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환의 논죄 문제로 다시 상소를 올린 대사간 신헌조를 체차하다
대사간 신헌조가 아뢰기를,
"전하께서 이미 참마음으로 바른말을 청해 놓고는 또 바른말 하는 자로 하여금 그 말을 다 마치지 못하게 하시니, 어리석은 신은 죽을 죄를 진 채 삼가 전하를 위하여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아, 신이 이가환의 무리들에게 무슨 원한이 있기에 반드시 목을 달아 죽여서 극형을 시행한 뒤에야 그만두려는 것이겠습니까. 이 적을 토벌하지 않으면 윤리가 끊어져서 마침내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나라가 나라 구실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신은 이것이 두려워 피눈물을 흘리며 성토하는 것입니다.
신의 변함없는 한 줄기 속마음은 앞의 경연 자리에서 이미 대략 말씀드렸으나, 물러나올 때에 걱정과 울분이 가슴에 가득하여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천만 뜻밖에 체직되자마자 다시 잉임시키시니 마땅히 다하지 못했던 말씀을 다 아뢰어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신이 한번 생각해 보니, 지난번 경연에서 말씀드리고자 했던 바를 다 끝맺지 못한 것은 바로 신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실수였습니다. 옛날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난간을 부러뜨렸던 충신으로 하여금 이런 처지를 당하게 하였다면 필시 신처럼 나약하게 물러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데도 나라에 대각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신도 또한 어찌 감히 대각으로 자처하겠습니까. 신을 체직하소서."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한편으로는 바른말 하기를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처분을 하였으니 참으로 사람을 부르면서 문을 닫아건다는 탄식이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임금의 허물에 관계되는 말이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단지 내버려두면 되겠지만 일이 조정의 기상에 관계되는 것을 어찌 혹 저것에 구애되어 이것을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가.
오늘 대사간이 논한바 불순한 학문과 패관 소품이나 짓는 강이천의 무리들에 대한 일은 비록 말은 다 끝맺지 못하였으나 대체는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어찌 즐거이 듣고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계사가 격분에 차 있고 언어가 뒤죽박죽이 되어 있으니, 복희씨(伏羲氏)의 《역경(易經)》에 나오는 마음을 고쳐먹는 의리와 정자(程子)의 가르침에 있는 선(善)으로 옮겨가는 데에 대한 말과는 아주 상반될 뿐만 아니라 또한 나의 고심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현인과 호걸들은 대부분 법대로 처리하는 것 이외에 그들을 명교와 본분으로 되돌아오도록 하였고, 이보다 아래에 있는 부류들에 대해서는 내버려두어 스스로 벌을 두려워하고 형벌을 피하게 해서 모두 함께 새로운 정치에 참여하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왕자(王者)가 오랑캐를 치지 않는다는 유풍(遺風)인 것이다. 어찌 반드시 얼굴에 먹물을 넣거나 발꿈치를 베어버림으로써 소생할 가망마저 막고 일반 사람들과 같이 살지 못하게 한 뒤에야 비로소 내 마음이 후련하고 백성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극악하기 짝이 없는 자로서 교화시키기 어렵고 따르려 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전에도 극형에 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뒤에 다시 이런 자가 나오더라도 또한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의리를 제정하는 일과 형벌을 적용하는 일은 한결같이 형평에 맞고 아울러 시행되어 어그러짐이 없는 뒤에야 사람들이 모두 사람답게 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사간은 이에 잘못을 깨달은 사람에 대해서 소급하여 다스리려 하고 연루됨이 없는 사람들까지 뒤섞어 의심하였다. 그리고 그가 적용하여 죄를 청하고자 하는 것이 어떠한 법률인지 알지 못하겠다. 그러니 만약 벼슬이 언론을 맡은 관원이라는 이름과 바른말 하는 것을 막는다는 혐의 때문에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조정의 기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잉임시킨 것이 대신의 계청을 따른 것이기는 하나 다시 피혐하는 계사를 보니 아직도 깜깜한 밤중에 있어 꿈에서 깨어나려면 한참 멀었다. 이것은 바로 걸려 있는 것이 사사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사간 신헌조를 체직하라.
이제부터는 모든 군자들은 각각 그 덕을 밝혀 가까이 부모를 섬기는 일에서부터 멀리 임금을 섬기는 일까지 한결같이 당연히 항상 행해야 할 법칙으로 자신의 일상 생활을 삼도록 하라. 그렇게 하여 오래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이 쌓이게 될 것이니, 비록 상을 주더라도 결코 올바른 학문을 배반하고 성인을 능멸하는 무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책임은 조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한 집안의 글방에서 글을 가르치는 어른들에게도 바라는 바가 있다. 이번에 거듭 하유하는 일을 어찌 그만둘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51권 6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18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상-서학(西學) / 사법(司法) / 인사(人事)
○大司諫申獻朝啓曰: "殿下, 旣以實心求言, 又使言者, 不得畢其說, 臣愚死罪, 竊爲聖明惜之。 噫! 臣有何怨惡於李家煥輩, 必欲懸首藁街, 置之極律而後已乎? 此賊不討, 則彝倫斁絶, 終至於人不人國不國矣。 臣爲是之懼, 瀝血聲討。 臣之斷斷危衷, 雖已略暴於前席, 退出之時, 憂憤弸中, 抆涕歸次矣。 千萬意外, 乍遞旋仍, 固當悉罄未盡之懷。 而臣試思之, 俄筵之未畢所言者, 卽臣溺職之失。 若使古之牽裾折檻者當之, 則必不如臣之巽軟退出。 如是而尙可曰國有臺閣? 臣亦何敢以臺閣自處乎? 請命遞斥臣職。" 敎曰: "一邊求言, 一邊處分, 固有召人閉人之歎。 而言涉袞闕, 則不可用者, 只當置之, 事屬朝象處, 豈或拘彼忽此? 今日諫長所論邪學與小品姜哥輩事, 雖未畢說, 大體固是。 豈不欲樂聞而優容? 遣辭噴薄, 下語顚錯, 與羲繇革心之義, 程訓遷善之喩, 不但太相反, 亦可謂不知子苦心甚矣。 從古賢人豪士, 多從繩墨外, 返他名敎本分, 下於此之類, 任渠畏罪避刑, 許其咸與維新。 卽王者不事戎狄之遺意。 何必黥面刖足, 俾阻來蘇之望, 不與平人等列, 始可曰恔予心而順民情? 尤無倫絶, 可惡難化不率者, 前此未嘗不誅殛。 後復有現發, 亦不可縱貸。 須使制義齊刑之一副衡秤, 竝行不悖, 然後人皆得以爲人。 諫長乃於覺非者追理, 無累者混疑。 且其所欲擬請者, 不知是何律。 則若以官以言名, 嫌於求言, 不賜處分, 奈朝象何? 仍任雖從大臣之請, 而更見嫌避啓辭, 尙在黑窣, 窣中距夢覺關, 不翅千里。 此政所坐者私。 大司諫申獻朝遞其職。 繼自今, 凡百君子, 各明厥德, 邇事遠事, 一以當然常行之。 則作我茶飯日用。 不自知久當眞積, 雖賞之, 決不爲背正侮聖之徒。 其責不專在於朝廷, 亦有所望於家塾之長老。 惟今申複之諭, 豈得已也哉?"
- 【태백산사고본】 51책 51권 68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18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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