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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20권, 순조 17년 3월 11일 갑인 1번째기사 1817년 청 가경(嘉慶) 22년

왕세자가 문묘에 나아가 작헌례를 행하고, 이어 입학례를 행하다

왕세자가 문묘(文廟)에 나아가 작헌례를 행하고, 이어 입학례를 행하였다. 【세자가 쌍동계(雙童髻)·공정책(空頂幘)·곤룡포(袞龍袍)를 갖추고 수레에 올라 이극문(貳極門)을 나서 홍화문(弘化門)에 이르러 동협문(東挾門)으로 해서 나와 수레에서 내려 연(輦)을 바꾸어 타고 관현(館峴)을 거쳐 문묘의 동문 밖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편차(便次)에 들었다. 작헌례를 행할 때가 되자 세자가 학생복으로 갈아입고 편차에서 나오니, 겸보덕(兼輔德)이 앞에서 인도하여 문묘의 동문으로 들어가 자리에 나아가 사배(四拜)하고 관세위(盥洗位)에 나아갔다. 이윽고 동계(東階)로 해서 올라 신위(神位) 앞에 나아가 삼상향(三上香)하고 잔을 잡고 헌작(獻爵)하였다. 다음에는 사성위(四聖位)에 나아가 상향하고 헌작하기를 처음처럼 하였다. 이윽고 내려와 복위(復位)하니 집사자(執事者)가 나뉘어서 전내(殿內)와 양무(兩廡)의 종향 신위(從享神位) 앞으로 나아가 조전(助奠)하였으며 조전이 끝나자, 사배례를 행하고 편차로도로 들어왔다. 입학례를 할 때가 되자 세자가 그대로 학생복으로 갖추고 나오니 보덕(輔德)이 인도하여 명륜당(明倫堂)의 대문 동쪽에 자리하여 서향(西向)하게 하고, 박사(博士)가 공복(公服)으로 갖추니 집사자가 인도하여 명륜당의 동계 위에 세우고 서향하게 하였다. 장명자(將命者)가 나와 문의 서쪽에 서서 동향(東向)하여 말하기를, ‘감히 행사를 청합니다.’ 하니, 세자가 조금 앞으로 나서서 말하기를, ‘모(某)는 선생에게 수학하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장명자가 들어가 고하자 박사가 말하기를, ‘모는 부덕하니 욕됨이 없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장명자가 나와서 고하자 세자가 굳이 청하기를, ‘모는 선생에게 수업하기를 원합니다.’ 하매, 장명자가 들어가 고하니 박사가 말하기를, ‘모는 부덕하나 청컨대 세자는 자리에 오르소서. 모가 감히 뵙겠습니다.’ 하였다. 장명자가 나가서 고하자 세자가 말하기를, ‘감히 빈객으로 대하지는 못하겠으니 청컨대 뵙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하매, 장명자가 들어가서 고하니 박사가 말하기를, ‘모는 사양할 수 없게 되었으니 명에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장명자가 나가서 고하자 집비자(執篚者)가 광주리―모시베[茅布] 3필이 들었다.―를 들어 세자에게 주니 세자가 광주리를 받았다.―광주리를 도로 집비자에게 주었다.― 박사가 동계 아래로 내려와 서향하고 기다리니 보덕이 세자를 인도하여 문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돌아 서계의 남쪽으로 나아가 동향하니 예수(醴脩)―술 2두(斗), 수(脩) 5정(脡)―를 받들은 자가 세자의 서남쪽에 섰다. 세자가 꿇어앉아 광주리를 올리고 재배(再拜)하니 박사가 답배(答拜)하였다. 세자가 꿇어앉아 광주리를 들어 박사에게 드리고 예수를 받들은 자가 따라서 예수를 박사 앞에 올리니 박사가 꿇어앉아 광주리를 받아 집사에게 주고 또 다른 집사자 하나가 꿇어앉아 예수를 가지고 물러갔다. 보덕이 세자를 인도하여 뜰 사이에 세우고 북으로 향하여 재배하게 하고 나아가 편차―명륜당 문 안 빈터에 만든 방.―에 자리하여 기다렸다. 박사가 상복(常服)으로 갈아입고 당(堂)에 올라 자리에 나가니―명륜당의 동벽에서 서향하였고 자리는 세겹으로 하였다.―보덕이 세자를 인도하여 서계로 올라 박사 앞에 나아가 자리에 올라 동향하고 꿇어앉으니,―임시로 마련한 자리.―집사가 강서(講書)―소학(小學).―를 박사 앞과―서안(書案)이 있었다.―세자 앞에 놓았다. 박사가 글을 읽자 세자도 따라 읽고 박사가 글 뜻을 해석하였다. 해석이 끝나자 집사가 서안과 책을 치웠다. 보덕이 세자를 인도하여 서계로 내려와 편차에 들러 공정책과 곤룡포로 갈아입고 연에 올라 관현을 경유하여 홍화문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수레로 바꾸어 타고 동협문으로 들어와 동룡문(銅龍門)을 지나 이극문으로 들어와 대내(大內)에 들어갔다.】 왕세자가 명륜당에 앉아 《소학》의 제사(題辭)를 강(講)하였는데, ‘오직 성인(聖人)만이 천성을 온전히 보존한 자이다.[惟聖性者]’라는 대목에 이르러 박사 남공철에게 묻기를,

"어떻게 하면 성인이 될 수 있습니까?"

하니, 박사가 일어서서 대답하기를,

"저하(邸下)의 이 물으심은 참으로 종묘 사직과 신민의 복입니다. 세자께서 어린 나이에 입학하여 이미 성인이 되기를 스스로 기약하는 뜻이 있으시니, 참으로 이 마음만 잘 미루어 확충하신다면 요(堯)임금도 될 수 있고 순(舜)임금도 될 수 있는데 지금부터가 그 시작입니다."

하였다. 세자가 또 묻기를,

"여기에서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라.[入孝出恭]’고 하였는데, 효도를 하려면 무엇부터 먼저 하여야 합니까?"

하니, 박사가 대답하기를,

"효도를 하는 길에 대하여 그 허다한 절목을 논하자면 갑자기 다 대답해 올릴 수 없습니다. 다만 마땅히 덕을 닦고 착한 행실을 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할 것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는 데에 어찌 이보다 더 큰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수신(修身)은 제가·치국·평천하의 근본인 만큼 효도의 큰 근본은 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하니, 세자가 가납(嘉納)하였다. 이때 세자의 보령은 9세가 되었으며 비로소 입학하였는데, 자질이 온순 단아하고 예의 범절이 숙성하였다. 선성(先聖)을 지알(祗謁)하는데 주선(周旋)이 법도에 맞았고, 강독할 때에 글 읽는 소리가 가락에 맞았으며, 천인(天人)·성명(性命)의 토론과 문답에 있어서 의젓하기가 성덕(成德)한 이처럼 의표(儀表)가 있었으니 시종하던 신하들과 선비로서 다리[橋]를 에워싸고 구경한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되었는데, 모두 목을 길게 늘이고 손을 모아 송축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11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甲寅/王世子詣文廟, 行酌獻禮, 仍行入學禮。【世子具雙童髻空頂幘袞龍袍, 乘輿出貳極門至弘化門, 由東挾以出, 〔降輿〕乘輦, 由館峴至文廟東門外, 降輦入便次。 酌獻禮時至, 世子改具學生服出便次, 兼〔輔〕 德前引入廟東門, 就位四拜, 〔詣〕 盥洗位。 陞自東階詣神位前, 三上香, 〔執〕 爵獻爵。 次〔詣〕 四聖位上香獻爵如初。 降復位, 執事者分〔詣〕 殿內及兩廡從享神位前, 助〔奠〕 訖行四拜禮, 還入便次。 入學時至, 世子仍具學生服以出, 輔德引位於明倫堂, 大門東西向, 博士具公服, 執事者引立於明倫堂東階上西向。 將命者出立門西東向曰, ‘敢請事’, 世子少前曰, ‘某願受學於先生。’ 將命者入告, 博士曰, ‘某也不德, 請無辱。’ 將命者出告, 世子固請曰, ‘願受業於先生。’ 將命者入告, 博士曰, ‘某也不德, 請世子就位, 某敢見。’ 將命者出告, 世子曰, ‘不敢以視賓客, 請終賜見。’ 將命者入告, 〔博〕 士曰, ‘某也辭不得命, 敢不從命?’ 將命者出告, 執篚者以〔篚〕 苧布〔三〕 匹授世子, 世子執篚, 以〔篚〕〔授執〕 篚者。 博士降俟于東階下西向, 輔德引世子入門, 而左詣西階之南東向, 捧醴脩者, 酒二斗脩五脡。 立於世子西南, 世子跪奠篚再〔拜〕 , 博士答拜。 世子跪取篚以進於博士, 〔捧〕 醴脩〔者〕 , 從奠於博士前, 博士跪受篚授執事。 又執事者, 跪取醴脩以退。 輔德引世子立於階間, 北向再拜, 出就便次。 就於明倫堂門內〔虛〕 地之〔室〕 以俟, 博士改具常服, 陞堂就坐, 本明倫堂〔壁〕 西向〔席〕 三重。 輔德引世子陞自西階, 詣博士前就席東向跪, 臨時設席, 執事置講書, 《小學》, 博士前, 有案。 及世子前。 博士講書, 世子講書, 博士釋義訖。 執事撤案及書, 輔德引世子降自西階出就便次, 改具空幘袞龍〔袍〕 乘輦由舘峴弘化門, 降輦乘輿, 由東挾以入, 由銅龍門貳極門還內。】 王世子坐明倫堂, 講《小學》題辭, 至惟聖性者之語, 問于博士南公轍曰: "何以則爲聖人?" 博士作而對曰: "邸下此問, 誠宗社臣民之福也, 世子沖年入學, 已有聖人自期之志, 苟能推是心而擴充之, 則爲自今伊始矣。" 世子又問曰: "此言入孝出恭, 欲爲孝則何者當爲先?" 博士對曰: "爲孝之道, 若論其許多節目, 則倉卒不能盡對。 而當以修德爲善爲本。 悅父母之心, 豈有大於此者乎? 且修身爲齊家治國平天下之本, 孝之大本, 無過於此矣。" 世子嘉納之。 時, 世子寶齡, 方九歲, 始齒于學, 姿質溫文, 儀度岐嶷。 祗謁先聖, 周旋中規, 講讀之際, 聲音合律, 天人性命之討論問答, 儼若成德之表, 從官曁多士之環橋而觀聽者數千人, 莫不延頸攢頌焉。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11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