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죄인을 추국하여 작처하다
추국하여 사학 죄인(邪學罪人)을 작처(酌處)하였다. 죄인 황심(黃沁)은 충청도 덕산현(德山縣)에서 출생하였는데, 본래 비루하고 미천하며 간사한 무리로 경향(京鄕)에 나타났다 숨었다 하면서 사술(邪術)에 푹 빠져 사당(邪黨)을 위하여 분주하게 힘을 다하였고, 이역(異域)에 몰래 들어가서는 서양인(西洋人)한테서 세례(洗禮)와 명호(名號)를 받았는데, 김유산(金有山)·옥천희(玉千禧)와 더불어 주문모(周文謨)를 위하여 소개하는 서찰(書札)을 전하였으므로, 무릇 사당들의 주무하고 배포(排布)하는 데에 관여하여 듣지 않은 것이 없었다. 더욱이 황사영(黃嗣永)과는 생사(生死)를 같이할 당우(黨友)가 되는 관계를 맺었는데, 사옥(邪獄)을 서치(鋤治)할 무렵에 미쳐서는 스스로 죄악을 벗어나 면하기 어려울 줄 알고서 춘천(春川) 땅에 숨었다가 황사영이 제천(堤川)으로 망명(亡命)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꼬불꼬불한 길로 뒤쫓아 찾아가 베개[枕]를 나란히 베고 유숙하면서 황사영의 천지(天地)와 같이 끝닿는 데가 없고 고금(古今)을 통하여 살펴보아도 없었던 바의 흉서(凶書)를 직접 보고는 여러 차례 충분히 모의하고 틀림없이 만나기를 약속하며, 장차 옥천희와 연연하여 양인(洋人)에게 서찰을 전해서 큰 선박(船舶)을 오도록 청하려 하였으므로, 종국(宗國)을 위태롭게 하기를 모의한 흉역(凶逆)의 마음속이 여지없이 탄로되었으니, 모역(謀逆)에 동참한 죄로 결안(結案)하여 정법(正法)하였다. 죄인 김한빈(金漢彬)은 충청도 보령현(保寧縣)에서 출생하였는데, 본래 정약종(丁若鍾)의 낭속으로 사술에 빠져 물들었는데, 황사영이 망명할 때에 감히 앞장서서 함께 도망하여 길잡이가 되었고 토굴(土窟)에 함께 숨어 있으면서 여덟 달에 이르렀으며 황사영의 흉악한 종적과 음모에 관여하여 듣지 않은 것이 없었다. 경성(京城)에 몰래 들어와 옥정(獄情)을 탐문하고는 돌아가 황사영에게 전하였고, 포교(捕校)에게 붙잡히게 되어서는 중로(中路)에서 도피하여 미련하게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역적을 옹호하는 데에만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으니, 실정을 알고도 숨겨 두었다는 죄로 결안(結案)하여 정법(正法)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10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思想)
○推鞫酌處邪學罪人。 罪人黃沁生於忠淸道 德山縣, 本以鄙微奸細之類, 出沒京鄕, 沈溺邪術, 爲邪黨奔走効力, 潛入異域, 受洗受名於西洋人, 而與金有山、玉千禧, 爲周文謨傳書紹介, 凡邪黨之綢繆排布, 無不與聞。 尤與嗣永結爲血黨死友, 及夫邪獄鋤治之際, 自知罪惡之難逭, 逃匿於春川地, 聞嗣永之亡命堤川, 委往追尋, 聯枕留宿, 而目見嗣永窮天地亘古今所無之凶書, 爛漫謀議, 丁寧約會, 將欲夤緣千禧, 傳書洋人, 以爲請來大舶, 謀危宗國, 凶肚逆腸, 綻露無餘, 以謀逆同參, 結案正法。 罪人金漢彬生於忠淸道 保寧縣, 本以丁若鍾之廊屬, 沈染邪術, 而嗣永亡命之時, 乃敢挺身俱逃, 作爲鄕導, 同匿土窟, 至於八朔, 嗣永之凶蹤陰謀, 無不與聞。 潛入京城, 探問獄情, 歸傳嗣永, 被捉於捕校, 中路逃躱, 頑不畏法, 甘心護賊, 以知情隱藏, 結案正法。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10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思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