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의 유생들이 《홍재전서》의 존경각 안처에 대해서 아뢰다
태학에 거재(居齋)하는 유생들이 권당(捲堂)041) 하여 품고 있는 바를 말하기를,
"신들이 가만히 보건대, 요즈음 조정에서 정종 대왕 어제의 《홍재전서(弘齋全書)》를 인출하였는 바, 당연히 전국에 배포하여 집집마다 읽고 외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우선적으로 존경각(尊經閣)에 모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인역(印役)을 시작할 때부터 신들이 재삼 감인(監印)하는 신하들에게 청하여 임금께서 들으시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전서(全書) 한 부를 《시경(詩經)》·《서경(書經)》·《논어(論語)》·《맹자(孟子)》 등과 함께 모셔야 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사언(私言)이 아니라 실로 온 나라의 공의(公議)에 따른 것이었는데, 더러 난색을 표하는 자는 말하기를, ‘어제 문집(御製文集)은 사체(事體)가 지극히 중하고 선례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堯)·순(舜)의 전모(典謨)나 우(禹)·탕(湯)의 서고(誓誥)가 제왕(帝王)이 지은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이 존경각은 본래 청엄(淸嚴)하다고 일컫는 곳으로 학정(學正) 등의 관원을 두어 수호하고 있습니다. 봉모당(奉謨堂)이나 서향각(書香閣)과 다름이 없은즉, 체모(體貌)로 헤아려 보더라도 조금도 불가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단지 신들이, 말이 권위가 없고 신분이 미천하여 이렇게 안타까워만 하고 있습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선조의 어제를 당연히 봉안해야 할 일이다."
하고는, 이내 성균관에 들어가도록 권하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61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출판-서책(書冊)
- [註 041]권당(捲堂) : 성균관 유생들이 불평이 있을 때에 관(館)을 비우고 일제히 물러나는 것. 공관(空館).
○甲申/太學居齋儒生捲堂所懷言: "臣等竊伏見近日朝家, 有正宗大王御製《弘齋全書》鋟劂之擧, 固當布之一國, 家絃戶誦。 而尊經閣崇奉之擧, 在所當先。 故當其印役之始也, 臣等再三仰請於監印諸臣, 以爲轉徹於上。 俾一部全書, 竝奉於《詩》 《書》 《語》 《孟》之列者, 此非一人私言, 實遵一國之公議也, 或有難之者曰, ‘御製文集, 事體至重, 且無已例云。’ 而抑有不然者。 堯ㆍ舜、《典謨》, 禹ㆍ湯、《誓誥》, 非帝王之製乎? 且此尊經之閣, 素稱淸嚴, 爲置學正等官以守護之。 與奉謨堂 書香閣, 似無異同, 則揆以體貌, 少無不可。 而只以臣等言微跡賤, 抱玆區區云。" 敎曰: "先朝御製, 從當奉安。" 仍命泮堂, 勸入。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61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