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순조실록 2권, 순조 1년 1월 10일 정해 1번째기사 1801년 청 가경(嘉慶) 6년

사학(邪學) 엄금에 관해 대왕 대비가 하교하다

대왕 대비가 하교하기를,

"선왕(先王)께서는 매번 정학(正學)이 밝아지면 사학(邪學)은 저절로 종식될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듣건대, 이른바 사학이 옛날과 다름이 없어서 서울에서부터 기호(畿湖)에 이르기까지 날로 더욱 치성(熾盛)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나라가 나라 꼴이 되는 것은 교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른바 사학은 어버이도 없고 임금도 없어서 인륜을 무너뜨리고 교화에 배치되어 저절로 이적(夷狄)과 금수(禽獸)의 지경에 돌아가고 있는데, 저 어리석은 백성들이 점점 물들고 어그러져서 마치 어린 아기가 우물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으니, 이 어찌 측은하게 여겨 상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사와 수령은 자세히 효유하여 사학을 하는 자들로 하여금 번연히 깨우쳐 마음을 돌이켜 개혁하게 하고, 사학을 하지 않는 자들로 하여금 두려워하며 징계하여 우리 선왕께서 위육(位育)하시는 풍성한 공렬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와 같이 엄금한 후에도 개전하지 않는 무리가 있으면, 마땅히 역률(逆律)로 종사(從事)할 것이다. 수령은 각기 그 지경 안에서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011) 을 닦아 밝히고, 그 통내(統內)에서 만일 사학을 하는 무리가 있으면 통수(統首)가 관가에 고하여 징계하여 다스리되, 마땅히 의벌(劓罰)을 시행하여 진멸함으로써 유종(遺種)이 없도록 하라. 그리고 이 하교를 가지고 묘당(廟堂)에서는 거듭 밝혀서 경외(京外)에 지위(知委)012) 하도록 하라."

하였다. 이보다 앞서 서양국(西洋國)에서는 이른바 야소(耶蘇)의 천주학(天主學)이 있었는데, 대개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의 이야기로 현혹시켜, 부모를 존경하지 않고 윤리(倫理)를 업신여기며 강상(綱常)을 어지럽혔으니, 이교(異敎) 가운데 가장 윤기(倫紀)가 없는 것이었다. 그 책이 중국에서 우리 나라에 유전(流傳)되었는데, 더러 빠져들어 어그러지는 자가 있었으므로, 정조조에서 법으로 엄금하였었다. 그러나 아직도 법망에서 빠져 나간 여얼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강습하여 점차 서로 오염시켜서 포청(捕廳)에 붙잡히는 자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하교가 있었던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54면
  • 【분류】
    사상-서학(西學)

  • [註 011]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 민호(民戶) 다섯 집을 한 통(統)으로 편성하는 호적법, 《경국대전(經國大典)》 호적조(戶籍條)에, "서울 과 지방에 5호를 1통으로 하고, 통에 통주(統主)를 둔다."라고 하였음.
  • [註 012]
    지위(知委) : 명을 내려 알려줌.

○丁亥/大王大妃敎曰: "先王每謂, 正學明, 則邪學自熄。 今聞所謂邪學依舊, 自京至于畿湖, 而日益熾盛云。 人之爲人, 以有人倫, 國之爲國, 以有敎化。 今之所謂邪學, 無父無君, 毁壞人倫, 背馳敎化, 自歸於夷狄禽獸, 彼蚩蚩之氓, 漸染詿誤, 若赤子之入井, 此豈不惻然而傷心乎? 監司、守令, 仔細曉諭, 使爲邪學者, 飜然改革, 不爲邪學者, 惕然懲戒, 無負我先王位育之豐功盛烈。 而如是嚴禁之後, 猶有不悛之類, 當以逆律從事。 守令各於其境內, 修明五家統之法, 其統內如有邪學之類, 則統首告官懲治, 當劓殄滅之, 俾無遺種。 以此下敎, 自廟堂申明知委於京外。" 先是, 西洋國, 有所謂耶蘇天主之學, 蓋惑於堂獄之說, 不尊父母, 蔑理亂常, 異敎之最無倫者也。 其書自中國, 流傳於我東, 而或有浸溺詿誤者, 自正宗朝, 嚴法禁之矣。 尙有漏網餘孽, 嘯聚講習, 轉相染汙, 多有見捉於捕廳者, 故有是敎。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4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354면
  • 【분류】
    사상-서학(西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