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전에 나아가 책비의 예를 행하고 교명문을 내리다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 책비(冊妃)의 예를 행하였다. 교명문(敎命文)은 다음과 같다.
"풍리(風驪)142) 에는 배체(配體)의 형상을 나타내면서 육오(六五)의 황상(黃裳)143) 을 꾸몄고. 관저(關雎)는 시작을 바르게 하는 기본이 되어 이로써 억만년의 창록(蒼籙)을 여는 것이다. 나는 생각건대 왕자(王者)가 통치를 함에 있어 더욱 군자(君子)의 조단(造端)144) 을 중요하게 여긴다. 건곤(乾坤)의 지위를 정하는 것이요 일월(日月)의 밝음을 합하는 것이니, 천도(天道)는 홀로 운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종조(宗祧)의 계통을 잇는 것이요 체상(締嘗)의 예를 받드는 것이니, 곤정(壼政)145) 이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극하도다! 만물이 의지하는 바요 진실로 온갖 복이 근본하는 바이다. 이에 현책(顯冊)을 드날려 삼가 떳떳한 전장(典章)을 따르노라. 아! 그대 김씨(金氏)는 명문에 태어난 아름다운 교훈을 익혔다. 문정공(文正公)146) ·문충공(文忠公)147) 과 충헌공(忠獻公)148) 의 대의(大義)와 탁절(卓節)은 대대로 그 빛을 발하였다. 마치 태임(太任)149) 과 태강(太姜)150) 이 강원(姜嫄)151) 의 남긴 경사와 전한 아름다움을 계승하듯이 하니 이는 하늘이 지어준 짝이로다. 시례(詩禮)를 배워 행하고 사견(絲繭)을 다스림에 아모(阿姆)의 번거로운 말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도서(圖書)와 사적(史籍)을 배워 본받고 형황(珩璜)152) 로 법도대로 익히니 일찍부터 숙녀의 칭송이 퍼졌다. 선령(先靈)의 묵묵히 도와주심을 입어 옛날에 국의(鞠衣)153) 의 꿈을 꾸는 상서로움이 있었으니, 태모(太母)의 아름다운 뜻을 받들어 좋은 때에 가회(嘉會)154) 의 길례(吉禮)를 치루었도다. 이에 길한 날을 가리어 예를 갖추고 책봉하여 왕비로 삼노니, 총명(寵命)을 공경히 행하여 경록(景籙)을 크게 받드노라. 생각건대 어린 사람이 널리 구제하기가 어려우니 의리하는 바는 내치(內治)의 도움일 뿐이다.
생각건대 영고(寧考)께서 간택하시기를 성대하게 하셨으니 이것이 어찌 다만 계서(繼序)의 생각에서만 그랬겠는가? 안팎이 서로 정돈되어 집안이 한번 바로잡히면 천하가 안정되리라.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게을리할 수 없으니 무왕(武王)의 십란(十亂)155) ·문모(文母)156) 에도 부인(婦人)이 끼어 있다. 온화한 안색과 온순한 용모로 공손히 전궁(殿宮)157) 을 즐겁게 해드리고, 음공(陰功)과 현화(玄化)로써 신민(臣民)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라. 아! 규예(嬀洩)158) 에 시집간 분이 협화(協華)159) 의 일에 도움을 주었고, 도산(塗山)160) 은 문교(文敎)를 펴도록 권면하였다. 깊은 연못에 임하듯 하고 엷은 얼음을 밟듯 하여 1인(一人)161) 의 경외하는 마음을 본받고, 자손이 창성하게 하여 백세토록 신령스럽고 장구한 복을 맞이하게 하라.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생각건대 마땅히 잘 알아야 할 것이다."
하였다. 【영부사 이병모(李秉模)가 지었다.】 옥책문(玉冊文)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량(周梁)162) 의 길일(吉日)을 이미 점쳐 가렸으니 육례(六禮)가 모두 잘 치루어졌다. 한궁(漢宮)의 보책(寶冊)이 처음 선포되니 온갖 복록이 성하게 이르리로다. 이 완염(琓琰)에 기재하여 나의 금종(琴鍾)을 조화하게 한다. 대저 듣건대 하늘과 땅이 사귀러 태평을 이룩함에 모든 일이 형통하고 해와 달이 번갈아 밝아 사서(四序)163) 가 순조롭다. 왕화(王化)는 반드시 내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 가인(家人)164) 이 치평(治平)의 기본이 되는 것이요, 나라의 전례(典禮)는 대혼(大婚)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니 관저(關雎)가 풍아(風雅)의 첫머리를 차지한 것이다. 아! 그대 김씨(金氏)는 착한 자질이 땅처럼 두텁고, 아름다운 규범은 천연적으로 이룩되었도다. 대를 이은 충정(忠貞)은 도산(塗山)과 유신(有莘)165) 같은 부덕(婦德)을 탄생시켰고, 대가(大家)의 시례(詩禮)는 일찍이 빈번(蘋蘩)166) 의 범절을 배웠도다. 비록 동관(彤管)167) 이 함장(含章)을 하였지만 좋은 소문이 일찍 드러났으며, 황상(黃裳)의 원길(元吉)을 배필로 맞이하니 경명(景命)이 오직 새롭도다. 아! 영고(寧考)의 간택하신 마음이여, 온화하신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하도다. 형패(珩珮)의 소리가 법도에 맞으니 옛날 기뻐하는 표정이 천안(天顔)에 만연하시던 것을 상기하게 되고, 점을 쳐 길상(吉祥)을 정하니 다행스럽게도 소자(小子)가 선지(先志)를 따르게 되었도다. 태모(太母)의 밝으신 분부를 삼가 받들어 중곤(中壼)의 성대한 예를 크게 베푸노라. 선조(先祖)들의 경사를 쌓은 복을 받아 아름다운 기운이 용잠(龍潛)168) 의 집에 모여든다. 대경(戴經)169) 의 예물을 갖추는 의리를 행하니 이 달에 잠적(蠶績)의 공을 고하도다.
이에 사신으로 의정부 좌의정 이시수(李時秀)와 한성부 판윤 이경일(李敬一)을 보내어 절(節)을 가지고 예를 갖추어 책명(冊命)하여 왕비를 삼노라, 주안(朱雁)과 현단복(玄端服)으로 맞이하는 예절을 빛나게 꾸미고, 옥간(玉簡)과 금전(金篆)으로 지존(至尊)을 짝하는 위호(位號)를 올려 주노라. 떳떳한 전장(典章)을 공경히 따르니 상복(象服)170) 이 이에 걸맞도다. 아! 효경(孝敬)은 바로 우리 가법(家法)이요, 근검(勤儉)은 옛 후비(后妃)와 같이 할지어다. 제풍171) 의 제1편은 곤계(壼戒)172) 를 잠이(蠶珥)에 빛냈고, 《여칙(女則)》 30권은 음교(陰敎)173) 를 굉연(紘綖)에 넓혔다. 온화하고 유순한 모습으로 전궁(殿宮)을 만년토록 즐겁게 해드리고, 진진(振振)174) 의 아름다운 칭송이 일어나 본손(本孫)과 지손(支孫)이 백세토록 복을 누리기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라. 임금의 정치를 잘 보좌하여 종사(宗社)의 경사가 영원히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생각건대 마땅히 잘 알아야 할 것이다."
하였다. 【내각 제학(內閣提學) 이만수(李晩秀)가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4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어문학(語文學)
- [註 142]풍리(風驪) : 《시경》 진풍(秦風) 소융장(小戎章)의 와리(騧驪)를 이름.
- [註 143]
황상(黃裳) : 《주역(周易)》 곤괘(坤卦)의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 육오(六五)의 효사에 "황상을 입으면 크게 길하다[黃裳元吉]."라고 하였는데, 황상은 왕후의 정복(正服)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왕후의 덕이 크고 바르다는 뜻으로 쓰였음.- [註 144]
조단(造端) : 사물의 발단. 《중용(中庸)》에 "군자의 도는 부부에게서 발단되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천지에 드러난다.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라고 하였음.- [註 145]
곤정(壼政) : 왕후(王后)의 내정(內政).- [註 146]
문정공(文正公) : 김상헌(金尙憲).- [註 147]
문충공(文忠公) : 김수항(金壽恒).- [註 148]
충헌공(忠獻公) : 김창집(金昌集).- [註 149]
태임(太任) : 문왕의 어머니.- [註 150]
태강(太姜) : 무왕의 비(妃).- [註 151]
강원(姜嫄) : 후직(后禝)의 어머니.- [註 152]
형황(珩璜) : 오덕(五德)이 겸비됨을 이름.- [註 153]
국의(鞠衣) : 왕후가 입는 옷.- [註 154]
가회(嘉會) : 아름다운 모임. 《주역(周易)》에 "군자가 인을 체득함이 족히 사람에게 군장(君長)이 될 수 있고, 모임을 아름답게함이 예에 합하게 할 수 있다. [君子體仁 足以長人 嘉會 足以合禮]"라고 하였음.- [註 155]
십란(十亂) : 주(周)나라 무왕(武王) 때 나라를 잘 다스린 신하 10인, 곧 주공 단(周公旦)·소공 석(召公奭)·태공 망(太公望)·필공(畢公)·영공(榮公)·굉요(閎夭)·남궁괄(南宮适).- [註 156]
문모(文母) : 太任임.- [註 157]
전궁(殿宮) : 모후(母后).- [註 158]
규예(嬀洩) : 규수(嬀水) 북쪽이라는 말로 옛날 순임금이 살던 곳. 요임금이 그의 두 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그곳에 있는 순임금에게 시집보낸 데서 나온 말로, 《서경》 우서(虞書) 요전(堯典)에 나옴.- [註 159]
협화(協華) : 순(舜)의 덕이 요(堯)의 덕화(德華)와 합함.- [註 160]
도산(塗山) : 우(禹)임금의 아내를 가리킨 말로서, 우임금이 도산(塗山)으로 장가를 갔으므로, 이렇게 일컬어진 것임.- [註 161]
1인(一人) : 왕의 별칭.- [註 162]
주량(周梁) : 친영(親迎)을 말함.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태사(太姒)를 맞을 때에 배를 황하(黃河)에 연결시켜 교량을 만들어 건넜던 고사에서 나온 말.- [註 163]
사서(四序) : 봄·여름·가을·겨울.- [註 164]
가인(家人) : 《주역(周易)》의 가인괘(家人卦), 십익(十翼)의 단사(彖辭)에 "가인괘에는 엄군(嚴君)이 있는 것은 부묘를 이름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우며,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가 아내다우면 가도(家道)가 바르게 된다. 집안을 바르게 하면 천하가 안정된다."라고 하였음.- [註 165]
유신(有莘) : 상(商)나라 탕왕(湯王)의 비(妃).- [註 166]
빈번(蘋蘩) : 《시경(詩經)》 국풍(國風) 소남(召南)에 있는 채빈(采頻)과 채번(采繁)의 두 시를 말함. 전자는 대부(大夫)의 아내가 제사일을 받드는 것을 노래한 것이고, 후자는 제후(諸侯)인 남편을 받들어 제사일을 돕는 것을 노래한 것으로 모두 부인의 훌륭한 행실을 읊은 것임.- [註 167]
동관(彤管) : 옛적에 여사(女史)가 쓰던 붓.- [註 168]
용잠(龍潛) : 왕의 거처.- [註 169]
대경(戴經) : 《예기(禮記)》를 말함. 대씨(戴氏)형제가 주석을 냈음.- [註 170]
상복(象服) : 법복(法服)을 말함.- [註 171]
제풍 : 《시경》 국풍(國風) 제풍(齊風)의 계명시(鷄鳴詩)를 말하는 것으로 이 시는 어진 비(妃)가 남편인 임금으로 하여금 정사(政事)를 올바로 돌보도록 재촉하는 내용을 읊었음.- [註 172]
○辛亥/御仁政殿, 行冊妃禮。 敎命文:
若曰。 風驪著配體之象, 賁六五之黃裳, 《關雎》爲正始之基, 啓萬億之蒼籙。 予惟王者之御極, 尤重君子之造端。 定乾坤之位, 合日月之明, 天道未能獨運。 承宗祧之統, 奉禘嘗之禮, 壼政於是相成。 至哉! 萬品所資, 允矣百福攸本。 玆揚顯冊, 式遵彝章。 咨爾金氏, 篤生名門, 俶嫺懿訓。 惟文正、文忠曁忠獻之大義卓節, 世毓其光。 若太任、太姜纉姜嫄之流慶綿徽, 天作之合。 服《詩》、《禮》而治, 絲繭不煩阿姆之言, 儀圖、史而範珩璜, 早播淑女之頌。 荷先靈之默佑, 昔日發鞫夢之祥, 奉太母之徽猷, 令辰叶嘉會之吉。 玆涓吉備禮, 冊封爲王妃, 寵命祗服, 景籙誕膺。 念沖人弘濟之艱, 所賴佐治于內。 想寧考揀選之盛, 可但繼序之思? 表裏交修, 家一正而天下定矣。 夙夜匪懈, 臣十亂而婦人有焉。 愉色婉容, 恭承殿宮之樂, 陰功玄化, 用答臣民之情。 於戲! 嬀汭贊協華之謨, 塗山勖敷文之敎。 如臨如履, 體一人敬畏之心, 俾熾俾昌, 迓百世靈長之祉。 故玆敎示, 相宜知悉。 【領府事李秉模製。】
玉冊文:
若曰(周)〔舟〕 梁之吉日已卜, 六禮咸宜。 漢宮之寶冊初宣, 百祿鼎至。 載是琬琰, 諧我琴鐘。 蓋聞天地交泰而萬品亨, 日月麗明而四序順。 王化必資內助, 家人爲治平之基, 邦典最重大婚, 《關雎》居風雅之首。 咨! 爾金氏淑質坤厚, 懿範天成。 奕世忠貞, 篤生塗、莘之德, 大家詩、禮, 早襲《蘋》、《蘩》之儀。 雖彤管之含章, 令聞夙著, 媲黃裳之元吉, 景命維新。 猗歟! 寧考之簡心, 怳若溫音之在耳。 珩珮合度, 想昔日喜動天顔, 龜筮定祥, 幸小子遹追先志。 太母之明命祗承, 中壼之縟禮誕陳。 承先祖積慶之庥, 佳氣集龍潛之邸。 用《戴經》備物之義, 是月告蠶績之功。 玆遣使臣議政府左議政李時秀、漢城府判尹李敬一, 持節備禮冊, 命爲王妃。 朱雁、玄端, 賁儀文於迎相, 玉簡、金篆, 晉位號於配尊。 彝章式遵, 象服是稱。 於戲! 孝敬卽我家法, 勤儉如古后妃。 齊風第一篇, 炯壼戒於簪珥, 《女則》三十卷, 廣陰敎於紘綖。 愉愉婉容, 奉殿宮萬年之樂, 振振嘉頌, 佇本支百世之休。 克贊宸極之治, 永綿宗社之慶。 故玆敎示, 想宜知悉。 【內閣提學李晩秀製。】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4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어문학(語文學)
- [註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