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전에서 술잔을 받다
명정전(明政殿)에 나아가 술잔을 받았다.【임금은 익선관(翼善冠)과 곤룡포(袞龍袍)를 갖추어 입고 좌석에 올랐다. 왕세자와 종친·문무관이 입정(入庭)하여 행례를 한 뒤에 사옹원 제조 박기수(朴岐壽)가 주기(酒器)를 올리고 찬안(饌案)을 올리고 별행과(別行果)를 올렸다. 전악(典樂)이 전상 공인(殿上工人)과 무동(舞童)을 인솔하고 올라와서 자기 위치로 나아갔다. 숭악장(崇樂章)의 유천지곡(唯天之曲)을 창도(唱導)한 뒤에 제1작(第一爵)을 올렸다. 왕세자가 동계(東階)로 올라가서 정문을 경유하여 수주정(壽酒亭)에 들어가 동북쪽을 향하여 섰다. 제조가 술을 부어서 왕세자에게 주니 왕세자는 그 잔을 받아서 좌석 앞에 나아가 꿇어앉고 술잔을 제조에게 주었다. 제조는 꿇어앉아 올리니 내시(內侍)가 전봉(傳捧)하기 위하여 좌석 앞에 꿇어앉아 올려 놓고 안주[味] 두어 점을 올렸다. 왕세자는 나와서 배위(拜位)에 꿇어앉으니 대치사관(代致詞官)이 임금의 좌석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치사(致詞)를 한 뒤에 임금이 술잔을 들었다. 등가(登歌) 중에 보허자(步虛子)를 연주하고 무동(舞童)은 처음으로 춤을 추었다. 제조가 나아가서 빈 잔을 받아 점(坫)에 도로 놓으니 음악이 정지되었다. 제조는 탕(湯)을 올리고 만두(饅頭)을 올린 뒤에 왕세자 이하가 부복하였다가 일어나서 평신(平身)하였다. 제2작을 올리는데 반수(班首)인 영의정 남공철(南公轍)이 동계(東階)로부터 정문으로 들어와서 수주정에 가서 동북향으로 섰다. 제조가 술잔을 따라서 반수에게 주니 반수는 잔을 받아 임금의 좌석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2잔을 제조에게 주었다. 제조는 꿇어앉은 채 내시를 시켜 좌전(座前)에 올려 놓게 하고 안주 두어 점을 올렸다. 반수가 배위로 나와 꿇어앉자 대치사관이 당좌 전(當座前)에 나아가 꿇어앉아 치사를 하였다. 전교관(傳敎官)인 승지 이정신(李鼎臣)이 당좌 전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전교(傳敎)를 열어보고 뜰에 나와서 서향(西向)으로 서서 선교(宣敎)하였는데, 이르기를 ‘경 등의 술잔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겠다.’ 하였다. 임금이 술을 들자 등가는 정읍악(井邑樂)을 연주하고 무동(舞童)은 아박무(牙拍舞)를 추기 시작하였다. 제조가 나아가 빈 잔을 받아 점에 도로 놓으니 음악이 정지되었다. 왕세자 이하는 3번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산호(山呼)017) 를 불렀다. 행례가 끝난 뒤에 좌석에 나아가고 전악은 가자(歌者)와 금슬(琴瑟)을 인솔하고 올라가 자기 위치에 나아갔다. 사옹원 부제조 서희순(徐憙淳)이 왕세자의 찬탁(饌卓)을 올리고 별행과를 올렸으며, 보덕(輔德) 윤정진(尹正鎭)은 꽃을 올리고, 집사자(執事者)는 종친 문(文)·무(武)의 응참관(應參官)에게 찬탁(饌卓)을 설치하고 꽃을 나누어 주었으며 백관(百官)에게도 꽃을 나누어 주었다. 부제조는 왕세자에게 술을 올리고 안주 두어 점을 올렸고 탕을 올리고 만두를 올렸다. 집사자는 종친·문무 응참관에게 술을 돌리고 백관에게 선온(宣醞)을 돌렸다. 제3작을 올리는데 재신(宰臣)인 판부사 이존수(李存秀)가 정문을 통과하여 수주정에 들어가 동북향으로 섰다. 제조가 술잔을 따라서 재신에게 주니 재신은 잔을 받아가지고 좌석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그 잔을 제조에게 주었다. 제조는 꿇어앉아서 그것을 좌전에 올려 놓고 안주 두어 점을 올렸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오운개서조(五雲開瑞朝)를 연주하고 무동은 향발(響鈸)018)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제조가 나아가 빈 잔을 받아 재신에게 주어 수주정(壽酒亭)에 도로 놓으니 음악이 정지되었다. 제4작을 올리는데 재신(宰臣)인 영돈녕(領敦寧) 김조순(金祖淳)이 위에서 한 의식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향악과 당악을 번갈아 연주하고, 무동은 무고(舞鼓)019) 를 추기 시작하였다. 제5작을 올리는데 재신인 영명위(永明尉) 홍현주(洪顯周)가 위에서 한 의식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향악과 당악을 번갈아 연주하고, 무동은 광수무(廣袖舞)를 추기 시작하였다. 제6작을 올리는데 재신인 동녕위(東寧尉) 김현근(金賢根)이 위에서 한 의식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향악과 당악을 번갈아 연주하고 무동은 첨수무(尖袖舞)를 추기 시작하였다. 제7작을 올리는데 재신인 봉조하 김이양(金履陽)이 위에서 한 의식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정읍악(井邑樂)을 연주하고 무동은 아박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제8작을 올리는데 재신인 상호군 김재창(金在昌)이 위와 같이 의식을 행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향악과 당악을 번갈아 연주하고 무동은 향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제9작을 올리는데 재신인 상호군 조종영(趙鐘永)이 위의 의식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들자 등가는 오운개서조를 연주하고 무동은 무고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제조가 나아가 상을 거두고 부제조는 왕세자의 탁자를 거두었으며, 집사자는 종친과 문무관의 탁자를 거두었다. 왕세자 이하가 배위로 돌아와 서서 행례를 끝내자 임금은 좌석에서 내려 여(輿)를 타고 안으로 돌아갔다.】 제1작의 치사(致詞)에 이르기를,
"교화를 베푼 지 30년이 되었고, 수는 4순(四旬)을 더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뻗어 나가서 1만 8천 년 동안 사소서. 큰 술잔으로 유하주(流霞酒)를 잔질하니 남극성의 빛이 면류관에 빛납니다. 한 전당(殿堂)에 기쁨이 넘치니 온 나라가 함께 즐거워합니다."
하였다. 【왕세자가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22면
- 【분류】왕실(王室)
- [註 017]
○癸酉/御明政殿受爵。【上具翼善冠袞龍袍陞座。 王世子及宗親文武入庭行禮訖, 司饔院提調朴岐壽, 進酒器進饌案進別行果。 典樂率殿上工人舞童陞就位。 唱導崇樂章《惟天》之曲訖, 進第一爵。 王世子陞自東階由正門入, 詣壽酒亭東北向立。 提調酌酒授王世子, 王世子受爵詣座前跪以爵授提調。 提調跪進, 內侍傳捧跪置于座前進味數。 王世子出就拜位跪, 代致詞官進當座前跪致詞訖, 上擧爵。 登歌作《步虛子》, 令舞童初舞入作, 提調進受虛爵, 復於坫樂止。 提(詞) 〔調〕進湯進饅頭訖, 王世子以下俯伏興平身。 進第二爵, 班首領議政南公轍陞自東階由正門入, 詣壽酒亭東北向立。 提調酌酒授班首, 班首受爵詣座前跪, 以爵授提調, 提調跪進內侍, 傳捧置于座前進味數。 班首出就拜位跪, 代致詞官進當座前跪致詞訖。 傳敎官承旨李鼎臣進當座前跪啓, 傳敎出臨階西向立, 宣敎曰: ‘敬擧卿等之觴’, 上擧爵, 登歌作《井邑樂》舞童牙拍入作。 提調進受虛爵, 復於坫樂止。 王世子以下三叩頭唱山呼。 行禮訖, 就座, 典樂引歌者及琴瑟陞就位。 司饔院副提調徐喜淳, 供王世子饌卓供別行果, 輔德尹正鎭供花執事者設宗親文武應參官饌卓散花, 又散百官花。 副提調供王世子酒供味數供湯供饅頭。 執事者行宗親文武應參官酒行百官宣醞。 進第三爵, 宰臣判府事李存秀, 由正門入, 詣〔壽〕 酒亭東北向立。 提調酌酒授宰臣, 宰臣受爵詣座前跪, 以爵授提調。 提調跪進內侍傳捧跪, 置于座前進味數。 上擧爵, 登歌作《五雲開瑞朝》, 舞童響鈸入作。 提調進受虛爵, 授宰臣復於酒亭樂止。 進第四爵, 宰臣領敦寧金祖淳如上儀。 上擧爵, 登歌作鄕唐交奏舞童舞鼔入作。 進第五爵, 宰臣永明尉 洪顯周如上儀。 上擧爵, 登歌作鄕唐交奏, 舞童廣袖舞入作。 進第六爵, 宰臣東寧尉 金賢根如上儀。 上擧爵, 登歌作鄕唐交奏, 舞童尖袖舞入作。 進第七爵, 宰臣奉朝賀 金履陽如上儀。 上擧爵, 登歌作《井邑樂》, 舞童牙拍入作。 進第八爵, 宰臣上護軍金在昌如上儀。 上擧爵, 登歌作鄕唐交奏, 舞童響鈸入作。 進第九爵, 宰臣上護軍趙鍾永如上儀。 上擧爵, 登歌作《五雲開瑞朝》, 舞童舞鼓入作。 提調進撤案, 副提調撤王世子卓, 執事者撤宗親文武官卓。 王世子以下還復拜位行禮訖。 上降座乘輿還內。】 第一爵致詞:
化隆卌載, 籌添四旬。 自今以衍, 萬八千春。 斗觴斟霞, 極曜凝旒。 一堂騰歡, 八域同休。 【睿製。】
- 【태백산사고본】 30책 3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22면
- 【분류】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