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임·원임 대신을 소견하여 관서 적변의 대책에 대해 논하다
시임·원임 대신을 소견하였다. 영부사 이시수(李時秀)가 아뢰기를,
"관서의 적변(賊變)은 남의 농작물을 훔치는 도둑[草竊]에 불과하니, 며칠 안으로 소탕될 것입니다. 성심(聖心)에 놀라고 동요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 좌의정 김재찬(金載瓚)은 아뢰기를,
"적을 막는 군사를 양서(兩西)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하였으며, 행 대호군(行大護軍) 박종경(朴宗慶)은 아뢰기를,
"장수를 임명하고 군사를 내는 즈음에, 다른 도의 군사는 갑자기 징발하여 모으기가 어려우니, 형세로 보아 장차 경군(京軍)을 적당히 헤아려 징발해야 할 것 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충분히 더 상의하고 적당히 헤아려 징발할 것이나, 장수는 누구를 임명해야 옳겠는가?"
하자, 김재찬이 아뢰기를,
"영조[英廟] 무신년207) 에는 문재(文宰)인 오명항(吳命恒)을 도순무사(都巡撫使)로 삼았습니다. 그러니 이와 같은 때에는 문무(文武)에 구애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장신(將臣) 가운데서 이요헌(李堯憲)이 능히 군심(軍心)을 얻을만 하니, 실로 이 임무에 적합합니다. 이요헌 역시 개연히 자신의 임무를 떠맡고 있기에 신 등은 바야흐로 크게 믿습니다. 그리고 종사관(從事官)은 무신년에도 역시 문신으로 차출하였는데, 대장이 자벽(自辟)208) 하였습니다."
하고, 영돈녕 김조순(金祖淳)이 아뢰기를,
"장수를 임명할 즈음에는 본래 전제(專制)의 법이 있는데, 이번 순무사(巡撫使)의 경우는 어느 관원 이하부터 전제하도록 해야 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절도사(節度使) 이하 명을 어기는 자는 먼저 참(斬)한 뒤에 아뢰도록 하되, 군무(軍務) 등의 절차는 모두 편의 종사(便宜從事)하게 하는 것이 옳다."
하고, 이어서 하교하기를,
"상방검(尙方劍) 1구(口)를 출급(出給)하는 것이 합당하며, 그 나머지 거행하는 등의 절차는 나가서 충분히 상의한 뒤에, 모두 문자(文字)로 품처(稟處)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703면
- 【분류】변란-민란(民亂) / 군사(軍事) / 사법(司法) / 인사(人事)
○戊辰/召見時ㆍ原任大臣。 領府事李時秀曰: "關西賊變, 不過草竊, 可不日掃蕩。 聖心不必驚動矣。" 左議政金載瓚曰: "禦賊之軍, 不可專委於兩西矣。" 行大護軍朴宗慶曰: "命將出師之際, 他道軍猝難徵聚, 勢將以京軍, 量宜調發矣。" 上曰: "爛加商確, 量宜調發, 而命將則誰可爲之。" 載瓚曰: "英廟戊申年, 以文宰吳命恒爲都巡撫使矣。 如此之時, 勿拘文武。 而見今將臣中李堯憲能得軍心, 實合此任。 堯憲亦慨然自任, 臣等方恃重矣。 從事官, 則戊申亦以文臣差出, 而大將自辟矣。" 領敦寧金祖淳曰: "命將之際, 自有專制之法, 今此巡撫使, 則某官以下, 使之專制乎?" 上曰: "節度使以下, 不用命者, 先斬後啓, 而軍務等節, 皆令便宜從事, 可也。" 仍敎曰: "尙方劍一口, 亦當出給, 而其餘擧行等節, 出去爛商後, 皆以文字稟處, 可也。"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703면
- 【분류】변란-민란(民亂) / 군사(軍事) / 사법(司法)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