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부사 서명선의 일에 대한 하교
대왕 대비가 하교하기를,
"오늘이 무슨 날인가? 아! 오늘날 의리가 허물어지고 어둡게 되지 않은 것은 의리를 밝힌 한 부분이 있는 데 힘입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공(功)을 세운 제일인(第一人)은 곧 고(故) 영부사(領府事) 서명선(徐命善)뿐일 것이다. 이번의 의리를 드러내어 밝히고 흉당(凶黨)을 주토하는 날을 당하여 이 사람의 이름을 백간(白簡)405) 에 올려서 열거하는 것은 어찌 이러한 사리(事理)가 있는가? 내가 전후의 연석(筵席)에서 누차 널리 알렸으나, 대각(臺閣)에 있는 자는 듣고도 못 들은 체하고 한결같이 다투어 고집하는데, 지금 이날을 당하여 내가 어찌 한갓 민묵(泯默)하고만 있겠는가? 대저 이 사람의 죄명(罪名)을 비록 언자(言者)가 말한 것으로써 말하더라도 제호탕(醍醐湯)의 한 가지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전후의 제조(提調)들도 혼자 담당하지 못하였는데, 허다한 사람 중에서 유독 이 사람에게만 그만두지 않는 것은 이 어찌된 까닭인가? 죽은 자도 알고 있다면 어찌 지하(地下)에서 원통해 하지 않겠는가? 장공 속죄(將功贖罪)하는 것은 옛사람도 있었다 하니, 이 사람이 설령 이보다 더 큰 죄가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죄를 관대히 용서하고 그 공을 기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며, 십세(十世)토록 죄를 용서해 주어 그가 수립(樹立)한 의리를 먼 후세에까지 민멸(泯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렇게 하지는 않고서 그가 세운 공을 가리어 덮고 그의 작은 허물을 들추어내어 반드시 불측(不測)한 처지에 두려고 하는 것이 과연 인심(人心)에 합당하고 의리에 어그러지지 않겠는가? 내가 근일의 대각에 대하여 깊이 우려하고 개탄하는 바가 있는 것은 무릇 사람을 논함에 있어 죄의 경중(輕重)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오직 의율(擬律)에 극심하고 준엄하게 하는 것만을 힘써 스스로 공의(公議)라고 하면서 한 세상을 위협하여 제어하려고하는 것이다. 비록 공심(公心)이 있는 사람이라도 감히 그 사이에 이의(異議)를 세우지 못하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앙화(殃禍)가 옮겨지게 될 것을 두려워함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 의리(義理)를 밝힌다는 것이 도리어 의리를 무너뜨리어 어지럽게 하는 데로 돌아가게 되는데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그 세도(世道)의 걱정됨은 말 못할 것이 있다. 오늘 이 하교는 다만 고 상신(相臣) 한 사람을 위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10행의 통유(洞諭)는 진실로 명절(名節)을 숭상하고 세신(世臣)을 보전하는 뜻에서 나온 것이니, 이런 뜻을 대신은 여러 대간(臺諫)에게 상세히 포유(布諭)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416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註 405]백간(白簡) : 대간(臺諫)의 탄핵.
○大王大妃敎曰: "今日是何日? 嗚呼! 今日義理之不至斁晦者, 賴有明義一部。 而其中樹立第一人, 卽故領府事徐命善是已。 當此闡明義理, 誅討凶黨之日, 此人之名, 騰列白簡者, 豈有如許事理? 予於前後筵席, 屢次敷告, 而居臺閣者, 聽若不聞, 一向爭執, 今逢此日, 予豈徒泯默而已? 大抵此人之罪名, 雖以言者之言言之, 不過醍醐湯一事, 旣有前後提調, 非可以獨當, 則許多人中, 獨於此人不已者, 此何故也? 死者有知, 寧不痛冤於地下乎? 將功贖罪, 古人有云, 此人設有大於此之罪, 猶當寬其罪, 而錄其功, 十世宥之, 使其所樹立之義理, 不爲泯沒於來後可也。 今乃不然, 掩覆其樹立, 吹覓其微疪, 必欲置之於不測之地者, 其果允合於人心, 不悖於義理乎? 予於近日臺閣, 深有所憂慨者, 凡於論人, 不量罪之輕重, 惟以擬律之深峻爲務, 自以爲公議, 欲以脅制一世。 雖有公心之人, 不敢立異於其間, 此無他, 懼其移禍於其身, 誠亦寒心。 其所以明義理者, 反爲壞亂義理之歸, 而不自覺悟, 其爲世道之憂, 有不可言矣。 今日此敎, 非但爲故相一人而發也。 洞諭十行, 亶出於崇名節保世臣之意, 此意大臣詳細布諭于諸臺也。"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416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