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정조실록 54권, 정조 24년 5월 22일 계묘 3번째기사 1800년 청 가경(嘉慶) 5년

장령 권한위가 천주교의 금압, 인사 적체의 해소, 환곡의 폐단 등을 상소하다

장령 권한위(權漢緯)가 상소하기를,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세하니 오직 정밀하고 전일해야만 그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16자는 곧 요(堯)·순(舜)·우(禹) 등 성군이 서로 전수한 심법(心法)이자 또한 우리 열성조에 서로 주고받은 아름다운 이상이기도 하니, 전하께서는 항상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일깨우고 가르치는 방도로 삼으소서. 오늘날 조정 신하들이 믿고 전하를 섬기는 것은 ‘의리를 밝힌다[明義理]’는 세 글자에 불과하고 나라의 힘이 만세를 유지하는 것도 이 세 글자에 벗어나지 않는데, 근년 이후 어떤 일이 의리에 관계되면 금령이 엄중하고 어떤 말이 충직한 뜻에서 나오면 훈계하시는 말씀이 예사롭지 않으니, 아랫사람들이 평소에 전하께 기대했던 바가 아닙니다. 삼가 바라건대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어 전반적으로 의리에 관계되는 일은 아무쪼록 더욱 천명하소서.

현재 성명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면서 세속을 교화시키는 모든 방면에 있는 힘을 다 들이시지만 저들 별종의 사학(邪學) 무리는 서울에서부터 시골까지 불길이 번지듯 번져가고 있으니, 그 근원을 막고 그 사람을 올바른 사람으로 만드는 길은 그 책을 태워버리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신의 견해로는 방리(坊里)로 하여금 진서(眞書)나 언문으로 베껴쓴 책들을 전부 거두어 태워버리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빨리 명을 내리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가 사람을 쓰는 법은 곧 문(文)·음(蔭)·무(武) 세 길인데 도포를 입은 선비가 과거에 급제한 지 10년이 되어도 승진하지 못하는 자가 있고 가죽군복을 입은 무사가 천거의 시기를 놓치고 오래도록 적체되어 한 번도 의망되지 못한 자들이 많으니, 어찌 모두 재능이 없기 때문에 그러겠습니까. 신의 견해로는 특별히 두 전조(銓曹)에 지시하여 인물이 적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각도에서 환곡(還穀)을 나누어 주거나 보관해 두는 것은 대체로 종자와 식량을 보충하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인데 대부분 다른 아문의 곡식을 감영의 곡식에다 옮겨 등록하여 전부 나누어 주기 때문에 창고가 텅 비고 환자곡식을 타먹는 집이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신의 견해로는 묘당으로 하여금 각도에 공문을 띄워 그 사례를 샅샅이 조사하여 도로 본디의 아문으로 귀속시켜 환자곡식을 타먹는 집의 폐막을 다소나마 풀어주도록 지시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군사에 복무하는 일이거나 도적을 다스리는 일 이외에는 곤장을 쓸 수 없는데 근래에 수령들이 군사나 도적도 아닌 민간인을 혹독한 곤장으로 다스리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무관 수령의 경우는 그 보다 더 심합니다. 이번 해서 병사(兵使)의 사건으로 보더라도 형신과 곤장을 남용하는 실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의 견해로는 묘당으로 하여금 각별히 각도에 지시하여 법을 범한 수령은 율에 따라 논죄하게 함으로써 국법을 잘 지켜 예전의 버릇을 답습하지 말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아뢴 여러 조항은 다 세련되고 진실한 의견으로 마땅히 유념하여 채택하겠다. 사학(邪學)에 대해 그 책을 불태우는 일은 예전의 법령이 엄중하니, 유사가 어떻게 그 법을 잘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과거에 급제한 지 10년이 되도록 벼슬하지 못한 자를 전조(銓曹)로 하여금 가려내 이름을 써 올려 차례대로 거두어 쓰도록 하고, 천거에 누락되어 오래도록 실직에 의망되지 않은 자도 병조에 물어 보고하게 하라. 각도에서 10년 이래 다른 아문의 곡식을 감영 곡식에다 옮겨 등록한 것들을 샅샅이 조사하는 문제는, 다만 그 수효만 있기 때문에 항상 그처럼 구차스러움을 면치 못하니, 이 문제를 묘당에 넘겨 잘 조처하게 하라. 수령이 곤장을 쓰는 문제는 각도에 감사와 병사가 있는데도 금하지 못하니, 앞으로 그와 같은 일이 드러날 경우 우선 잘 단속하지 못한 자부터 벌을 주겠다. 그대는 사직하지 말고 직무를 살피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7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思想) / 사법-치안(治安)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재정-국용(國用) / 재정-창고(倉庫) / 군사-군정(軍政)

○掌令權漢緯上疏曰: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十六字, 卽相傳之心法, 亦我列聖朝授受之嘉謨也, 伏願殿下, 常自警惕, 以爲早敎諭之方焉。 今日廷臣之藉手而事殿下者, 不過明義理三字, 國勢之所以維持萬世者, 亦不出此三字, 近年以來事涉隄防, 則禁條莫嚴, 言出忠讜, 則辭敎非常, 甚非群下平日所期望於殿下者。 伏乞更加三思, 凡係義理之事, 務益闡明。 方今聖明臨御, 凡所以化俗之方, 靡不用極, 而獨彼一種邪學之徒, 自京而鄕, 如火潛燃, 塞其源人其人之道, 莫若火其書之爲愈也。 臣謂令坊里, 眞諺翻謄, 咸收付丙。 深望亟降明命焉。 我朝用人, 卽文、蔭、武三岐, 而縫掖之士, 釋褐十年, 尙未着帽者有之, 靺韋之士, 越薦積久, 一未照擬者多之, 豈盡無材能而然歟? 臣謂另飭兩銓, 俾無積滯焉。 各道還穀之分留, 蓋爲其補種糧備水旱, 而多以他衙門穀, 移錄於營穀, 以爲盡分, 故庫儲之枵然, 還戶之難支, 職此之由。 臣謂令廟堂, 關飭諸道, 一一査櫛, 還屬本衙門, 少紓還戶之弊焉。 軍務與治盜之外, 不得用棍, 而近來守令, 非軍非盜之民, 治之重棍者, 比比有之, 而武弁守令, 殆有甚焉。 以今海閫事觀之, 濫刑濫棍, 推此可知。 臣謂令廟堂, 另飭諸道, 犯科之守令, 依律論罪, 俾遵典則, 毋踵前習可也。"

批曰: "諸條所陳, 皆老成質實之言, 當留意採用。 邪學火其書事, 前此令甲至嚴, 惟在有司修明之如何。 釋褐十年, 一未着帽者, 令銓曹抄出書入, 以次收用, 越薦積久而不爲擬望者, 問于兵曹, 使之草記。 諸道十年以來他衙門穀之移錄於營穀者査櫛事, 以其只有此數, 每未免如許苟且, 付之廟堂善處。 守令用棍事, 各道有道帥臣而不之禁, 此後現發, 先從不飭者而勘處。 爾其勿辭察職。"


  • 【태백산사고본】 54책 54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73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思想) / 사법-치안(治安)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재정-국용(國用) / 재정-창고(倉庫)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