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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29권, 순조 27년 5월 24일 기해 1번째기사 1827년 청 도광(道光) 7년

병조 판서 김유근이 체차를 청하나 허락치 않다

병조 판서 김유근(金逌根)이 현·도(縣道)를 거쳐 상서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신이 지난번에 해서(海西)에서 당한 일은 어찌 차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뜻밖에 변이 일어나 동기간이 화를 입었고, 부절(符節)을 지체시켜 위엄을 손상하였으니, 위로는 전하에게 놀라움과 걱정을 끼쳤고 아래로는 공사간에 잘못을 초래하였습니다. 불충하고 불효하여 위신을 상실시켰으니, 신이 그날 바로 죽었다 하더라도 속죄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대각의 신하가 지난번 연석(筵席)에서 경계하는 말을 하였는데, 그 재앙은 신으로 말미암아 생겼으니 어찌 남을 원망하겠습니까? 다만 그들의 말한 바가 더 잘하라고 책망하는 데 지나지 않았고 처벌은 파직하는 데에 그쳤으니, 신의 생각에는 매우 충후(忠厚)하다고 할 만합니다. 어찌 없애려고 꾀한 것에 근사한 바가 있겠습니까? 만약 이와 같은 일이 없었다면, 사람의 마음이 비록 순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구실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감히 논할 수 없단 말입니까? 그러나 처분이 너무 지나쳐 섬으로 귀양보내 위리 안치하였으니 너무나도 지나쳤으며, 앞뒤의 말씀이 너무나도 타당성을 잃었으니 이는 실로 성세(盛世)의 덕의에 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바로잡으려는 논의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므로 신은 걱정할 겨를이 없었거니와, 나라의 체면이 크게 손상될까 걱정입니다. 대각의 신하가 용서받아 돌아오기 전에는 신이 어디로 가나 죽어야 할 때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빨리 대조께 품의하여 대각의 신하를 용서해 돌아오게 해 주소서. 그러면 신이 비록 죽어도 살아 있을 때와 같을 것입니다. 오직 저하께서는 신을 불쌍히 여기고 가엾게 여기소서. 엊그제 병조 판서에 임명하신 조처는 신이 아직도 벼슬아치들의 대열에 끼일 수 있다고 여겨 그런 것입니까? 비록 앞에 부월(斧鉞)이 있고 뒤에 산과 바다가 놓여 있더라도, 신은 감히 이런 마음을 먹을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새로 임명한 직책을 체차하고, 이어서 전형의 부서에 명하여 신을 사적(仕籍)에서 삭제해 주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의 정리를 어찌 차마 또다시 제기할 수 있겠는가? 지난번 대각의 신하에게 내린 처분은 경의 한 집안 일을 위하여 한 것은 아니다. 조정을 어지럽히는 나쁜 습관과 암암리에 시험해 보려는 꾀가 싹틀 때에 막아 근절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이 이 일 때문에 나오는 것을 어렵게 여긴 것은 진실로 경에게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리고 병조 판서가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두었으니, 이것이 어찌 나라의 체통이겠는가? 다시는 굳이 사양하지 말고 즉시 올라와 공무를 수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29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8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己亥/兵曹判書金逌根, 從縣道上書略曰:

臣向來海西所遭, 尙忍言哉? 變起不意, 禍及同氣, 符節滯淹, 威靈虧損, 上貽君親之警憂, 下致公私之僨誤, 不忠不孝, 身名喪敗, 雖使臣卽日溘然, 將無以自贖其罪。 而臺臣箴警之言, 發於前席, 孽由自作, 何尤於人? 第其所言, 不過責備擬罰, 止於譴罷, 如臣所思, 可謂忠厚之至。 何嘗近似於湛滅? 苟若無是, 人心雖曰不古, 將何以藉口? 今果有是, 臣是何人, 人不敢論哉? 然而處分過中, 刑配島棘, 旣極峻急, 前後辭旨, 太欠稱停, 此實盛世之累德。 而朝廷之上, 不聞匡救之論, 臣不暇自憂, 竊憂國體之大傷也。 臺臣未蒙宥還之前, 無往非臣必死之日。 伏乞亟稟大朝, 宥還臺臣。 臣雖死之日, 猶生之年也。 惟邸下, 哀之憐之。 日者西銓代點之擧, 謂臣尙可以復廁簪紳之列而然耶? 雖斧鉞在前, 嶺海在後, 臣不敢萌此念也。 乞遞新授職名, 仍命選部, 削去臣搢紳之籍焉。

答曰: "卿之情理, 何忍更提? 向來臺臣處分, 非爲卿一家一己之事, 而下此處分也。 乖亂朝廷之習, 暗地嘗試之計, 豈不防微而杜漸乎? 卿之以此爲難進者, 誠非所望於卿者。 且本兵何等重任, 而多日曠務, 是豈國體乎? 毋復苦辭, 卽日上來行公。"


  • 【태백산사고본】 29책 29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8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