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에서 아뢰어 재결을 마음대로 편리하게 한 도신·수재를 벌하게 하다
호조에서 아뢰기를,
"경기(京畿)을유년008) 조 연분(年分)009) 성책(成冊)을 가져다 상고하건대, 파주(坡州) 등 12읍(邑)에 재결(災結)을 분표(分俵)한 수효가 실재의 논[畓] 원총수(元摠數)보다 더함이 자그마치 9백 50결(結)에 이르렀습니다. 각 궁방(宮房)의 면세답(免稅畓)은 도로 출세(出稅)하는 것으로 기록하여 모두 재탈(災頉)로 돌려 놓았으며, 호조(戶曹)의 출세전(出稅田)은 새로 면세(免稅)하는 것으로 기록하여 마음대로 실제의 총수를 감하였으니, 일이 몹시 의혹됩니다. 해도(該道)에 관문(關文)을 보내어 물으니, 말하기를, ‘면세전의 재상(災傷)은 급재(給災)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미 획급(劃給)할 수 있는 논이 없으니, 그 형편이 밭으로 충당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급재의 법은 스스로 한계가 있으므로, 각양(各樣)의 무세(無稅)와 면세는 모두 제외시키고, 다만 그 세금을 내는 실답(實畓)을 전제한 가운데 거론(擧論)해야합니다. 만약 12읍의 재상(災傷)이 참으로 출세할 실답보다 지나치고 각 궁방의 면세로 과연 수납(收納)할 방도가 없다면, 마땅히 해읍(該邑)에서 순영(巡營)에 논보(論報)하여 급대(給代)하기를 장청(狀請)하는 것이 사리에 당연한데, 이렇게 하지 않고 이제 곧 별도의 명색(名色)을 만들어 마음대로 스스로 서로 바꿔치기 하면서 혹은 도로 출세를 한다느니, 혹은 새로이 면세를 한다느니 하면서, 심지어는 면세하는 논을 출세하는 것으로 옮겨 만들면서 아무 까닭 없이 급재하였고, 출세하는 밭을 면세하는 것으로 옮겨 만들어 어려움 없이 총수를 감하였으니, 법례(法例)로써 헤아려 보건대 절대로 부당합니다. 그리고 해도(該道)에서 비록 각 궁방의 무토 면세(無土免稅)010) 를 충납(充納)할 곳이 없다고 핑계대어 무토 면세의 밖에 또 다시 급재하고 급대(給代)한 것이 있으며, 파주(坡州)·장단(長湍)·지평(砥平) 3읍(邑)에는 궁방과 균역청(均役廳)의 유토 면세(有土免稅)011) 도 혼동(混同)하여 급재(給災)한 것이 있었고, 적성(積城)은 면세한 본래의 전결에 수효를 더하여 함부로 기록하였으며, 장단은 면세한 것이 없는 것을 허위로 첨입(添入)하여 만들어서 구차하게 그 9백 50결(結)의 수효를 채웠으니, 이는 그 급재한 것이 어느 곳에 돌아갔으며, 그 급대(給代)한 것은 어느 땅에 소속하였는지, 거행한 바가 착란(錯亂)됨이 이와 같이 낭자하였으니, 청컨대 파주·장단·통진(通津)·부평(富平)·안산(安山)·교하(交河)·양근(楊根)·마전(麻田)·적성·연천(漣川)·지평·포천(抱川) 등 읍의 수령을 잡아다 문초하여 정죄(定罪)하고, 그 착란하도록 맡겨 두어 능히 살펴서 단속하지 못한 해당 도신(道臣)은 종중 추고(從重推考)하며, 재결(災結)에 가표(加俵)한 것은 모두 낱낱이 실지대로 환원시키게 하소서."
하니, 윤허하였다. 그리고 하교하기를,
"이로 인하여 생각하건대, 재결에 대한 정사는 본래 스스로 엄격히 하고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도신(道臣)과 수재(守宰)가 마음대로 편리하게 하였으니 진실로 죄를 주어야 하나, 이미 분표한 재결을 다시 실제로 환원하게 한다면 도리어 백성을 소요하게 할 염려가 있으니, 차라리 실수된 의리에 부칠지언정 실제로 환원하는 한 조항은 특별히 그만 두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60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註 008]을유년 : 1825 순조 25년.
- [註 009]
연분(年分) : 그 해의 농사의 풍흉에 따라 해마다 토지를 상상(上上)·상중·상하·중상·중중(中中)·중하·하상·하중·하하(下下)의 아홉 등급으로 나누는 제도. 세종 28년(1446년)부터 실시함. 연분 구등(年分九等)이라고도 함.- [註 010]
무토 면세(無土免稅) : 호조(戶曹)에서 거두어들일 수조권(收租權)을 궁방(宮房)이나 관청에 끊어주거나 베어주던 일. 즉 호조에서 실결(實結)을 획급하되 면세의 기한을 3년에 준하여 도내 각읍에 윤차(輪次)로 정함. 3년 주기의 윤차는 정조 때 다시 10년으로 한정하였음.- [註 011]
유토 면세(有土免稅) : 궁방전 면세의 한 가지. 대개 절수 전결(折受田結)의 경우, 해상 궁방에서 토지를 사들여 호조에 망(望)을 바쳐 영구히 궁둔(宮屯)으로 만드는데, 혹 진폐(陳廢)되더라도 이환(移換)할 수 없음. 토지의 소유권과 수조권을 모두 가짐으로써 궁방의 사적 대토지 집적을 가능케 함.○戶曹啓言: "取考京畿乙酉條年分成冊, 則坡州等十二邑俵災結數之加於實畓元摠者, 至於九百五十結之多, 各宮房免稅畓, 以還出稅懸錄, 而幷歸災頉, 戶曹出稅田, 以新免稅懸錄, 而擅減實摠, 事甚訝惑, 關問該道則以爲, 免稅災傷, 不可不給災, 而旣無可劃之畓, 則其勢不可不以田充給云, 蓋給災之法, 自有界限, 幷除各樣無稅, 與免稅, 只就其出稅實畓中擧論, 而若使十二邑災傷, 眞箇過於出稅實畓, 而各宮房免稅, 果無收納之道, 則當自該邑, 論報巡營, 狀請給代, 事理當然, 而不此之爲, 今乃別作名色, 擅自互換, 或曰還出稅, 或曰新免稅, 以至免稅畓, 移作出稅, 而無端給災, 出稅田移作免稅, 而無難減摠, 揆以法例, 萬萬乖當。 且該道雖欲推諉於各宮房, 無土免稅之無處收納, 而無土免稅之外, 又復有給災給代者, 坡州、長湍、砥平三邑, 則宮房與均廳有土免稅者, 混同給災, 積城則免稅本結, 加數冒錄, 長湍則免稅所無, 虛作添入, 苟充其九百五十結之數, 此則其所給災, 歸於何處? 其所給代, 屬於何地? 擧行錯亂, 如是狼藉, 請坡州、長湍、通津、富平、安山、交河、楊根、麻田、積城、漣川、砥平、抱川等邑守令, 拿問定罪, 任其錯亂, 未能察飭之該道臣, 從重推考, 加俵災結, 竝一一還實。" 允之。 旣而, 敎曰: "因此思之, 災政本自嚴愼, 道臣守宰之擅便, 固可罪, 而已俵之災, 復令還實, 則反有擾民之慮, 付之寧失之義, 還實一款, 特爲置之。"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60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註 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