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사 김재찬, 부사 이기양이 중국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적은 단자
돌아온 진하 정사(進賀正使) 김재찬(金載瓚), 부사(副使) 이기양(李基讓)을 불러 접견하였다. 진하사의 수역(首譯) 김윤서(金倫瑞)가 보고 들은 것을 따로 적은 단자를 올렸다. 그 내용에,
"1. 황제가 화신(和珅)을 제거하고는 즉시 그 도당들은 불문에 부친다는 뜻으로 중외에 선포하고 모두 새 갈길을 찾도록 하였으나 그 후로 황제가 신임한 자들은 모두 종전에 화신에게 붙지 않았던 인물들이고 조건을 붙여 쫓아낸 자들은 모두가 화신의 잔당들이었습니다.
1. 황제는 상황(上皇) 말년에 권력을 아랫사람이 쥐고 있던 사실을 큰 교훈으로 삼아 큰 일 작은 일 할 것 없이 모두 직접 처리했기 때문에 언제나 때가 늦도록 끼니도 잊고 밤이 깊어서야 잠자리에 들었으며 형상(刑賞) 등 법제는 옹정(雍正) 때 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습니다.
1. 유구(琉球)의 공사(貢使)가 마침 북경에 있어 늘 황제 행차를 맞고 전송하는 곳에서 만나보게 되었는데 얼굴 모양이 유순해 보이고 행동 거지도 조용한 것이 그 나라 풍속이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묻기를 ‘몇 해 전에 귀국 사람이 우리 나라로 표류해왔기에 그들을 잘 보호하고 국경을 넘어가서 상국(上國)에 넘겨 주었는데 그들이 과연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왔던가?’ 했더니, 그들 중 중국말을 잘하는 종사관 한 사람이 대답하기를 ‘그 사람은 팔중산(八重山) 사람이고 나는 중산(中山)에 살고 있어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못 보았지만 남들이 전하는 말을 들었는데 귀국에서 죽어가는 목숨을 가엾게 여기고 과분한 대우를 해주었기 때문에 고국으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나라 사람들 모두가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 하였고, 또 우리 나라 사람으로서 귀국에 표류해간 자도 있었느냐고 묻자, 대답하기를 ‘몇해 전 표류해 온 자가 있어서 그에게 물자와 식량을 넉넉히 공급하고 공선(貢船)에 태워 복건성(福建省)까지 호송하였다.’ 하였습니다.
1. 건륭(乾隆) 연간의 유명한 신하로는 아계(阿桂)가 최고였는데 황제도 평소 그를 존경하였습니다. 그의 손자 나언성(那彦成)이 일찍이 호부 상서(戶部尙書)를 역임했는데 젊어서부터 재주와 담략이 있어 황제가 그에게 교비(敎匪)를 징벌하도록 명했습니다. 그러나 관군(官軍)이 크게 패하고 언성은 적에게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민간에서는, 언성이 이미 죽었으나 아직 보고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는 자들도 혹 있었습니다.
1. 중국 사람들의 모자챙 모양이 그전에 비해 좀 달라졌습니다. 연전에 상황(上皇)이, 모자챙이 너무 위로 말려올라가 꼭대기에 있는 정자(頂子)가 챙에 가리워 조신들 직품(職品)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하여 모자챙을 낮추도록 명했었는데 그 후로 정자가 없는 백성들도 그를 본받아 챙을 모두 낮췄다는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53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51면
- 【분류】외교-야(野)
○召見回還進賀正使金載瓚、副使李基讓。 進賀使首譯金倫瑞, 進聞見別單: "一, 皇帝旣除和珅, 卽以徒黨罔治之意, 布諭中外, 咸令自新, 然厥後帝所信任者, 皆是平日不附和珅之人, 而因事廢黜者, 無非珅之餘黨。 一, 皇帝深懲上皇末年威權下移, 事無大小, 躬自摠攬, 每至日晏忘食, 夜分始寢, 刑賞法制, 一遵雍正故事。 一, 琉球貢使, 適在京師, 每於皇駕迎送處相會, 見其面貌柔順, 擧止從容, 蓋其國俗然也。 爲問: ‘年前貴國人漂到我國, 故善護出境, 交付上國矣, 其果無事返國否?’ 其從官中一人善華語答云: ‘其人卽八重山人, 我居中山, 相距甚遠, 不得見面, 而聞人傳說, 則貴國垂憐殘命, 供頓過望, 得以生還故土。 敝邦之人, 莫不知感云。’ 又問我國人, 亦或漂到貴國否? 答云: ‘年前有漂到者, 故厚給資糧, 撘付貢船, 護送福建界上云。’ 一, 乾隆名臣, 阿桂爲最, 皇帝素所敬重。 其孫那彦成, 曾任戶部尙書, 少有才略, 皇帝命出征敎匪。 官軍大敗, 彦成爲賊所傷, 民間或云彦成已被傷死, 而尙不以聞云。 一, 上國人帽簷制樣, 比前稍異。 年前, 上皇謂以帽簷, 向上高捲, 所戴頂子, 爲簷所蔽, 朝臣職品, 有難驟辨, 因命低捲帽簷, 百姓效之, 無頂子者, 亦皆低簷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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