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부역에 대한 폐단을 고치도록 전교하다
비국의 유사 당상 이서구(李書九)에게 전교하기를,
"호남의 전결(田結)에 대한 부역을 이미 개정했다고 하던가?"
하니, 이서구가 아뢰기를,
"관찰사가 몇몇 고을의 개정한 초안을 책으로 엮어 올려 보냈는데, 그 가운데 4, 5개 고을은 수입과 지출을 비교하여 보건대 끝내 서로 맞지가 않았습니다. 전결에서 거두어들인 것이 더한 것만 있고 덜어준 것은 없었습니다. 환자 곡식을 받아들일 때에는 가승(加升)이라는 명목으로 더 받아들이기까지 하여 이것으로 민고(民庫)에 보충해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폐단은 결코 답습해서는 안 되겠기에 다시 개정하라는 뜻으로 문서를 주고받았습니다.
관찰사가 지금 막 교체되었으므로 올라올 때에 각 고을의 개정한 문서 장부를 거두어 가지고 오게 하였으니 그가 올라오면 각 고을마다 하나하나 상세히 따져 계산해 보려고 합니다."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고 정승 조현명(趙顯命)이 전라 감사로 있다가 교체되어 올라온 뒤에 호역(戶役)에 대한 절목(節目)을 만들어 낸 적이 있었다. 선왕조 중년 이전에는 고 정승과 같은 사람이 이러한 절목을 이미 이루어 놓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옛 관부(官夫)와 쇄마(刷馬)에 대한 일과 함께 민고의 호렴(戶斂)을 엄히 금지하였었다. 지금의 이른바 개정한 절목이라고 하는 것은 필시 모두가 신을 신은 채 가려운 발을 긁는 격이다. 오늘날의 기강을 가지고 어떻게 일을 이룰 수가 있겠는가.
이번에 재계를 할 때에 선왕조의 문적 가운데 백성들의 일과 관련된 것들을 가져다 보았다. 이와 같은 절목에 해당하는 일들을 오늘날 사람들은 필시 자질구레한 일이라서 시행할 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대체로 부역이 지나치게 괴롭기가 오늘날이 옛날보다 배는 더한데 백성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잘도 바친다. 오늘날의 민심이 어찌 옛날보다 더 착하겠는가. 더구나 부역을 균등하게 하는 절목을 마련할 때에 잡역(雜役)에 대한 한 조목에 대해서는 위 아래가 더더욱 관심을 쏟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도리어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백성들의 노고를 덜어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경들은 더욱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51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186면
- 【분류】재정(財政)
○敎備局有司堂上李書九曰: "湖南結役, 已釐正云乎?" 書九曰: "道臣以若而邑釐正之草成冊上送, 而其中四五邑, 以入較出, 終不相當。 斂於結者, 有加無減。 至於捧糴時, 或有加升名色, 以此補用於民庫。 此等之弊, 決不可襲謬, 故以更卽釐正之意, 往復矣。 道臣今方遞易, 各邑釐正之文簿, 使之收聚以來, 待其上來, 欲爲逐邑面詳計矣。" 上曰: "故相趙顯命, 完伯遞來後, 曾有以戶役成出節目。 先朝中年以前, 如故相者, 已成此等節目, 故其時竝與舊官失刷馬嚴禁民庫戶斂。 則卽今所謂釐正之節目, 必皆隔靴瓟癢。 以今紀綱, 其何能有成乎? 今番齋居之時, 取覽先朝文蹟之事關民事者。 似此節目間事, 今人則必將謂之繁瑣, 不可行矣。 大抵賦役之偏苦, 今倍於古, 而爲民者, 皆能如期上納。 今之民心, 豈善於古乎? 況均役節目時, 雜役一款, 上下之尤所致意。 則今人反有不屑之意, 不欲爲民紓力, 豈不異哉? 卿等更加着意可也。"
- 【태백산사고본】 51책 51권 62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186면
- 【분류】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