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헌에 거둥하여 좌부승지 김조순 등을 접견하다 병세가 위중해지다
상이 영춘헌(迎春軒)에 거둥하여 좌부승지 김조순(金祖淳), 원임 직제학(直提學) 서정수(徐鼎修), 검교 직제학(檢校直提學) 서용보(徐龍輔)·이만수(李晩秀)를 불러 접견하였다. 이때 상의 병세가 이미 위독한 상황에 이르러 만수가 홍욱호(洪旭浩)와 강최현(姜最顯)을 불러 진맥하게 할 것을 청하였다. 이어 약원을 입시할 것을 명하여 약원의 세 제조 및 각신(閣臣) 정대용(鄭大容)·김면주(金勉柱)·심상규(沈象奎)·김근순(金近淳), 의관 강명길(康命吉) 등과 지방 의관 전 현감 홍욱호(洪旭浩)·첨정(僉正) 강최현(姜最顯) 등이 앞으로 나가 엎드렸다. 상이 무슨 분부가 있는 것 같아 자세히 들어보니 ‘수정전(壽靜殿)’ 세 자였는데 수정전은 왕대비(王大妃)가 거처하는 곳이다. 마침내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므로 신하들이 큰소리로 신들이 들어왔다고 아뢰었으나 상은 대답이 없었다. 이시수가 아뢰기를,
"지방 의원 이명운(李命運)이 지금 대령하고 있으니 홍욱호 등과 들어와서 진맥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으나, 상은 응답이 없었다. 이에 시수가 욱호 등을 불러 들여 앞에 나가 진맥하게 하였다. 진맥한 뒤에 명운이 말하기를,
"맥도(脈度)를 감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욱호와 최현은 다 아무말도 없었다. 시수의 뜻에 따라 탑교(榻敎)를 쓰기를,
"인삼 5돈쭝과 좁쌀 미음을 먹어야겠으니 계속 끓여 들여오라."
하고, 또 탑교를 쓰기를,
"청심원(淸心元) 두 알을 먹어야겠으니 들여오라."
하고, 또 탑교를 쓰기를,
"소합원(蘇合元) 다섯 알을 먹어야겠으니 생강을 끓인 물에 타서 들여오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63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28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
○上御迎春軒, 召見左副承旨金祖淳、原任直提學徐鼎修、檢校直提學徐龍輔ㆍ李晩秀。 時, 上候已危劇, 晩秀請召洪旭浩、姜最顯診候。 仍命藥院入侍, 三提調及閣臣鄭大容、金勉柱、沈象奎、金近淳, 醫官康命吉等, 方外醫前縣監洪旭浩、僉正姜最顯等進伏。 上, 若有所敎, 諸臣諦聽, 則卽壽靜殿三字, 壽靜殿, 王大妃所御也。 遂不能言, 諸臣高聲奏曰: "臣等入來矣。" 上, 不答。 李時秀曰: "方外醫人李命運, 今方待令, 與洪旭浩等, 入診宜矣。" 上無發落。 時秀仍招入旭浩等, 進前診候。 訖, 命運曰: "脈度未敢詳知矣。" 旭浩、最顯, 皆無所達。 時秀請書榻敎曰: "進御人蔘五錢重, 粟米飮, 連爲煎入。" 又請書榻敎曰: "進御淸心元二丸入之。" 又請書榻敎曰: "進御蘇合元五丸, 調薑湯入之。"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63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28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