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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5권, 순조 3년 12월 13일 갑술 2번째기사 1803년 청 가경(嘉慶) 8년

유시에 선정전 서쪽 행각에서 불이 일어나 인정전까지 연소되어 궁성을 호위하라고 명하다

인정전(仁政殿)이 불탔다. 유시(酉時)에 선정전(宣政殿) 서쪽 행각(行閣)에서 불이 일어나 인정전까지 연소된 것이니 궁성을 호위하라고 명하였다. 선원전(璿源殿)인정전(仁政殿)에 접근함으로 정원에서 불을 끄는 계엄(戒嚴)의 절차를 각신(閣臣)으로 하여금 편의(便宜)한 데 따라 거행하게 하고, 또 이봉(移奉)할 곳을 주합루(宙合樓)로 삼자는 뜻을 계품하였다. 내각 직제학 김근순(金近淳), 대교(待敎) 이교신(李敎信)이 명을 받들고 선원전에 나아가 3실의 어진(御眞)을 이봉하여 소여(小輿)에 봉안하고, 서향각(書香閣)에 이르러 청사(廳事)152) 에 임시로 봉안하였다. 임금이 창경궁(昌慶宮)경춘전(景春殿)에 이어(移御)하고 시임 대신·원임 대신·각신·승지 등을 소견하였는데 여러 신하들이 진위(陳慰)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선왕의 정전(正殿)이 이렇게 모두 불에 타 있으니, 황공하고도 두려운 마음을 견줄 데가 없다."

하였다. 대왕 대비가 하교하기를,

"내가 박덕(薄德)한 몸으로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있으면서 밤낮으로 지나치게 두려워하던 즈음에 이러한 비상한 재난이 있었으니,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금할 바가 없다. 비록 소각(小閣)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불행하다고 할 것인데, 더욱이 수백 년이 된 구전(舊殿)이겠는가?"

하자, 좌의정 서용보(徐龍輔), 우의정 김관주(金觀柱)가 두려워하며 수성(修省)하여 재난을 돌이켜 상서를 만드는 도리를 차례로 아뢰고, 이어서 아울러 물리쳐 주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나치다."

하였다. 승지 박윤수(朴崙壽)가 말하기를,

"궐내의 금화(禁火)는 병조에서 주관하는데, 이번에 불이 난 재난은 몹시 두려워할 만하였으니, 평소 검칙(檢飭)하지 못한 죄를 모면하기 어렵습니다."

하니, 하교하기를,

"이것은 해조(該曹)의 죄가 아니니 버려 두도록 하라."

하였다. 대왕 대비가 하교하기를,

"미망인이 불행하게도 수렴 청정(垂簾聽政)하며 밤낮으로 삼가고 두려워하였는데, 천만 뜻밖에 수백 년 동안 전해져 온 정전(政殿)이 한 시간 사이에 불타는 재난을 당하였으니, 하늘에 계신 열조(列祖)의 영령(英靈)들께서 내려다보시고 어떻다 하시겠는가? 몹시 놀라서 두렵기만 하다. 이는 내가 박덕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간언(諫言)의 책임을 맡은 신하는 모름지기 과실을 진달함으로써 나를 보필(輔弼)하도록 하라. 내일부터 감선(減膳)을 시작하겠다."

하고, 임금이 하교하기를,

"보잘것없는 소자(小子)가 외람되게 당구(堂構)의 책무를 이어받고 항상 두려워하며 부하(負荷)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같이 하였는데, 이제 화신(火神)이 경계를 고함이 천위(踐位)하고 행례(行禮)하는 곳에서 있었다. 이는 첫째도 나의 부덕(否德)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둘째도 나의 부덕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매우 두려운 나머지 이어서 송구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이렇게 비상한 재난을 당하여 어떻게 감히 소홀하게 여겨 스스로 용서할 수 있겠는가? 내일부터 감선(減膳)하며, 5일 동안 피전(避殿)하고 철악(撤樂)함으로써 폄책(貶責)하는 거조를 보이겠다. 무릇 논사(論思)하고 간쟁(諫爭)하는 자리에 있는 자들은 그 허물을 죄다 진달함으로써 나의 과매(寡昧)함을 돕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468면
  • 【분류】
    군사-금화(禁火) / 왕실-궁관(宮官)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사법(司法)

仁政殿災。 酉時火起於宣政殿西行閣, 延燒至仁政殿, 命宮城扈衛。 璿源殿接近仁政殿, 政院以救火戒嚴之節, 令閣臣從便擧行, 又以移奉處所, 以宙合樓爲之之意, 啓稟。 內閣直提學金近淳、待敎李敎信承命, 進詣璿源殿, 移奉三室御眞, 奉安于小輿, 至書香閣, 權奉于廳事。 上移御昌慶宮景春殿, 召見時、原任大臣、閣臣、承旨, 諸臣陳慰。 上曰: "先王正殿, 有此燒燼, 兢遑震剝, 無以爲喩矣。" 大王大妃敎曰: "予以薄德, 當此不敢當之地, 日夜悚懼以過之際, 乃有此非常之災, 驚懼愧恧, 若無所容。 雖在小閣, 猶云不幸, 況此屢百年舊殿乎?" 左議政徐龍輔、右議政金觀柱, 次第奏恐懼悠省回災爲祥之道, 仍竝請斥退。 上曰: "過矣。" 承旨朴崙壽言: "闕內禁火, 兵曹主管, 而今番回祿之災, 萬萬驚遑, 常時不能檢飭之罪, 在所難免。" 敎曰: "此非該曹之罪, 置之。" 大王大妃下敎曰: "未亡人, 不幸垂簾聽政, 日夜懍然悚懼, 而千萬意外, 傳之屢百年正殿, 一時間當回祿之災, 列祖陟降, 當如何降監? 愕然驚懼。 是予薄德所由, 不知所以措躬。 言責之臣, 須陳過失, 以補予。 自明日爲始減膳。" 上下敎曰: "藐予小子, 叨承堂構之責, 居常懍惕, 若不克負荷, 今玆回祿之告警, 在於踐位行禮之所。 一則由予否德, 二則由予否德, 驚心之餘, 繼以悚恧。 當此非常之災, 豈敢狃忽而自恕? 自明日減膳, 五日避殿撤樂, 以示貶責之擧。 凡在論思諫爭之地者, 其悉陳厥咎, 以補予寡昧。"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468면
  • 【분류】
    군사-금화(禁火) / 왕실-궁관(宮官)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