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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29권, 순조 27년 9월 9일 신해 1번째기사 1827년 청 도광(道光) 7년

임금과 중궁전이 존호 책보를 받다. 옥책문의 내용

임금이 자경전(慈慶殿)에 나아가 존호 책보(尊號冊寶)를 받고, 중궁전(中宮殿)도 같이 존호 책보를 받았다. 왕세자와 세자빈이 예를 거행하여 대치사(代致詞)와 산호(山呼)를 의식대로 하였다. 옥책문(玉冊文)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영원토록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시어 이에 바야흐로 하늘의 큰 아름다움을 우러러 대함에 대덕(大德)은 반드시 그 이름을 얻는 것이므로 이에 큰 공덕을 그리는 아름다운 칭호를 올려, 큰 전례(典禮)를 거행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깊고 고요하며 순수하신 성품과 전수해온 유정 유일(惟精惟一)167) 의 심법(心法)을 간직하셨습니다. 스승을 높이고 벗과 친히 지내는 《소학(小學)》의 가르침을 익혀, 일찍부터 선조(先祖)의 비상한 칭찬을 받으셨으며, 선왕의 뜻을 계승하고 사업을 펴시려는 생각은 어린 나이로 왕위를 물려받은 초기부터 가지셨습니다. 산릉(山陵)을 옮겨 모실 때에는 지극한 정성으로 마땅한 길지(吉地)를 얻으셨고, 대전(大殿)·중궁(中宮)께 환심을 받들었으니, 지극한 효성은 온 동방의 표준이 되셨습니다. 고운 털방석에 앉으셔도 얇은 얼음 위를 걷듯이 늘 신중한 마음을 간직하셨고, 서민들의 고통을 풀어 주기 위해 번번이 자식처럼 사랑하는 정사를 베푸셨습니다. 집안에서 검소한 생활은 우(禹)임금과 다름없었고, 남의 좋은 점을 본받는 것은 순(舜)임금처럼 크셨습니다. 천리 대로 행하여 탐욕을 물리쳤으며, 백성들의 일상 생활에 깨닫지 못했으나 공리(功利)가 멀리 미쳤습니다. 황극(皇極)168) 을 세워서 복을 거두시니 왕도(王道)가 치우침이 없고, 대의(大義)를 밝혀 위엄을 나타내시니 사기(邪氣)가 시원히 없어졌습니다. 덕화(德化)가 저절로 유구히 나타나서 마치 하늘의 조화가 운행되는 것과 같고, 만물이 모두 생성(生成)의 범주 안에 들어 마치 두터운 대지(大地)가 실은 듯합니다. 이에 아름다운 덕이 하늘에 알려지니, 아! 경사가 모여들었습니다. 보령(寶齡)이 40을 넘기 전에 이미 손자를 안는 기쁨을 보셨고, 휘호를 올리겠다고 사흘 동안 청한 것은 참으로 어버이를 현양(顯揚)하려는 정성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겸양하는 성덕(盛德)으로 성인(聖人)으로 자처하지 않으셨으나, 결국에는 청을 물리치기 어려움을 헤아려 애써 인자한 마음을 돌리셨습니다. 삼가 책보를 받들어 연덕(淵德) 현도(顯道) 경인(景仁) 순희(純禧)의 존호를 올리오니, 바라건대, 보장(寶章)을 받으시고 우러러 큰 복을 받으소서. 홍도 봉력(鴻圖鳳曆)은 후손에게 끼쳐 매우 번창하고, 옥검 금니(玉檢金泥)169) 는 뭇 왕(王)보다 더 빛날 것입니다."

하였다. 【 영의정 남공철(南公轍)이 지었다.】 중궁전 옥책문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대전에 짝이 되어 치화(治化)를 도우시자 내조의 공이 크게 나타났고, 중전에 계시어 지존과 짝하시니 일시에 아름다운 칭호를 올렸습니다. 기뻐 춤출 뿐이지 어떻게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하건대, 왕비 전하께서는 성품이 부드럽고 아름다우시며, 몸소 효도와 검소를 실행하셨습니다. 선왕께서 빈(嬪)으로 맞이하라고 명하셨으니 아름다운 풍도가 참으로 곧으시기 때문이고, 왕실에서 태모(太母)의 아름다움을 계승하시니, 아! 아름다운 명성이 멀리 미쳤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게을리하지 않고 순일(純一)한 덕을 지키시어, 땅의 도리를 빛내고 하늘의 아름다움을 맞이하셨습니다. 교화는 여인에게 두루 미쳐 이남(二南)170) 의 가송(歌頌)에 양양(洋洋)하고, 경사는 자손에게 뻗어 백세(百世)토록 자손이 면면(綿綿)할 것입니다. 도타운 복이 이른 까닭을 깊이 추구해 볼 때 아름다움을 돌리려는 소원이 매우 간절합니다. 찬양하기 위해 청했던 신하들의 소원을 급히 행하여 감히 하찮은 정성을 다하니, 겸양하시는 마음을 애써 돌려 뭇사람의 희망에 따르셨습니다. 일월(日月)과 똑같이 형용해야 하니 천지와 다름없이 높이었습니다. 보름 밤 둥근 달의 맑은 빛에 짝하니 그 밝기가 해에 짝할 만하고, 육이효(六二爻)171) 의 지극한 기상(氣象)에 맞아 오직 공경하여 전례(典禮)에 따라 아름다운 모범을 밝혔습니다. 삼가 책보를 받들어 명경(明敬)의 존호를 올리니, 책보를 같이 받아, 큰 계책을 도와 정하소서, 금루 옥전(金鏤玉鐫)에 덕의 빛을 끼치는 것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대나무 뿌리가 빽빽하고 솔잎이 무성하듯이, 경사가 모여들어 그지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대제학 김이교(金履喬)가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29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0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67]
    유정 유일(惟精惟一) : 요(堯)가 순(舜)에게 심법(心法)을 전수(傳授)한 말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마음을 순수하게 갖고 뜻을 한결같이 갖어야 중도를 지킬 수 있다."고 한 내용임.
  • [註 168]
    황극(皇極) : 제황이 세상을 통치하는 표준, 《서경》 홍범(洪範)에, "다섯째는 황극이니, 제왕이 표준을 세운다."고 하였음.
  • [註 169]
    옥검 금니(玉檢金泥) : 옥검(玉檢)은 옥으로 만든 서함(書函)의 뚜껑이고, 금니(金泥)는 금가루를 아교에 푼 것으로, 제왕이 공을 이루고 나서 봉선(封禪)할 때 그 공을 기록하여 담는 데 사용하는 것임.
  • [註 170]
    이남(二南) : 《시경》의 주남(周南), 소남(召南).
  • [註 171]
    육이효(六二爻) : 곤괘(坤卦) 이효(二爻)를 말함.

○辛亥/御慈慶殿, 受尊號冊寶, 中宮殿同受尊號冊寶。 王世子及世子嬪行禮, 代致詞山呼如儀。 玉冊文:

伏以永言自求多福, 方仰對天之宏休, 大德必得其名, 庸進繪日之嘉號, 載申景鑠, 式循丕彝。 恭惟主上殿下, 淵凝純粹之性姿, 精一授受之心法。 隆師親友之對, 夙承先朝華袞之褒, 繼志述事之思, 自在沖齡嗣服之始。 山陵遷兆, 至誠得吉地之宜, 殿宮承懽, 達孝放東海而準。 細氈履薄, 恒存寅畏之心, 窮蔀解懸, 每推子之政, 儉于家則無間矣。 取於人則有大焉, 天理流行, 而嗜欲退聽, 日用不知而功利遠及。 建皇極而斂福, 王道無偏, 闡大義而开威, 邪氛夬掃。 德化自驗於悠久, 譬玄機之運行, 品物幷囿於生成, 若黃輿之厚載。 肆乃馨香之升聞, 猗歟! 吉慶之鼎臻。 寶籌未躋於四旬, 已見抱孫之樂, 徽稱仰請者三日, 亶由顯親之誠, 始以盛德之撝謙。 不自居聖, 終諒至懇之難拂, 勉回止慈, 謹奉冊寶。 上尊號曰淵德顯道景仁純禧, 伏惟誕受寶章, 仰承景貺。 鴻圖鳳曆, 垂後昆而熾昌, 玉檢金泥, 邁百王而光耀。 【領議政南公轍製。】

中宮殿玉冊文:

伏以配乾元而贊治, 丕彰陰功, 居坤極而儷尊, 齊薦顯號。 惟知舞蹈, 曷旣形容。 恭惟王妃殿下, 性稟柔嘉, 躬行孝儉。 舟梁自先王而命乃玉度之允貞, 京室嗣太母之徽, 猗! 璜聲之彌遠。 越卅載而靡懈一德, 光地道而聿迓天休。 化洽蘋蘩, 洋洋二南之歌頌, 慶延瓜瓞, 綿綿百世之本支。 深推篤祜之所由, 冞切歸美之至願。 亟擧賁揚之庭籲, 敢格微誠, 勉回謙抑之宸衷, 寔副輿望。 摹宜幷於二曜, 尊無間於兩儀。 媲三五之淸光, 其明足以配日, 筮六二之至象, 惟敬乃能承天, 爰遵彝章, 用闡徽範。 謹奉冊寶上尊號曰明敬, 伏惟對膺寶冊, 佐撫洪圖, 金鏤玉鐫, 垂德輝而何極? 竹苞松茂, 湊慶籙而無疆。 【大提學金履喬製。】


  • 【태백산사고본】 29책 29권 40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301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