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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2권, 순조 1년 2월 18일 갑자 3번째기사 1801년 청 가경(嘉慶) 6년

사학 죄인 정약종 등을 지사 권엄 등 63인이 연명 상소하여 탄핵하다

지사 권엄(權𧟓) 등 63인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지금 이른바 서양학(西洋學)이라는 것이 과연 어찌 요사한 마귀(魔鬼)의 술수를 허락하겠습니까마는 천륜을 멸절시키고 인류를 함닉시켜 사람들을 모두 금수(禽獸)와 이적(夷狄)의 지경으로 급속하게 몰아넣고 있습니다. 부모를 제사지내지 않고 신주(神主)도 받들지 않으니 이것이 과연 천지에 용납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아! 이러한 술수에 빠져 들었다고 세상에서 지목받고 있는 자가 불행하게도 신 등의 지구(知舊) 사이에서 많이 나왔으니, 지금 죄수 가운데 이가환(李家煥)·이승훈(李承薰)정약용(丁若鏞)의 형제가 바로 이들입니다. 이는 신 등이 몹시 증오하며 지극히 분개하여 더욱 손수 도륙(刀戮)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 저 역적 정약종(丁若鍾)은 한낱 간사한 요괴로서 천륜을 끊고 자취를 감추어 따로 살면서 밝은 세상을 등지고 그늘진 어두운 소굴에 들어갔으니, 처음부터 이 세상에 군신과 부자의 윤리가 있음을 몰랐습니다. 따라서 그 마음씀은 사학을 신봉하는 것이 부모를 섬기는 것보다 심하고, 사학을 지키는 것이 고절(苦節)을 지키는 것보다 심하였습니다. 행적이 음비(陰祕)하여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암지(暗地)에서 작법(作法)하는 것이 어떤 모양의 사물(事物)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강퍅한 성품이 감화되기 어려워졌으며, 효음(梟音)이 더욱 방자해져서 이번에 극도로 흉악하고 몹시 패려하며 부도한 말들이 문서에서 적발되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진실로 전고(前古)에 없었던 변괴이었습니다. 아! 정약종의 형이 되고 아우가 되는 정약전정약용이 감히 말하기를, ‘알지 못한다.’ 하고, 또한 감히 말하기를, ‘나는 사학을 하지 않았다.’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더욱이 정약용은, ‘요설(妖說)에 차츰 빠져들어 거의 어진 성품을 잃게 되었다.’는 말로써 이미 자백하였고, 군부(君父)의 앞에서, ‘사학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는데. 먹 자국이 변하기도 전에 또 이러한 변괴가 동기(同氣)에게서 나왔으니, 이것이 곧 저들의 단안(斷案)인 것입니다. 이가환에 이르러서는 세상에 드문 은혜를 치우치게 입어 지위가 상대부(上大夫)에까지 올랐으니, 더욱 자별하게 보효(報效)하기를 도모했어야 마땅할 것인데, 사서(邪書)를 탐음(貪淫)하여 점점 깊이 고질(痼疾)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서를 보았다는 말은 그도 사실대로 자백하였으니, 처음 요서(妖書)를 본 초기에 진실로 엄중하게 분변(分辨)하여 통렬하게 배척하고 이를 단절하여 멀리하였더라면, 그 해독을 끼침이 어찌 이와 같이 널리 퍼졌겠습니까? 그러나 통렬하게 단절한 자취가 없었고, 전후에 물들었던 무리가 또 그와 친밀하여 연결된 사이였으니, 소굴의 지목을 그가 어떻게 면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이승훈은 스스로 연경(燕京)에 들어가서 사서(邪書)를 구득해 왔으니, 이것이 탐닉하여 즐긴 것이 아니고 무엇이며, 또한 숭상하여 믿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여항(閭巷)의 사이에 매우 번다하게 전습(傳習)하여 더욱 심하게 물들었으니 전후에 속임에 미혹된 사람이 무릇 몇 명이나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서 때문에 스스로 사학에 빠져들고 다시 다른 사람까지 빠져들게 하였으니 오늘날 화란(禍亂)의 근본을 논한다면, 첫째도 이승훈이고 둘째도 이승훈입니다. 수악(首惡)의 율(律)을 그가 어떻게 감히 사피(辭避)할 수 있겠습니까? 아! 무리가 지금까지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성세(聖世)의 살리기를 좋아하는 은혜가 아님이 없었으니, 저 무리가 상소하여 아뢰면서 자수하였고, 문자(文字)로서 스스로 변명하여 그 질언(質言)한 바가 그럴 듯한 말로 남을 속일 수 있으므로 신 등도 진정(眞情)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 혹시라도 거의 스스로 새로워질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 살펴보건대, 마음과 뼛속까지 써늘합니다. 처음에는 천총(天聰)을 속였고, 마침내는 순종하지 않았으니 정절이 탄로나고 문적(文跡)이 적발되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목도한 것이 낭자하여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그 죄가 만 번 죽인다 하더라도 그 죄를 대속(代贖)하고 신 등의 공분(公憤)을 풀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권철신(權哲身)은 곧 사적(邪賊) 권일신(權日身)의 형입니다. 만약 그에게 조금이나마 이성(彝性)이 있었다면, 권일신이 죽은 후 마땅히 슬피 울며 자신을 몹시 책망하고, 한결같이 옛날 사학에 물들었던 간사한 마음을 고쳤어야 할 것인데, 거듭 완악하여 개전(改悛)할 줄을 모르고 강퍅하여 법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아들에게 사학을 가르치며 요설(妖說)로 세상 사람들을 현혹하였습니다. 전에 이미 포청에 붙잡혔었고 후에 다시 군옥(郡獄)에 체수(滯囚)되었으니 흉악하고 모질어서 하여 끝내 뉘우칠 줄 모르고 죄를 범한 정상은 또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홍교만(洪敎萬)이라는 자는 본래 권철신의 지친(至親)으로서 겸하여 정약종의 친사돈이 되는데, 권철신을 스승으로 섬기고 정약종을 감싸주며 본받다가, 마침내 근본을 캐서 다스리는 날을 당하여 마침내 저절로 드러났으니, 두 역적과 한 꿰미에 꿴 듯한 자입니다. 홍낙민(洪樂敏)은 다른 사람들의 지목을 받아 온 지 오래 되었는데, 지난번에 스스로 밝혔다는 것은 몇 줄의 문자(文字)에서 허둥지둥 책임만 면하려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체포당한 데 대해 살펴보건대, 도깨비 같은 자가 우정(禹鼎)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천하의 악덕(惡德) 가운데 불충·불효보다 큰 것은 없는데, 지금 이 사학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부인하고 임금과 신하도 부인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반성하여 깨달은 자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귀천(貴賤)이나 부유(婦孺)를 가리지 않고 서로 뒤좇아 빠져들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는 상리(常理)로써 헤아릴 수가 없으니, 마침내 간사한 빌미에서 싹터서 악역(惡逆)에 빠져들어간 것입니다. 지금 대신과 삼사에서 하고 있는 말은 곧 온 나라 사람들과 똑같은 것이니, 이에 신 등은 놀랍고도 통분하여 한 하늘 아래에서 저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빨리 밝은 명을 내리셔서 부도한 죄인 정 약종에게 대역(大逆)의 율을 시행하시고, 그 나머지 여러 흉적들도 흔쾌하게 방형(邦刑)을 바루어 민이(民彛)가 밝아지고 천토(天討)가 시행되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경들이 연명 소장(聯名疏章)을 올려 사학 죄인을 징토하자는 뜻은 오히려 늦었다고 할 것이다. 더욱 명찰을 가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66면
  • 【분류】
    정론(政論) / 사상-서학(西學) / 사법(司法)

○知事權𧟓等六十三人疏。 略曰:

今之所謂, 西洋之學, 此果何許邪妖鬼魔之術? 而斁滅天彝, 陷溺人類, 駸駸然擧入於禽獸夷狄之域。 父母而不祭不主者, 是果覆載之可容者乎? 噫! 崇習此術, 爲世所指者, 不幸多出於臣等知舊之間, 如目下罪囚中李家煥李承薰丁若鏞兄弟輩是已。 此臣等所以絶惡至憤, 尤欲手刃者也。 噫! 彼逆, 乃一妖精邪怪也, 絶其天屬, 匿影別處, 背陽明之界, 入幽陰之窟, 初不識世間有君臣、父子之倫。 其所設心, 奉邪學甚於父母, 守邪學作爲苦節。 行跡陰秘, 厭與人接, 故人不知其暗地作法, 是何樣物事。 而畢竟狼性難化, 梟音益肆, 乃有今番窮凶極惡、絶悖不道之言, 至發於文書, 此誠前古所無之變怪也。 噫! 以若鍾爲兄爲弟則若銓若鏞, 其敢曰 ‘不知,’ 而亦敢曰 ‘吾則不爲乎’? 況若鏞, 浸淫妖說, 幾失良性之語, 渠旣自服, 矢辭於君父之前, 而墨痕未渝, 又有此等變怪出於同氣, 此卽渠斷案也。 至若家煥, 則偏蒙不世之恩, 位至上大夫, 其所圖報, 尤宜自別, 而貪淫邪書, 輾轉沈痼。 看書之說, 渠亦首實, 誠能嚴卞痛斥於始看妖書之初, 絶而遠之, 則流毒之害, 豈若是滋蔓乎? 痛絶無其跡, 而前後薰染之輩, 又是渠親密, 連結之間, 窩窟之目, 渠安得免乎? 況承薰, 身自入, 購得邪書, 此非耽嗜而何? 亦非崇信而何? 以至於閭巷之間, 傳習滋繁, 濡染益甚, 前後誑惑, 凡幾人哉? 以書之故, 自陷而陷人, 若論今日之亂本, 一則承薰, 二則承薰。 首惡之律, 渠安敢辭乎? 噫! 此輩之至今得保首領, 莫非聖世好生之恩, 則渠輩之疏啓而自首, 文字而自明者, 其所質言, 可欺以其方, 故臣等亦認以爲出於眞情, 而或庶幾其自新矣, 到今見之, 心骨澟然。 始則欺天, 終乃不率情節之綻露, 文跡之現捉, 十目所覩狼藉莫掩者。 此其罪雖萬戮, 不足以當其罪, 而洩臣等共公之憤也。 權哲身, 卽邪賊日身之兄也。 渠若有一分彝性, 日身斃後, 所當痛泣刻責, 一變舊染, 而乃復頑不知改, 暋不畏法, 敎授其子, 皷簧妖說。 前旣現捉於捕廳, 後復滯囚於郡獄, 其凶獰怙終, 亦可謂人類耶? 如洪敎萬者, 本以哲身之至親, 兼爲若鍾之親査, 師事哲身, 護法若鍾, 終自現露於鋤治之日, 與二賊一串貫來者也。 洪樂敏, 被人指點, 亦惟久矣, 向來自明云者, 不過數行文字, 草草塞責。 而觀於今番被逮, 可見魑魅之莫逃於鼎矣。 嗚呼! 天下之惡, 莫大於不忠、不孝, 而今此邪學, 不父不母, 不君不臣, 粗具省覺者之所不爲。 而今乃無貴賤, 無婦孺, 靡然胥溺, 乃至於此, 此非常理之所可測度, 畢竟根於邪祟, 入于惡逆。 目今大臣三司之言, 卽國人之所同然, 而臣等之驚痛憤惋, 尤不欲共戴一天與之共生者也。 伏乞亟降明命, 不道罪人若鍾, 施以大逆之律, 其餘諸凶, 快正邦刑, 俾民彝明, 而天討行焉。

批曰: "卿等聯陳討邪之義, 尙云晩矣, 益加明目, 可也。"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66면
  • 【분류】
    정론(政論) / 사상-서학(西學)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