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에서 이가환·이승훈·정약용을 탄핵하다
헌부에서 아뢰기를,
"아! 통분스럽습니다. 이가환(李家煥)·이승훈(李承薰)·정약용(丁若鏞)의 죄를 이루 다 주벌(誅罰)할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사학(邪學)이란 것은 반드시 국가를 흉화(凶禍)의 지경에 이르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재물과 여색(女色)으로 속여서 유혹하여 그 도당을 불러 모으고는 밥 먹듯이 형헌(刑憲)을 범하여 도거(刀鉅)를 보고도 즐거운 일로 여기고 있는데, 그 형세의 위급함이 치열하게 타오르는 불길 같아서 경향(京鄕)에 가득하니, 황건적(黃巾賊)080) ·녹림당(綠林黨)081) 의 근심이 순간에 박두해 있습니다. 이는 오로지 이 무리가 소굴(巢窟)이 된 까닭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이가환은 흉악한 무리의 여얼(餘孼)로서, 화심(禍心)을 포장하여 원망을 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유혹하고는 스스로 교주(敎主)가 되었습니다. 이승훈은 구입(購入)해 온 요서(妖書)를 그 아비에게 전하고, 그 법을 수호하기를 달갑게 여겨 가계(家計)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정약용은 본래 두 추악한 무리와 마음을 서로 연결하여 한패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종적이 이미 드러나자, 진소(陳疏)하여 사실을 자백한 다음 온갖 말로 실언(失言)하였는데, 아무도 몰래 요악한 짓을 꾀함이 도리어 전보다 심하여 천청(天聽)을 속였으니 사리에 어둡고 완악하여 두려워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법부(法府)에 붙잡힌 자들에 이르러서는 저들의 형제·숙질(叔姪) 사이에 왕복했던 서찰이 낭자하게 드러났으므로, 그 요사하고 흉악한 정절(情節)은 많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가 어려웠으니, 대개 이들 세 흉인은 모두 사학의 근저(根柢)가 되었습니다. 청컨대 전 판서 이가환, 전 현감 이승훈, 전 승지 정약용을 빨리 왕부(王府)로 하여금 엄중하게 추국해서 실정을 알아내게 한 다음 흔쾌하게 방형(邦刑)을 바로잡으소서. 지금 사학을 금지하는 정사(政事)는 자성(慈聖)께서 내리신 칙교(飭敎)가 간곡하고 엄중하시니, 마땅히 더욱 자별하게 봉행해야 할 것인데, 포청(捕廳)에서 추핵(推覈)함에 있어 오로지 완게(玩愒)만 일삼고 있습니다. 청컨대, 전후로 느슨하게 다스린 해당 포장은 드러나는 대로 고발을 받아들여서 아울러 견삭(譴削)의 법을 베푸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이가환의 일은 자교(慈敎)로 처분하신 것이 있다. 포장의 일은 아뢴 대로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64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서학(西學)
○憲府啓: "噫嘻! 痛矣。 李家煥、李承薰、丁若鏞之罪, 可勝誅哉? 所謂邪學, 必至於凶國禍家而後已。 貨色以誑誘, 嘯聚其徒黨, 犯刑憲如飮食, 視刀鋸爲樂地, 急如熾火, 彌滿京鄕, 黃巾、綠林之憂, 迫在呼吸。 此專由於此輩爲之窩窟故也。 家煥, 則以凶醜餘孽, 包藏禍心, 引誘群憾, 自作敎主。 承薰, 則傳其父所購之妖書, 甘心護法, 作爲家計。 若鏞, 則本與兩醜, 腸肚相連, 打成一片。 及其蹤跡旣露, 則陳疏首實, 極口失言, 暗地逞妖, 反甚於前, 欺罔天聽, 冥頑無畏。 至於今番法府之所捉, 渠之兄弟、叔侄, 往復書札, 狼藉現發, 其妖凶情節, 萬目難掩, 蓋此三凶, 俱爲邪學之根柢。 請前判書李家煥、前縣監李承薰、前承旨丁若鏞, 亟令王府, 嚴鞫得情, 快正邦刑。 目今禁邪之政, 慈聖飭敎, 諄複嚴重, 其所奉行, 尤當自別, 而捕廳推覈, 專事玩愒。 請前後緩治之當該捕將, 捧現告, 幷施譴削之典。" 批曰: "李家煥事, 慈敎有處分矣。 捕將事, 依啓。"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64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서학(西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