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애책문
애책문(哀冊文)에 이르기를,
"상여의 바퀴를 정제하고 영구가 길을 떠나니, 자리에서 육의(六衣)058) 를 걷고 도마[俎]에서 서말[三斗] 술을 거두었습니다. 상여줄은 싸늘한 새벽 길을 재촉하고, 운정(雲旌)059) 은 펄럭이며 새벽을 당깁니다. 높고 넓은 춘전(春殿)을 등지고 어두운 야대(夜臺)060) 로 향합니다. 화성(華城) 길을 바라보고 크게 부르짖으며 예전에 돌아오시던 길을 지금 돌아오지 못함을 슬퍼합니다. 바라보아도 소용이 없고, 상상하여도 어찌 대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성상께서 발인(發靷) 때 노제(路祭)에 정성을 다하고 밤에 실린 영구(靈柩)에 의지하여 사모하셨습니다. 넓으신 은혜가 갑자기 막힘을 슬퍼하고, 묵은 슬픔이 두 번 당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오르내리는 영령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하니,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에 신에게 명하여 책(策)으로 선양하게 하셨는데, 그 사(辭)는 다음과 같습니다. 태임(太姙)과 같은 분이 되어 아름다운 이름이 드러났는데, 왕실의 며느님이시자 문왕(文王)의 어머님과 같았습니다. 덕이 아름다워 이미 태교(胎敎)를 하였고, 말씀은 근본을 미루어 《시경(詩經)》을 본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저 풍산(豊山)은 심수(沁水)061) 처럼 길(吉)한지라, 영기(靈氣)가 쌓이고 상서로움이 가득하여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을 탄생하였습니다. 왕희(王姬)께서 엄숙하고 화목하시니 경사가 자손에게 뻗쳤으며, 아름다운 덕이 빛나니 왕세자의 짝이 되셨습니다. 하늘이 부여한 기질은 아름답고 순수하였으며 생지(生知)의 자질은 깊고도 아름다웠습니다. 유순하신 조행(操行)이 일찍 이룩되어 여자의 법칙이 진실로 갖추어졌습니다. 삼전(三殿)을 기쁘게 받드시니 음순하고 아름다운 덕성이 있었으며, 효도하고 공경하시니 가상히 여기고 사랑하였습니다. 동궁이 정무를 대행하자 공경하고 두려워하여 화락하게 지내시면서도 경계하셨습니다. 비룡(飛龍)의 꿈을 얻어서 성스런 아드님을 탄생하셨는데, 먼저 바르게 기르시는 공력을 들이셨기에 요(堯)·순(舜)과 같은 분이 되었습니다.
양후(兩后)062) 께서 승하하시자 슬픈 예(禮)를 거듭 맡으시어, 항상 손수 여섯 번의 상식(上食)을 올리고 반드시 몸소 아홉 번의 곡을 하셨습니다. 정순(貞純)을 섬김에 한결같이 정성(貞聖)과 같이 하셨습니다. 애연(藹然)히 화순하셨으나 두 외가(外家)가 불화하여 다투었습니다. 하늘이 돕지 않아 세자를 잃었는데 낮에 곡(哭)하면서 소리도 내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슬픔을 억제하고 의리로 제어하여 화순한 빛이 더욱 돈독하시니, 성조(聖祖)063) 께서 가상히 여기고 가효당(嘉孝堂)의 편액(扁額)을 써 내려 총애하셨습니다. 지극하신 정성이 하늘을 감동하여 나라가 영구히 공고하였습니다. 선왕께서 왕위(王位)를 이어받아 수(壽)하신 성모(聖母)께서 기뻐하셨으니, 거룩한 제왕(帝王)의 효성(孝誠)을 비할 데가 없었습니다. 옥책으로 존호를 올리고 채의(綵衣)로 수연(晬筵)064) 에 임하여 부조(鳧藻)065) 의 시(詩)를 지어서 해마다 거듭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이날에 상서가 더하여 또 손자를 얻은 경사가 있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라 천지의 신명이 감동하였기 때문입니다. 크고 넓은 은혜는 멀리 펴졌고, 하늘과 사람의 상서가 합하여 빛났습니다. 선왕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자 자궁(慈宮)께서 깊이 슬픔에 잠기셨는데, 문손(文孫)066) 에게 힘입어 참통한 목숨을 애써 부지하셨습니다. 80세에 올라 90세를 바라보자 뫼뿌리처럼 장수하기를 기원하며 매양 병환이 나으시기를 바랐는데, 미음을 드시다가 점점 더해졌습니다. 마침내 북극성에 도수(度數)가 어긋나서 무수(婺宿)067) 가 빛을 잃었으니, 인간에서는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겠으나 천상(天上)에는 이별했던 회포를 달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장사 치를 날짜가 정해지니 상여를 붙잡을 길이 없으므로, 내쉬는 한숨에 안개가 일어나고 부리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집니다. 압등(鴨燈)의 불빛이 어두어지자 상여에 줄을 매었습니다. 퉁소를 비껴 불며 무엇을 호소하고, 우보(羽葆)068) 는 앞에 우뚝 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세상을 버리면서 연연함이 없으니, 평생의 마음과 서로 상반되는 것 같습니다. 일산은 주춤대며 자주 뒤를 돌아보고, 상여는 머뭇거리면서 드디어 떠나가니, 아! 슬픕니다. 금모(衿冒)를 먼저 갖추어 두고 건수(巾襚)를 미리 지으셨으니, 검소함으로써 법을 보이시고 허비하지 않은 것으로 은혜를 삼았습니다. 돈장(敦匠)069) 도 예전에 쓰시던 금은(金銀)으로 하였으니 이는 나라의 정공(正供)에 손실됨이 없고, 고르게 구휼하기를 선조(先祖)에 청하였으니, 백성이 지금까지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아! 슬픕니다.
옛 을묘년070) 에 회갑이 돌아오자, 주구(珠邱)071) 를 배알하러 상순(湘巡)코자 하였으나 옥련(玉輦)을 붙듦에 마음을 돌리시어 비로소 화봉(華封)072) 의 축하를 받으시니, 이어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천도복숭아를 올려 축수의 술잔을 권하고 노래자(老萊子)073) 처럼 옷을 입고 행전(行殿)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늘의 별은 20년에 바뀌는데 사람은 한번 가면 멀어지니, 탄식이 나옵니다. 버들은 삽(翣)을 스치며 맞이하는 듯하는데 풀은 상여에 짓눌리지만 어찌 되돌아오겠습니까? 아! 슬픕니다. 선원(仙園)을 바라보니 효성이 지극함을 더욱 흠모합니다. 묘소의 왼쪽을 비워서 우(禹)임금의 무덤에 도산씨(塗山氏)를 나란히 묻는 것처럼 하였으니, 오늘날 합봉(合封)은 옛날의 천장(遷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찍 자궁께서 보시고 부탁하신 바이니, 신(神)의 도리에 서로 편안하실 듯합니다. 건릉(健陵)에서 상설(象設)074) 을 더위잡도록 매우 가깝게 능을 접하였으니, 천추 만세(千秋萬歲)토록 운향(雲鄕)에서 즐겁게 사실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생명은 진실로 끝이 있으므로 장수하여도 슬픈 것입니다. 성인과 철인도 그러한데 이것은 아름다운 덕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고 들은 것이 오래 되어 자세히 알지 못할까 염려되므로 사필(史筆)을 가지고 긴말을 써서 돌에 새겨 빛을 남깁니다. 아! 슬픕니다."
하였다. 【지중추부사 심상규(沈象奎)가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93면
- 【분류】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58]육의(六衣) : 여섯 가지의 옷.
- [註 059]운정(雲旌) : 구름을 그린 기(旗).
- [註 060]야대(夜臺) : 저승.
- [註 061]심수(沁水) : 중국 강이름.
- [註 062]양후(兩后) : 정성 왕후와 인원 왕후.
- [註 063]성조(聖祖) : 영조를 가리킴.
- [註 064]수연(晬筵) : 회갑 연회석.
- [註 065]부조(鳧藻) : 기뻐서 부르는 노래.
- [註 066]문손(文孫) : 손자인 순조.
- [註 067]무수(婺宿) : 여자의 별 이름.
- [註 068]우보(羽葆) : 깃으로 만든 일산(日傘).
- [註 069]돈장(敦匠) : 관(棺)을 만드는 일.
- [註 070]을묘년 : 1795 정조 19년.
- [註 071]주구(珠邱) : 장헌 세자의 원소(園所)를 가리킴.
- [註 072]화봉(華封) : 수(壽)·부(富)·다남(多男) 등을 축하할 때 쓰는 말.
- [註 073]노래자(老萊子) : 고대 중국 초(楚)나라의 어진 사람. 효성이 지극하여 70세에 어버이를 받들면서 색동옷을 입고 아이의 놀이를 하여 어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음.
- [註 074]상설(象設) : 능소(陵所)의 석의(石儀)를 말함.
○哀冊文:
蜃輤肅軔, 雕欑啓塗, 筵卷六衣, 俎撤三㪺。 露紼淒其, 催晨雲旌, 冉而引曉。 背春殿之崇敞, 傃夜臺之冥窅。 跂華道而殷號, 痛昔還而今否。 瞻望靡及, 想像奚叩? 我聖上殫誠祖饋。 憑慕宵載, 哀洪慈之遽閟, 擥宿慟而如再。 懷陟降而爲心, 覿彷彿而摧臆。 乃命下臣, 式揚巍策, 其辭曰。 思齊太任, 顯顯徽音, 京室之婦, 文王之母。 德惟思媚, 胎已有敎, 言而推本, 雅詩是傚。 蔚彼豐山, 媲吉沁水, 鍾靈洽祥, 寔誕淑媺。 王姬肅雝, 慶衍來孫錦褧有煒, 光儷儲尊。 天與精粹, 生知淵懿。 柔儀夙整, 女則洵備。 承歡三殿, 婉孌瑜珮, 翼翼孝敬, 眷眷嘉愛。 蒼邸代聽, 敬畏在意, 樂則鐘鼓, 規以簪珥。 夢叶飛龍, 乃生聖胤, 功先正養, 乃堯乃舜。 兩后遐陟, 哀禮洊執恒手六饋, 必躬九泣。 比事貞純, 一若貞聖。 藹然和順, 外自釁競。 不弔閔割, 晝哭聲呑, 抑恫制義, 愉色彌敦, 聖祖曰嘉匾, 孝以寵。 至諴動天, 宗國永鞏。 寧考受終, 壽母燕喜, 帝王曾閔, 盛無與比。 玉字尊冊, 綵衣晬筵, 詩賡鳧藻, 願以年年。 是日流虹, 又慶含飴, 極知非偶, 定感神祗。 覃恩廣惠, 旁流慈澤, 天休人瑞, 翔翕燀赫。 杞穹忽傾, 萱暉長慘, 顧賴文孫。 勉延痛憯。 躋七兮希九, 嵩呼兮岡祝, 每顒喜於勿藥, 寖有愆於恃粥。 竟極曜之爽度, 奄婺宿之淪輝, 人間兼切於於戲, 天上庶慰於離違。 嗚呼! 哀哉。 筮龜啓吉, 廞騩莫縶, 抽欷霧興, 揮淚雨集, 鴨燈兮委燼, 鷖㡛兮施靷。 〔簫〕 挽橫咽而何訴, 羽葆前翹而何進? 將無戀於棄捐, 若相反於平生。 蓋掩抑而乍顧, 轊逶遲而遂行, 嗚呼! 哀哉。 衿冒先具, 巾襚宿製, 以寧儉而示範, 要不費而爲惠。 敦匠又以昔金, 是無病於邦供, 仰均恤於先朝, 民至今猶有蒙。 嗚呼! 哀哉。 昔歲旃蒙, 寶甲光回, 謁珠邱兮湘巡, 扶玉輦兮天廻, 載觀華封, 仍張瑤宴。 蟠桃侑兮壽觴, 老萊唱兮行殿。 緬天星之廿換, 欸人事之一遠。 柳拂翣兮如迎, 草輾輴兮寧返? 嗚呼! 哀哉。 粤瞻仙園, 益欽〔孝〕 慕。 方中兮虛左, 禹穴兮塗祔, 爲今日之合防, 自昔年之遷灤。 曾慈眄之攸托兮, 僾神理之相安。 攀象設於健寢兮, 亦孔邇於接岡, 千秋兮萬歲。 樂無違於雲鄕。 嗚呼! 哀哉。 生固有涯, 壽而猶哀。 蓋聖哲而猶然, 由德美之可懷。 而見聞之在人, 恐寖久而無詳, 摛彤管之永言, 勒寶琰而垂光。 嗚呼! 哀哉。 【知中樞府事沈象奎製。】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93면
- 【분류】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