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수와 심상규가 자주 신하들을 접견할 것을 청하다
약원의 여러 신하와 대신·각신을 불러 보았다. 영부사 이시수(李時秀)가 말하기를,
"요즈음 신하를 소접하는 일이 지나치게 드물어서 상하간에 간격이 생기게 되는 한탄이 없지 않습니다. 대저 위에서 자문하시는 것이나 아래에서 아뢰는 데 있어서는 연석(筵席)에 나아가 뵙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는데도, 근래에 신들의 등연이 고작 진연(診筵)에 따라 들어와서야만 용안을 뵈옵는 정도이며, 약방의 입시조차도 그나마 차례를 넘기는 일이 많습니다. 비록 옥서(玉署)098) 로 말하더라도 금직(禁直)이 항상 비어서 관문(館門)이 오래 닫혀 있으니, 이것은 신하들의 책임이기는 하지만, 성상께서 또한 자주 인대(引對)하는 명을 내리시어 학문의 뜻을 토론하신다면 어찌 시시한 벼슬로 보아 직숙까지 않으려 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자주 신하들을 접견하여, 승지가 읽어 아뢰는 공사(公事)일 경우는 어디에서든지 제품(提稟)하게 하고, 옥당이나 내각의 신하가 뽑아 올리는 책자일 경우 그 경전(經傳)의 이치를 토론하되, 또한 춘궁 저하(春宮邸下)로 하여금 때로 혹 곁에 모시어 참가해 듣게 한다면 자연히 훈도(薰陶)되는 얻음이 있을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신의 구구한 소망이기 때문에 감히 이처럼 우러러 아룁니다."
하였다. 원임 제학(原任提學) 심상규(沈象奎)는 말하기를,
"오랫동안 신이 병에 얽매여 오래도록 전하를 뵙지 못하여 간절한 소회를 아뢰지 못한 것이 오래되었는데, 마침 대신의 말에 이어서 덧붙여 아뢰고자 합니다. 신하들을 자주 인접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이미 대신이 아뢰었으니, 오직 곡진히 채택하여 받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인접하시는 처소로 말하면 본래 일정한 처소가 있었으니, 희정당(熙政堂)·성정각(誠正閣) 같은 곳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전하께서 지난 겨울 정양(靜養)하여 조섭(調攝)할 때부터, 계속 대조전(大造殿)에서 연접(筵接)하신 것은 비록 한때의 방편이었던 것이지만, 요즈음까지도 그냥 그대로 하신다는 것은 옳지 않을 듯합니다. 옛날 임금이 신하를 와내(臥內)로 불러 접견하여 경전을 이야기하고 치도(治道)를 논한 것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옛날의 와내란 곧 지금의 편전(便殿)으로 대조전 같은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조전은 곧 내전(內殿)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안팎의 구별을 엄격히 하라.’고 했으니, 진연(診筵)에 드나드는 일도 오히려 미안한데, 하물며 차대나 경연 등 항상 출입하는 입시(入侍)는 더욱 불편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이제부터는 상조(常朝)에 나오셔서 자주 신하들을 인접하심이 신의 구구한 소망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8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註 098]옥서(玉署) : 홍문관.
○壬寅/召見藥院諸臣大臣閣臣。 領府事李時秀曰: "近日臣隣召接, 過爲稀闊, 不無上下阻隔之歎。 夫上之所以博詢, 下之所以導達, 莫如筵席之晉接, 邇來臣等之登筵, 不過隨入診筵, 以遂覲光之願, 而藥房入侍, 亦多越次。 雖以玉署言之, 禁直常空, 館門長閉, 此固在下之責。 而自上亦若頻賜引對, 討論文義, 則豈有視作冗官, 不欲就直之理乎? 伏願臣僚引對, 頻頻許接, 如承宣之臣, 讀奏公事, 隨處提稟, 如玉署內閣之臣, 抄入冊子, 討論經理, 亦令春宮邸下, 時或侍側參聞, 自當有薰陶之益, 豈不美哉? 此臣區區之望, 故敢此仰達矣。" 原任提學沈象奎曰: "臣久縻賤疾, 積違軒陛, 耿耿下懷, 未能仰達者久矣, 適因大臣言端, 敢此附陳矣。 臣僚罕接大僚, 旣已仰達, 惟願曲賜採聽, 而至於引接處所, 自有常朝如熙政堂、誠正閣之類是也。 殿下自昨冬靜攝之時, 筵接每在於大造殿, 雖出於一時權宜之道, 而至於近日, 尙爲因循, 則恐爲不可。 古之人君, 召接臣隣於臥內, 談經論治者, 非不美矣。 而古之臥內, 卽今之便殿, 非如大造殿之謂也。 大造殿, 卽內殿也。 古人云 ‘嚴內外之別,’ 雖診筵之出入, 猶爲未安, 況次對經筵等入侍之常常出入, 尤爲非便。 伏願自今以後, 出御常朝, 頻接臣隣, 是臣區區之望也。"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8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