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추의 상소를 책망하다
차대(次對)를 행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신약추가 상소한 내용을 경은 들었는가?"
하니, 우의정 이병모(李秉模)가 아뢰기를,
"상소는 못보았습니다만 정원의 계사(啓辭)를 통해 대체적인 내용은 약간 들었습니다. 지난번 김약행(金若行)이 상소하면서 천자(天子)의 예악(禮樂)에 대한 주장을 늘어놓더니 이번에는 약추가 더욱 심하게 ‘친히 명산에 봉선(封禪)을 해야 한다.’고 떠벌였는데 대각의 반열에 있는 사람에게서 이처럼 허황된 주장이 나올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리고 하단(下段)에 있는 말은 더욱 해괴하고 패려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돌아보건대 지금 세월이 점점 멀어지면서 의리가 날로 어두워져 가고 있습니다만, 존양(尊攘)하는 대의만큼은 양심이 있는 자라면 똑같이 지니고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만 모질게도 저쪽을 찬양하는 말을 장소(章疏) 사이에 쓰다니, 이 또한 세도(世道)의 일대 변괴라 할 것입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정말 너무도 경악할 일로서 조정에 수치를 끼쳤다고 말할 만하다. 그런데 그 상소의 말을 보건대 전혀 요점이 없이 지껄인 것이었으니 또한 깊이 책망할 가치도 없다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101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사법(司法) / 정론(政論) / 외교(外交) / 사상(思想)
○次對。 上曰: "申若樞疏, 卿聞之否?" 右議政李秉模曰: "疏則未見, 而因政院啓辭, 略聞其槪。 向來金若行疏, 有天子禮樂之說, 而若樞所謂 ‘親封名山’ 云云, 豈料臺閣之列, 有此等虛謊之論乎? 至於下段語, 尤萬萬駭悖。 顧今歲月寢遠, 義理日晦, 而尊攘大義, 秉彝所同。 則乃忍以贊彼之語, 筆之於章疏之間, 此亦世道之一大變怪也。" 上曰: "誠甚駭愕, 可謂貽羞朝廷。 而觀其疏語, 全沒倫脊, 亦不足深責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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