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이 상소로 김일주에게 설국하고, 홍희운·이기경 을 도배할 것을 청하다
지평 권홍(權)이 상소하여 김일주(金日柱)에게 설국(設鞫)할 것을 청하고 이어서 홍희운(洪羲運)과 이기경(李基慶)을 논하기를,
"아! 저 홍희운의 아양을 떨며 사람을 호리는 태도는 겉모습에 나타나고 매우 잔인한 성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데에 근거하였습니다. 가도(家道)는 상경(常經)을 어지럽혀 늙은 아비가 심지어 각각 밥을 지었다고 백성들이 노래삼아 모두 조롱하였습니다. 판여(板輿)341) 를 지휘하고 부조(賻助)를 거둬들여 가장 권흉(權凶)에게 아첨해 빌붙어서 가계(家計)를 꾸려나갔습니다. 취향(趣向)을 달리한 이기채(李箕采)로 처남(妻娚)을 삼았는데, 이기채는 곧 김달순(金達淳)의 사장(師長)이며 심환지(沈煥之)의 혈당(血黨)이었습니다. 〈홍희운이〉 연줄을 타고 마음을 바쳐서 여러 해 키워졌다가 의지하여 종주(宗主)를 삼고 노예(奴隷)처럼 복종해 섬겼으므로, 세상에서는 상문(相門)342) 의 총애하는 아들이라 일컬었으니 이안묵(李安默)과 이름을 나란히 하였습니다. 스스로 막부(幕府)의 모사(謀士)라 자임하고 역적 권유(權裕)와 함께 창자를 연하였으며, 이웃에 사는 이익모(李翊模)와 나란히 밤낮으로 서로 지켜 사생(死生)을 의탁하였습니다. 또 김관주(金觀柱)·김노충(金魯忠)의 집에 뒤쫓아 출입하며 한 좌석이 다하면 으슥한 곳[左腹]으로 깊이 들어갔으니, 오직 이 하나의 홍희운으로도 족히 나라를 흉하게 하고 왕가(王家)에 화를 끼칠 것인데 더군다나 흉험(凶險)하고 음휼(陰譎)한 이기경과 같이 도당(徒黨)을 결성하여 소천(疏薦)으로 권장해 추켜세워서 함께 할 나쁜 짓을 서로 이루고 여러 흉적(凶賊)과 체결하여 위세를 빌려 팔아서 동류들을 꾀어 위협하였습니다. 걸핏하면 청동(淸洞)의 뜻은 이러하고 이현(泥峴)의 말은 이러하다고 일컬으면서 이와 같이 주고받아 장주(章奏)를 종용(慫慂)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기관(機關)을 점차로 양성하고 서로 화응(和應)하여 이에 권유를 주토하는 계달을 사주하여 정지시켰고 심환지를 배척하는 상소를 글로 저지시킨 것은 비록 이것이 이기경의 한 짓이나 실제는 홍희운의 지휘에서 나왔습니다. 그의 무리들이 빙자하여 함부로 날뛴 것은 곧 척사(斥邪)한다는 한 가지 일이었는데, 사도(邪徒)의 외손(外孫)으로 그 집 재산이 여러 거만(鉅萬)343) 이 되자 사위로 맞아들이어 그 자산을 죄여냈으며, 광주(廣州)·양주(楊州)의 부민(富民)을 사도로 얽어 투옥시킨 것이 골짜기에 가득찰 정도였는데 서찰을 보내어 석방하게 하였으니, 진짜로 척사한다는 자가 진실로 이와 같습니까? 역적 심환지가 이미 죽은 뒤에는 또 눈치를 살피다가 김달순에게로 가서 심신(心身)을 기울여 섬겼고 또 서형수(徐瀅修)와는 특별히 남우(南郵)에 있을 때 이웃에서 사이좋게 지냈었는데, 이로 인해 몸을 의탁하며 단짝이 되어 즐겁게 놀기를 하루도 그렇게 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니, 경영한 바가 무슨 일이었으며 의논한 바가 어떤 말이겠습니까? 아! 김달순 역적이 음모(陰謀)를 여러 가지로 계획한 것은 오로지 사설(邪說)을 주고받는 한 가지 일에 있었습니다.
대개 작년 겨울에 영남에서 만인소(萬人疏)를 올린다는 말을 갑자기 지어내어 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는데, 영남 사람에게 물어보니 처음부터 이런 논의가 없었다 합니다. 그 곳에서 말하기를, ‘홍희운이 김달순·서형수 무리의 방략(方略)을 비밀리에 받아 영남 지방에 널리 퍼뜨리어 만인소를 급히 도모하도록 권하였으며, 자기가 받은 바가 있다고 유혹하여 한편으로 영남 바깥에서 의혹을 일으키게 하고 한편으로는 도성(都城)에 근거 없는 말을 퍼뜨렸다.’고 하였는데, 김달순의 연주(筵奏)가 약속이나 한 듯이 나왔습니다. 그 말뜻을 보건대, 매우 놀라운 기미가 금방 닥칠 것같이 하여 군부(君父)를 위협하고 조정을 공동(恐動)시켰습니다. 그 설계(設計)를 궁구해 보건대, 장차 나라의 편을 일망 타진하고 영남을 도륙(屠戮)하려 하였으니, 그 기미가 아! 역시 끔찍합니다. 이는 한 사람의 전한 말이 아닙니다. 위로는 조정에서부터 아래로 여항(閭巷)에 이르기까지, 안으로 경락(京洛)344) 에서 밖으로는 영·호(嶺湖)에 이르기까지 온 세상에 회자(膾炙)되었으니, 그가 비록 주둥이 길이가 석자라 하더라도 다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이기경이 올린 지난번 소장으로 말하더라도, 역적 김달순이 비록 복법(伏法)345) 되었다 하나 징토(懲討)를 아직도 한창 벌리고 있는데, 가까스로 소장을 다스렸다고 널리 알릴 것은 서둘러 청하여 마치 수쇄(收殺)346) 된 것처럼 하였습니다. 그 심장를 들여다보건대, 겉으로는 엄히 주토(誅討)하는 것 같지만 실은 일을 불분명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현중조(玄重祚)가 조수민(趙秀民)의 설금(設禁)하라는 청을 수쇄하라고 급히 청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런 저런 관계로 볼 때 죄가 가벼운 찬배(竄配)로 그치고 말 수는 없습니다. 신은 생각하기를, 홍희운과 이기경에게 아울러 도배(島配)의 전형을 실시하여야 된다고 여깁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홍희운에 대한 일이 과연 네 말과 같다면 죄를 용서할 수 없겠으나, 다만 사설(邪說)에 관한 한 조항에 있어서 그가 사설을 하는 것을 네가 과연 귀로 듣고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있느냐? 만일 진장(眞贓)이 없다면 이는 애매하여 분명히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네 말이 어찌 협잡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고,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561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註 341]판여(板輿) : 널판과 상여.
- [註 342]
상문(相門) : 재상의 가문.- [註 343]
거만(鉅萬) : 만의 만 곱절씩 많은 금액.- [註 344]
噫! 彼羲運狐媚之態, 著於面目, 狠毒之性, 根於天賦。 家道亂常, 老父甚至各爨, 民謟騰嘲。 板輿指爲斂賻, 最是謟附權凶, 作爲家計。 以異趣之李箕采爲妻娚, 而箕采卽達淳之師長, 煥之之血黨也。 夤緣納款, 多年卵育, 依歸爲宗主, 服事如奴隷, 世稱相門寵子, 則與安默而齊名。 自許幕府謀士, 則共裕賊而連腸, 比閈之李翊模, 日夜相守, 托以死生。 又從而投入於觀柱、魯忠之門, 弊盡一席, 深入左腹, 惟此一羲運, 足以凶于國禍于家, 而況以凶險陰譎之李基慶, 結成徒黨, 疏薦奬詡, 同惡相濟, 締結諸凶, 藉賣威勢, 誘脅儕流。 動稱淸洞之意如此, 泥峴之言如此, 授受章奏, 無不慫慂, 醞釀機關, 互相和應。 於是嗾停討裕之啓, 書沮斥煥之疏者, 雖是基慶之所爲, 而實出羲運之指揮也。 渠輩所以憑藉跳踉者, 卽以斥邪一事, 而邪徒之外孫, 家累鉅萬, 則納甥館, 而唆其貲産, 廣、楊之富民, 構邪嗾獄, 則充谿壑, 而貽書還放, 眞箇斥邪者, 固如是耶? 煥賊旣斃之後, 又顧而之於達淳, 傾身而事之, 又與瀅修, 別有南郵時隣好, 因此托身, 遨遊兩間, 靡日不然, 所營者甚事? 所議者何語? 噫! 達賊之排布陰謀, 專在於唱和邪說一事。 蓋於昨冬, 萬人嶺疏之說, 起於忽地, 無人不傳, 問諸嶺人, 則初無是論。 而其所爲說, 曰, ‘羲運密受達、瀅輩方略, 流播嶠南, 勸之以急圖萬疏, 誘之以吾有所受, 一邊誑惑於嶺外, 一邊蜚語於都下’, 而達淳筵奏, 如期而出。 觀其語意, 有若駭機之迫在朝夕, 以之脅持君父, 恐動朝廷。 究厥設計, 將以網打國邊, 屠戮嶺南, 其機吁亦憯矣。 此非一人之傳說, 而上自朝廷, 下至閭巷, 內而京洛, 外而嶺湖, 膾炙一世, 渠雖喙長三尺, 更有何辭乎? 雖以基慶向來疏言之, 達賊雖曰伏法, 懲討尙在方張, 而急急治疏, 遽請布告, 有若收殺者然。 究厥心腸, 外若嚴討, 實則漫漶, 此何異於玄重祚急請收殺趙秀民設禁之請乎? 以此以彼, 不可薄竄而止。 臣謂洪羲運、李基慶, 幷施島配之典。
批曰: "洪羲運事, 果如爾言, 則罪固罔赦, 而但邪說一款, 其爲邪說, 爾果有耳聞目擊乎? 若無眞贓, 則䵝昧也。 爾言豈非挾雜乎?" 不允。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561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註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