월 초 파일 하늘과 땅, 종묘 사직(宗廟社稷)에 삼가 고하고, 왕공(王公)과 문(文)·무(武)의 여러 신하들을 거느리고 공경히 책보(冊寶)를 받들어 올리니, 성모(聖母)인 공자(恭慈) 강예(康豫) 황태후(皇太后)에게 휘호(徽號)를 가상(加上)하여, ‘공자 강예 안성 황태후’라 하였다. 안정(安貞)·협길(協吉)·돈인(敦仁)은 후재(厚載)047) 의 아름다움을 내리며, 성유(成裕) 연리(延釐)·순덕(順德)은 영수(永綬)의 경사를 드리웠다. 큰 의전(儀典)을 빛내어 특별한 은택(恩澤)을 베푸도다. 아! 평강(平康)의 복을 극진히 내리사 구주(九州)가 합하여 휘호를 찬양하며, 명성이 빛을 내어 크나큰 공(功)을 비추도다. 삼무(三無)048) 를 받들어 은택(恩澤)을 널리 베푸노니, 천하에 포고(布告)하여 모두가 듣고 알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24면
- 【분류】외교-야(野)
- [註 035]고묘(高廟) : 청(淸) 고종(高宗) 1736∼1795 재위.
- [註 036]
융심(戎心) : 전쟁을 일으킬 마음.- [註 037]
사거(莎車) : 청(淸)나라가 신강성(新疆省)에 설치한 부(府)의 명칭.- [註 038]
소륵(疏勒) : 중국 서북쪽 신강성에 소재한 땅 이름.- [註 039]
태백(太白) : 군기(軍旗)의 한 가지.- [註 040]
번추(番酋) : 오랑캐의 우두머리.- [註 041]
백극(伯克) : 신강성 회족(回族)의 대·소 직관을 총칭함.- [註 042]
병술년 : 1826 순조 26년.- [註 043]
무자년 : 1828 순조 28년.- [註 044]
추속(芻粟) : 우·마(牛馬)의 사료와 군량미.- [註 045]
소간(宵旰) : 천자가 정사에 몰두함.- [註 046]
도광(道光) 8년 : 1828 순조 28년.- [註 047]
후재(厚載) : 땅은 두꺼워서 물건을 싣는다는 뜻으로 땅의 후박함을 이름.- [註 048]
삼무(三無) : 삼무사(三無私). 즉 하늘엔 사부(私覆)가 없고, 땅은 사재(私載)가 없고, 일월(日月)은 사조(私照)가 없음.○勅書, 順付節使而來。 奉天承運皇帝詔曰:
朕誕膺景祚, 寅紹丕基。 勅命於惟時惟幾, 迪光於無荒無怠。 鴻運旣集, 慶典宜伸。 張格爾者, 頑梗凶渠, 逋逃遺孽。 昔高廟蕩平伊始, 未忍淨其根株, 維國家休養歷年, 總未加之搜捕。 而乃妄生逆焰狡起。 戎心肆厥, 披猖遂擾, 莎車之四鎭, 變由倉卒, 且困疏勒之孤軍。 特遣元戎, 恭行天討。 飛黃合隊, 軍令嚴申, 太白懸斿, 材官率職。 當大兵之未集, 敵壘先摧, 逮精騎之方攻, 重圍立潰。 兼之番酋效順, 伯克輸忱。 奮偕作以前驅, 矢同仇而敵愾。 遂以四城克復, 三捷全收。 進圍瓦特之莊, 直搗河圖之穴。 是役也, 始自丙戌之夏, 訖于戊子之春。 雖地極邊陲, 興師實逾萬里, 而功成神速, 蕆事甫閱兩年。 挽芻粟而常充, 士皆夙飽, 蠲賦租而屢詔, 民不知勞。 余一人宵旰單心, 諸將士馳驅用命。 仰賴上蒼眷佑, 列聖貽謨。 武功遠震於遐方, 慈福溥敷於闔㝢。 同申忭悃, 敬上徽稱, 謹告天地宗廟社稷。 於道光八年十一月初八日, 率王公文武群臣, 恭捧冊寶, 加上聖母恭慈康豫皇太后徽號曰, 恭慈康豫安成皇太后, 安貞、恊吉、敦仁鍚厚載之休, 成裕、延釐、順德, 垂永綏之慶。 用光大典, 特沛恩施。 於戲! 錫極斂平康之福, 合九有以揚徽, 緝熙昭耆定之功。 奉三無而覃澤, 布告天下, 咸使聞知。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24면
- 【분류】외교-야(野)
- [註 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