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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54권, 정조 24년 6월 25일 병자 3번째기사 1800년 청 가경(嘉慶) 5년

고름이 나온 후의 처치에 대해 의논하다

약원 제신을 불러 접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몸을 움직이는 것은 조금 낫고 어깨죽지의 부은 곳도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긴 하나 주변의 작은 종기들이 한덩어리를 이루어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아 잡아당기는 증세가 없지 않다. 피고름이 많이 나온 뒤라서 뱃속이 필시 허약할 것인데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무엇을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하니, 이시수가 아뢰기를,

"열기는 아직도 있습니까?"

하고, 상이 이르기를,

"열기는 참으로 견딜 수가 없으니 이것은 특별한 증상이다."

하니, 시수가 아뢰기를,

"비록 두 가지 증상이긴 하나 종기 증상도 열종(熱腫)으로 인해 생긴 것이니 종기가 낫는다면 열기도 차츰 내려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고름이 많이 나와버렸는데 오히려 당기는 증세가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하니, 심인(沈鏔)이 아뢰기를,

"이미 흘러나온 피고름이 많아 지금 남은 것은 약간의 찌꺼기뿐인데 그것도 차츰 이어서 나올 것입니다. 종기 증상은 이미 나아가고 있으나 남은 기운이 어찌 당장 없어지겠습니까."

하고, 시수가 아뢰기를,

"신들이 조금 전 연석에서 물러나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축하하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피고름은 아무리 원기가 강장한 사람이라도 이처럼 많은 피를 흘리고 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인데 성상의 건강을 살펴볼 때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약의 힘이 비록 독하더라도 원기가 튼튼하지 않다면 어찌 이처럼 뽑아낼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제는 열을 다스리는 약을 크게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의관들 중에 약을 논의하는 자는 누구인가?"

하니, 시수가 아뢰기를,

"유광익(柳光翼)·현필채(玄必采)·이유감(李惟鑑) 등 몇 사람뿐입니다."

하고, 상이 이르기를,

"탕약을 의논하여 결정하는 과정에 약리(藥理)를 잘 아는 의관이 전혀 없으니 나라의 체모로 보더라도 어찌 말이 되는가. 다급한 상황을 만나면 갑자기 구하기가 어렵고 일이 지나간 뒤에는 또 어물어물하니, 진정으로 유의하여 찾아본다면 그래도 어찌 그런 사람이 없겠는가."

하니, 시수가 아뢰기를,

"신이 삼가 잘 찾아보겠습니다."

하고, 상이 이르기를,

"이제는 음식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것이 시급한데 체하거나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으니, 내 생각에는 전부 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경들은 어제도 생맥산(生脈散)을 써보려 하였으나 여러 가지 양약(凉藥) 가운데 인삼 한 돈이 들어 있으므로 인삼의 열이 한층 더 일어날 것이다."

하였다. 강명길(康命吉)에게 들어와 맥을 진찰할 것을 명하였는데, 명길이 아뢰기를,

"새벽에 진맥할 때는 좌우의 삼부(三部)가 높이 자주 뛰고 탄탄했습니다. 이제는 조금 내렸으나 오른쪽 맥은 아직도 내리지 않고 그대로이니, 신의 소견으로는 원기를 보충하는 것은 괜찮으나 절대로 양약을 써서는 안 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오늘 새벽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정신은 말짱하고 구미는 터지지 않으니 무슨 이유인가?"

하니, 심연이 아뢰기를,

"정신이 이미 좋아지셨으니 구미도 차츰 저절로 트일 것입니다."

하고, 상이 이르기를,

"연훈방을 오늘도 써볼 것인가?"

하니, 심연이 아뢰기를,

"오늘은 우선 중지하고 밤이 돌아온 뒤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시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고, 상이 이르기를,

"소요산(逍遙散)에 사물(四物)을 더 넣는다면 합당한 약이 될 것 같다. 경들은 물러가 다시 의논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28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

    ○召見藥院諸臣。 上曰: "運動則稍勝, 肩胛浮高處, 亦似稍低, 而小小傍癤, 合成一團, 有如覆瓢, 不無牽引之証。 膿血多出之後, 中氣必似虛憊, 而不食自飽, 全無思食之念, 亦可怪也。" 李時秀曰: "熱氣尙在乎?" 上曰: "熱氣轉不可堪, 此則別証矣。" 時秀曰: "雖是兩証, 而腫候亦由於熱腫, 腫候旣差復, 則熱氣亦當漸降矣。" 上曰: "膿旣多出, 而猶有牽引之証何也?" 曰: "濃血之已出者旣多, 而所餘者只是若干査滓, 自當次次繼出。 腫候雖已向差, 餘氣豈可卽地盡祛乎?" 時秀曰: "臣等退自俄筵, 聚首相賀。 今番所出之膿血, 雖以元氣强壯之人, 失血如此, 有難抵當, 而仰承聖候, 不以爲難。 且藥力雖猛, 元氣若不實, 則安能如是抽出乎?" 上曰: "今則治熱之劑, 不可不留意。 醫官之議藥者, 誰也?" 時秀曰: "只是柳光翼玄必采李惟鑑諸人矣。" 上曰: "湯劑議定之時, 全無醫官之曉解藥理者, 其在國體, 亦豈成說? 臨時旣難猝求, 事過又皆泄泄, 苟能留意訪求, 則亦豈無其人乎?" 時秀曰: "臣謹當訪求矣。" 上曰: "今則食補爲急, 而非滯非鬱, 自不思食, 予以爲都是火矣。 卿等昨亦欲用生脈散, 而許多涼藥之中, 只有一錢蔘, 故蔘熱尤當發矣。" 命康命吉入診候, 命吉奏曰: "曉診時, 左右三部浮數而且實。 今則稍降, 而右脈則尙未夬降, 以臣所見, 補則猶可, 而決不可用涼劑矣。" 上曰: "今曉以後, 尙未進食, 而神氣則惺惺, 口味則終不開者何也?" 曰: "神氣旣勝, 則口味自當漸開矣。" 上曰: "烟熏方, 今日亦當試用乎?" 曰: "今日則姑爲停止, 更觀夜來動靜而試之似好矣。" 上曰: "逍遙散加入四物, 予意則似爲當劑。 卿等退而更議也。"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28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