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원의 제신과 대신·각신을 접견하고 진찰을 받다
약원의 제신과 대신(大臣)·각신(閣臣)들을 불러 접견하였다. 이시수(李時秀) 등이 안부를 묻자, 상이 이르기를,
"높이 부어올라 당기고 아파 여전히 고통스럽고, 징후로 말하면 한열(寒熱)이 일정치 않은 것 말고도 정신이 흐려져 꿈을 꾸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분간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고, 강명길(康命吉)·유광익(柳光翼)·현필채(玄必采)·박전(朴烇)에게 증세를 진찰할 것을 명하였다. 강명길이 아뢰기를,
"맥의 도수는 일정하여 기운이 부족한 징후는 없습니다. 보편적으로 빠르고 센 것 같으나 특별한 종기의 열은 없습니다."
하고, 유광익은 아뢰기를,
"좌우맥 삼부(三部)164) 는 다 고루 뛰고 있긴 합니다만, 신은 그전에 진찰한 날짜가 약간 오래되었는데 왼쪽 간맥(肝脈)은 전일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습니다."
하고, 현필채는 아뢰기를,
"맥박은 조금 큰 것 같습니다만 좌우 삼부가 다 고르게 뜁니다."
하고, 박전은 아뢰기를,
"왼쪽 맥은 고르게 뛰고 오른쪽 맥은 가라앉아 빠르게 뛰는 징후가 약간 있으나 열은 대단치 않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열 증세는 이들의 말이 그럴 듯하다. 대체로 한열(寒熱)이 번갈아 일어날 때 가슴의 기운이 올라와 식히기 때문에 열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하였다. 명길이 아뢰기를,
"한열이 일어나는 증세는 종기독이 위로 공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신들은 종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맥박도 과연 자주 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종의(腫醫) 김유제(金有濟)는 아뢰기를,
"다른 의원이 전하는 말을 들었더니, 종기 증세는 곧 근종(根腫)이므로 반드시 먼저 근을 녹여야만 통증이 멎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신의 생각에는 천오(川烏)·황백(黃栢)·적소두(赤小豆)를 똑같은 분량으로 가루를 내어 술에 개어 부친다면 독을 녹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하였다. 시수(時秀)가 아뢰기를,
"조금 전에 의관이 전하는 말을 들으니, 메밀밥을 붙인 것이 오늘 여섯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 했습니다. 그것은 본디 순한 약인데 이와 같이 하고서야 어찌 쉽게 효과를 거두겠습니까."
하고, 이병정(李秉鼎)이 아뢰기를,
"붙이는 약은 반드시 자주 갈아붙여야 비로소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우렁이 고약을 붙인 뒤에 근이 들어 있는 곳이 약간 차도가 있는 것 같으나 조금 더 오래 붙여두어야 약기운이 스며들어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였다. 시수가 아뢰기를,
"종기의 부위를 진찰해 본 뒤에야 이어서 붙일 처방을 의논할 수가 있는데 의관들이 다 진찰을 하지 못했다 합니다. 그들에게 자주 진찰하도록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저녁 무렵에 진찰해 보게 하겠다."
하고, 시수가 아뢰기를,
"성상의 병환이 이러한데도 신들은 아직까지 종기가 난 부위를 진찰해 보지 못했으니, 더욱 초조하고 답답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조금 쉰 뒤에 경들에게 진찰해 보게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8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
- [註 164]삼부(三部) : 촌·관·척.
○壬申/召見藥院諸臣大臣閣臣。 李時秀等問候, 上曰: "浮高牽痛則一樣作苦, 而症候則寒熱之外, 神氣有時昏沈, 不辨夢覺矣。" 命康命吉、柳光翼、玄必采、朴烇診候。 命吉曰: "脈候度數則均, 而亦無不足之候。 雖似浮洪, 而亦無腫熱之著見者矣。" 光翼曰: "左右脈三部, 俱爲均適, 而臣則前此診候稍久, 左邊肝脈, 比前日似稍大矣。" 必采曰: "脈候似稍大, 而左右三部均適矣。" 烇曰: "左脈則調均, 右脈則乍有沈數之候, 而熱意則不至大段矣。" 上曰: "熱候則渠輩之言似然。 蓋寒熱交攻之時, 只(聞)〔因〕 膈間之氣升而然, 故熱邊則似稍減矣。" 命吉曰: "寒熱之候, 非以腫毒之上攻而然, 臣等全昧腫候, 而脈度亦不知其爲數矣。" 腫醫金有濟曰: "以他醫所傳聞之, 則腫候卽是根腫, 必先消根, 然後可以止痛。 臣意則川烏、黃栢、赤小豆, 等分和酒傅貼, 則可責消毒之效矣。" 時秀曰: "俄聞醫官所傳, 則木麥飯之傅貼, 今日內不過六次云。 此本平順之劑如此, 而豈易奏效乎?" 李秉鼎曰: "傅貼之藥, 必須數數換傅, 然後始有其效矣。" 上曰: "田螺膏傅貼後, 根處似有動靜, 稍久傅貼然後, 藥力可有透入之效矣。" 時秀曰: "癤處診視然後, 可議繼傅之方, 而醫官等皆未得診察云。 使之頻頻診察何如?" 上曰: "夕間當令診察矣。" 時秀曰: "聖候如此, 而臣等尙未及診視癤處, 下情尤益焦鬱矣。" 上曰: "小休後當使卿等, 診視矣。"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8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의약(醫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