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서무 대리에 관한 비망기를 보고 신하들이 찬양하다
시임 대신·원임 대신과 각신(閣臣)을 희정당(熙政堂)에서 소견(召見)하였다. 영중추부사 김재찬(金載瓚)은 말하기를,
"신 등은 모두 합문(閤門) 밖에 모여서 내려온 비망기를 삼가 보고는 기뻐서 발을 구르고 춤추면서 앙달(仰達)할 바를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이후로는 전하께서 근심이 없는 문왕(文王)의 기쁨이 있게 되었고, 종국(宗國)이 만년이나 태산 반석의 편안함을 누리게 되었으니, 우리 동방(東方)에 막대한 경사가 어찌 이보다 더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전석(前席)에 올라 더욱 기쁜 축하의 정성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였고, 판중추부사 한용귀(韓用龜)는 말하기를,
"보령(寶齡)이 근정(勤政)에 고달퍼하실 연세가 아닌데 근년 이래로 자주 정섭(靜攝)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기무(機務)의 응접이 어려워서 심지어 이렇게 노고를 분담하는 명이 있으시니, 이는 실로 열성조(列聖朝)께서 이미 행하여 온 규례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더구나 세자궁(世子宮)께서는 예덕(睿德)이 날로 새로워지고 아름다운 소문이 계속되어 온 나라 신민(臣民)들이 목을 길게 늘이고 기대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제 또 성명(成命)이 한번 내리자 더욱 기뻐서 발을 구르고 춤추면서 모두 문왕(文王)의 근심이 없는 것과 나라 형세가 태산 반석과 같음을 우러르게 되었으니, 신 등이 또한 오직 흠앙(欽仰)하여 찬축(攅祝)할 뿐입니다."
하였으며, 판중추부사 김사목(金思穆)은 말하기를,
"성후(聖候)가 항상 정섭하는 가운데 있는 것을 대소 신료(臣僚)가 누군들 우러러 알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때에 왕세자께서는 예덕(睿德)이 날로 성취되고 아름다운 소문이 더욱 드러나게 되니, 목을 길게 늘이고 사랑하여 추대하려는 정성은 팔도가 동일합니다. 지금 내린 성명(成命)을 삼가 받들되, 성상의 마음에는 소간(宵肝)의 근심을 그치게 하고 나라의 형세는 부탁(付托)의 중요성이 있게 되었으니, 신 등은 다만 기뻐서 발을 구르며 춤출 뿐입니다."
하였고, 판중추부사 남공철(南公轍)은 말하기를,
"조금 전에 내린 비망기(備忘記)를 삼가 보건대, 정섭(靜攝)하는 가운데 기무(機務)의 정체가 많고 조양(調養)하는 데 순편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교하셨습니다. 또 지금 세자 저하께서 춘추가 한창이신데 예덕이 날로 새로워지고 아름다운 소문이 날로 드러나서, 열조(列朝)의 고사(故事)를 이어받들어 오늘의 하교가 있게 되었으니, 일의 형편상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바입니다. 그리고 주고받는데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여 성교(聖敎) 가운데 종사(宗社)와 생민(生民)의 복이라고 한 것은 진실로 지당함이 됩니다. 신 등은 이에 대해 찬양하고 경축할 뿐입니다. 다시 무슨 상달할 말씀이 있겠습니까?"
하였으며, 판중추부사 이상황(李相璜)은 말하기를,
"오늘의 하교는 근정(勤政)을 고달프게 여기는 성념(聖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혹은 기무(機務)가 정섭(靜攝)하는 데에 방해가 있을까 염려해서 입니다. 오직 우리 세자궁은 춘추가 더욱 한창이시고 덕업(德業)이 더욱 성취되시어, 예철(睿哲)은 사물에 미치는 지각이 있으시고, 응접(應接)은 사물을 제어(制馭)하는 마땅함에 합치됩니다. 무릇 우리 국가의 제도와 민국(民國)의 이병(利病)에 대해 밝게 익히고 자세히 살피지 않음이 없어서 아름다운 소문이 더욱 드러났습니다. 이제 우리 전하께서는 문왕이 근심이 없는 것처럼 노고를 분담하시는 생각으로써 이런 성명(成命)이 있게 되었으니, 우러러 생각건대, 성념(聖念)이 더욱 아름답게 여기실 것이며, 신 등의 하정(下情)에도 실로 구구하게 찬앙(攅仰)하는 지극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였고, 우의정 심상규(沈象奎)는 말하기를,
"지금 우리 전하께서 만기(萬機)의 번거로움이 정섭(靜攝)에 방해됨이 있다는 것으로써 사려를 덜고 노고를 분담하기 위하여 결단코 성상의 마음으로부터 이에 오늘 비망기(備忘記)를 내렸으니, 신 등은 성의(聖意)가 이미 결정난 것을 우러러 알지 않음이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 세자 저하께서는 예덕(睿德)이 일찍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소문이 매우 드러나서, 중화(重華)016) 가 요제(堯帝)에게 협력할 뿐만이 아닙니다. 세자의 존귀함으로써 종묘(宗廟)의 제향을 주관하게 되었는데, 이는 옛날에 이른바, ‘나가서는 군대를 안무(按撫)하고 들어와서는 나라를 감시한다.’는 것이니, 지금 이 명은 또한 사양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삼가 생각하건대, 보령(寶齡)이 4순(四旬)을 넘지 않았으니 삼가 고사(故事)를 상고하건대 이와 같은 때는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비록 성지(聖知)의 탁월함에서 나왔으나 군하(群下)의 심정이 어찌 그렇게 여기겠습니까? 지금은 성명(成命)을 반포하셨으니 이로 인하여 철에 따라 침식(寢食)을 적당히 하여 더욱 좋은 차도가 있게 해서, 성심(聖心)에 기쁨이 있고 성체(聖體)가 더욱 건강하시기를 이 또한 신 등이 한없이 경축하고, 팔도(八道)가 한결 같은 심정으로 한없이 원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27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註 016]중화(重華) : 순(舜)임금의 이름.
○召見時原任大臣閣臣于熙政堂, 領中樞府事金載瓚曰: "臣等咸聚閤外, 伏見備忘記下者, 歡欣蹈舞, 無容仰達。 今以後, 殿下有無憂文王之喜, 宗國奠萬年磐泰之安, 吾東方莫大之慶, 豈有加於此者乎? 今登前席, 益不勝歡賀之忱。" 判中樞府事韓用龜曰: "寶齡非倦勤之年, 而近年以來, 頻有靜攝之時, 難於機務之酬接, 至有此分勞之命, 此實列聖朝已行之例。 伏況世子宮睿德日新, 今聞亹亹, 擧國臣民, 莫不延頸。 今又成命一下, 尤當歡欣蹈舞, 咸仰文王之無憂, 國勢之磐泰, 臣等亦惟欽仰攢祝而已矣。" 判中樞府事金思穆曰: "聖候常在靜攝之中, 大小臣僚, 孰不仰認? 而此時王世子睿德日就, 令聞冞彰, 延頸愛戴之忱, 八路同然。 今伏承成命下者, 聖心弭宵旰之憂, 國勢有付托之重, 臣等但有歡欣蹈舞而已矣。" 判中樞府事南公轍曰: "俄伏見備忘下者, 以靜攝中機務多滯, 爲便調養爲敎。 且今世子邸下, 春秋鼎盛, 睿德日新, 令聞日彰, 繼列朝之故事, 有今日之下敎, 事勢之所不得不然。 授受光明正大, 聖敎中宗社生民之福, 誠爲至當, 臣等於此, 贊揚慶祝而已, 更有何可達之辭乎?" 判中樞府事李相璜曰: "今日下敎, 非出於倦勤之聖念, 而或慮機務之有妨靜攝, 惟我世子宮春秋, 益鼎盛德, 業益成就, 睿哲有周物之知, 應接合制事之宜。 凡我家制度, 民國利病, 靡不明習而審察, 令聞益彰, 今我殿下, 政如文王之無憂, 以分勞之念, 有此成命, 仰惟聖念, 益復嘉悅, 而臣等下情, 實不勝區區攢仰之至矣。" 右議政沈象奎曰: "今我殿下, 以萬機之煩, 有妨靜攝, 爲省慮分勞, 斷自聖衷, 乃有今日備忘下者, 臣等非不仰認聖意已決。 況我世子邸下, 睿德夙茂, 令聞孔彰, 不啻若重華協帝, 以貳儲之尊, 爲七鬯之主, 此古所云出則撫軍, 居則監國, 今玆之命, 亦是辭不得者, 而第伏念寶齡未躋四旬, 謹稽故事, 未有如此之時, 此雖出於聖知之卓越, 群下之情, 豈其然哉? 今則成命誕頒, 因是節宣保嗇, 益有勝度, 聖心有喜, 聖體彌康, 是又臣等萬萬慶祝, 八域同情, 萬萬幸願者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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